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 가, 알프레드!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59
카트린 피네흐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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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리 가!' 라는 말이 얼마나 적대적인 표현인지 뼈저리게 느낀 사건이 있었다.

아토피성 피부로 얼굴에 염증이 번진 아들에게 놀이터에서 만난 어떤 아이가 징그럽다고 "저리 가!" 라며 더 심한 말들도 함께 내뱉은 일이었다.

다섯 살 아들이 받았을 상처와 그보다 더 크게 충격을 받은 나의 상처까지 더해져 저리 가! 라는 말은 내게 너무 가슴 아픈 말이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이고 마음이 울컥했던 것 같다.

 

누군가 나와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는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가.

비단 생긴 것 뿐만 아니라 취향, 정체성을 두고도 이런 식의 폭력은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타인에게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한 경험은 때로 자존감을 무너뜨리며 깊은 생채기를 낸다.

달랑 의자 하나 들고 홀연히 떠도는 알프레드의 서글픈 눈을 보며 내 마음도 함께 아팠다.

아들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싶은 마음에 그림책을 보는 중간중간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기도 했다.

그 날, 아들과 책을 읽고 나누었던 대화.

"알프레드가 너무 속상했겠다. 그치?"

"응. 슬플 것 같아."

"시후는 이런 친구들을 만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잘 모르겠어."

"있잖아~ 세상엔 이렇게 생긴 것만 보고 못되게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소니아처럼 '안녕? 커피 한잔 줄까?'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이해해주고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들도 많아~"

"커피??!! 난 커피 마시면 안되는데!!"

"아~ 맞다~ 그럼 시후는 초코우유!"

"그럼 친구가 초코우유 한잔 줄까? 하면 나는 뭐라고 해야돼?"

"응, 좋아! 하면 되지~"

" :) "

엄마가 전해주고 싶었던 메시지를 다섯 살 아이가 온전히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초코우유를 나눠줄 친구가 있을 거란 말에 생긋 웃어준 아들 덕에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였다.

앞으로 아들이 커가며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이래저래 상처도 많이 받겠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마음 한 곳 기댈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를.

누군가에게 만큼은 있는 그대로 예쁨받고 사랑받고 살아갈 수 있기를.

그리고 내 아이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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