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아무런 괴로움이나 고통이 없이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즐거운 곳'이란 뜻의 단어입니다. 하지만 이곳 수영이가 사는 '낙원'은 좀 다릅니다. 바로 삼시 세끼 순대국밥밖에 모르는 아빠가 있는 곳, 순대국밥을 싫어하는 사람은 각광받지 못하며 억지로라도 순대국밥을 먹어야하는 세상입니다. 수영이는 순대국밥을 싫어합니다. 수영이 엄마가 아빠를 떠나 미국으로 가던 날, 순대국밥을 먹고 밤새 설사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 아들에게도 아빠는 순대국밥을 강요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최고이며 최선이고 남들도 좋아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조금 지나치다 싶을만큼 순대국밥에 집착하는 아빠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어보였지만, 제눈에 아빠의 고집은 거의 폭력에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 낙원에 한 여인이 등장합니다. 아빠의 연인? 아니면 정말 과외교사? 그녀의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 가운데 수영이와 아빠, 그녀 '하이힐'은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그녀, 아빠에게 거침없이 말합니다. "저 순대국밥 못 먹어요." 그렇게 그날 저녁 약속은 파토가 나고 맙니다. 이 셋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모두들 순대국밥을 좋아해야만 이 낙원에서 함께 살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사실 처음에 이 아빠가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독단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에 질려버렸거든요. 하지만 불현듯 수영이의 아빠에게서 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건 몸에 좋으니까 많이 먹어." "밥 다 먹어야지 초콜릿 줄 거야." 이렇게 말하는 저는 수영이의 아빠와 얼마나 다른 사람일까요? 흔히 '꼰대'로 치부되는 수영이 아빠의 모습이 과연 저에게는 없는 부분일까요? 문득 저희 아이에게 비친 제 모습은 어떤 것일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소설 <낙원의 아이>는 제가 처음 제목에서 느꼈던 것처럼 마냥 행복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를 그리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낙원'에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가족이란 무엇인지 한 번쯤 되짚어 보게 해줍니다. 부디 소설 속 수영이가, 그리고 세상 모든 아이들이 진정한 낙원을 찾아나설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