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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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재미지다! 정말 말 그대로 단숨에 읽어버렸다. 아이들 모두 재우고 수유등 불빛 아래서 슥슥-. 14개월 쌍둥이 엄마가 밤잠을 줄여가며 책을 읽는다는 건 정말 재밌다는 거다.


어느 날, 식물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언젠가부터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주인공 '나인'이 십여년 넘게 모르고 살았던 자신의 진짜 정체를 알아가며 시작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2년전 실종된 박원우란 아이에 대해 알게 된 나인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마치 미드 '고스트 위스퍼러'의 식물판이랄까?? 😁


판타지소설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우리의 주변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한 편의 성장소설을 읽는 듯 마음이 아리는 내용이었다.


행복은 살아가는 도중에 느끼는 잠깐의 맛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 사람은 미래다. 단맛, 쓴맛, 떫은맛, 매운맛, 신맛, 짠맛을 느끼는 것처럼 행복도 무엇을 먹느냐와 비슷하게 선택에 따라 감정을 느끼는 것일지도. 미래는 태어난 이유를 궁금해했다. 미래는 태어난 데에 이유가 없다면 지금 당장 도로에 뛰어들어 차에 치어 죽어도 상관 없지 않느냐는 말을 열세 살 때 했다. 미래가 그런 식의 말을 할 때마다 현재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며 울었고, 나인은 말없이 미래가 차도에 뛰어들지 않도록 팔을 붙잡았다. 미래가 하는 말은 전부 어렵고 고민할 이유가 없는 문제들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미래가 그런 고민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는 없었으며 누군가에게는 그런 고민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인과 절친한 친구인 미래와 현재.

모두들 각자 나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를 보듬어주며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인물들이다.

누구나 주변에 이런 존재가 있다면 살아가는 데 든든한 힘이 되지 않을까 싶은.


도현의 부모가 아니었다면 도현과 원우의 관계도 좀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인과 미래, 현재의 관계를 지켜보며 세상을 살아가는데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그들에게는 있고, 도현과 원우에게는 없었던 것.

모든 인간들에게 꼭 필요한 것에 대해.


학교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보았다. 여기에 붙여 봤자 아무도 안 본다고 했는데 아저씨는 기어코 붙였고, 나인은 그런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잃는 것은 세상 바깥에라도 그 이름을 붙여 두고 싶은 것이라고. 파도에 휩쓸릴지라도 모래에 이름을 적어두는 것이라고.


그러자 박원우는 위로를 해주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이 세계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괴로운 것 같아. 누군가가 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찢고 나간 틈으로 또 다른 세상이 보여.

미래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세상의 주인인 줄 알았는데 나는 점 하나에 불과하고 심지어 그 점의 색깔과 모양마저 다른 점들과는 달라서 자꾸 이 세상에 있는 걸 이상하게 봐. 잘못 튀었어. 오점이야.박원우는 위로를 해주려는 듯이 말을 이었다.그러자 박원우는 위로를 해주려는 듯이 말을 이었다이 세계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괴로운 것 같아. 누군가가 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찢고 나간 틈으로 또 다른 세상이 보여.

미래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세상의 주인인 줄 알았는데 나는 점 하나에 불과하고 심지어 그 점의 색깔과 모양마저 다른 점들과는 달라서 자꾸 이 세상에 있는 걸 이상하게 봐. 잘못 튀었어. 오점이야.

이 세계가 나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괴로운 것 같아. 누군가가 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찢고 나간 틈으로 또 다른 세상이 보여.

미래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었지만.



세상의 주인인 줄 알았는데 나는 점 하나에 불과하고 심지어 그 점의 색깔과 모양마저 다른 점들과는 달라서 자꾸 이 세상에 있는 걸 이상하게 봐. 잘못 튀었어. 오점이야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생각이 깊어지는,

하지만 읽기를 참 잘했다 싶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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