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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청
차일린 지음 / 아작 / 2026년 8월
평점 :
#도서제공
서평단 모집 때부터 워낙 강렬한 경고 문구를 내걸었던 터라, 사실 조금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실제로 첫 번째 단편인 <손>을 읽을 때는 다소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책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됐다. 소재가 자극적일 뿐,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가 자극적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다룬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상대방에게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이었다. 이 욕망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작품이 <손>이다. 상대를 남김없이 먹어 치움으로써 온전히 하나가 되고자 하는 마음은 인간의 욕망과 그 윤리적인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욕망은 표제작 <환상청>에서도 드러난다. 이 작품에서는 상대와 온전히 공명하고 싶은 욕망이 피학적인 형태로 드러난다. <물감을 먹는 화가>의 주인공 역시 상대의 “폐허를 발굴해 캐내기보다는 그 위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무도 캐낼 수 없도록.”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갖고 있는 것 아닐까. 다만 그것을 어디까지 드러내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낯설다고 느끼는 것은 욕망 그 자체보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낼 때 거센 비난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자연스러운 욕망이고, 어디서부터가 비뚤어진 욕망일까. 그 경계 역시 결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구태여 이런 식으로 표현해야 했는가? 하는 의문이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작가가 담아내고자 한 이야기에 비해 소재의 자극성이 도드라져 작품의 본질을 가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이해하지만, 그것을 전달하기 위한 방식에는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쓴 다른 책들이 궁금해진다. 자극적인 소재에 가려졌던 작가의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만나보고 싶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