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하, 나의 엄마들 (양장)
이금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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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들이 꼭 우리 같다. 우리 인생도 파도타기 아이가.

 

작중 인물인 홍주의 대사가 <알로하, 나의 엄마들> 속 인물들의 인생을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일제 강점기. 집안 환경, 사회적 처지, 신분 등 각기 다른 사정으로 사진 신부가 되어 포와(하와이)로 떠나게 된 버들과 홍주, 송화.

중매쟁이를 통해 사진만 교환한 뒤 감행하는 결혼이기에, 순탄할 리 없었던 삶.

그녀들의 삶을 지켜보다가 난 '기구하다'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게 되었다.

 

※ 기구하다: 세상살이가 순탄하지 못하고 가탈이 많다.

 

이 단어만큼 그들의 삶을 잘 표현해 주는 단어가 또 있을까.

그러나 그들의 삶은 굽이굽이 굴곡은 지었을지언정 언제나 뜨겁고 열정적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언니가 되어주고, 동생이 되어주며 버티었던 그녀들의 생은 찡하기도, 대견하기도, 존경스럽기도 했다.

남자라는 존재가 부재하는 상황에서도 그녀들은 꼿꼿하게 앞을 향해 나아갔다.

자신의 텃밭을 일구고, 자식을 키우고, 또 서로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나였다면 그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고 끈덕지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도무지 자신이 없는 삶이었다.

 

이제 그녀의 고통도 끝이겠구나, 싶을 때마다 또다시 닥쳐오는 시련을 보며 인생이란 것이 참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구나, 싶기도 했다.

끊임없이 몰아치는 파도에 맞부닥치는 그녀들을 보며 나는 두려워졌다.

나는 여태껏 살면서 그렇게 큰 파도를 만난 적이 있던가?

내 인생은 앞으로도 이렇게 순탄하기만 할 것인가?

나도 앞으로 이렇게 무수한 우여곡절들을 겪게 될까?

그때가 되면 나는 버들처럼, 또 홍주처럼, 단단하게 버티고 살아갈 수 있을까?

 

아스라이 펼쳐진 바다에서 파도가 달려오고 있었다. 해안에 부딪힌 파도는 사정없이 부서졌다. 파도는 그럴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살 것이다. 파도처럼 온몸으로 세상과 부딪히며 살아갈 것이다. 할 수 있다. 내겐 언제나 반겨 줄 레이의 집이 있으니까.

 

그녀들이 그토록 끈덕지게 버티어 낼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가 서로 곁에 없었더라도 그 모진 풍파들을 견디어 낼 수 있었을까?

나는 그런 존재가 하나라도 있는가?

무수한 생각들을 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이금이 작가의 글은 처음 만나봤는데 푹 빠져버렸다.

흡인력이 엄청난 글이었다.

앞으로도 그녀의 글을 쭉 지켜보아야지.

 

생생한 사투리 표현으로 인해 마치 시대극 드라마 한 편을 본 듯한 느낌도 들었다.

아이가 낮잠을 잘 때, 밤에 잠들었을 때, 틈만 나면 찾아들어 부지런히 읽었다.

그녀들의 삶이 비로소 순탄해지는 모습을 꼭 지켜보고 싶었다.

 

그러나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는 것인 모양이다.

그녀들의 인생이 앞으로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녀들은 어떻게든 헤쳐나갈 것이란 것.

죽는 그 순간까지 뜨거울 것이란 것.

그저 그녀들의 삶 중간중간에 꿀맛 같은 단비가 그득히 내리기를.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쉬어갈 틈을 마련해 주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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