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임현정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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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허영심에서 였을까.
예전부터 난 클래식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클래식 음악을 찾아 들어보면 뭔가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아 금세 꺼버리곤 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클래식에 접근해 본 경험이라면 영화 '샤인'을 보고 나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찾아 들어본 정도가 아닐까.
베토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이지만 그에 대해서 별로 아는 건 없었다.
그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월광 소나타나 운명교향곡은 대중매체에서 많이 소비되다 보니 큰 감흥이 없는 편이기도 했다. (대체로 공포스럽거나 심각한 분위기에 인용되다 보니 더 무겁게만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다 이 책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를 만났다.
클래식 관련 책은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과는 다르게 쉽게 읽히면서도 흥미로운 구성이었다.
베토벤의 음악은 웅장하고 거창한 느낌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만난 '피아노 소나타 제4번 E플랫장조 Op.7'같은 곡에서는 또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발랄하고 경쾌하면서도 기분 좋은 느낌이다.
음악적인 내용 외에도 베토벤의 성품이나 개인적인 인생사를 소개하고 있어 그가 더 친밀하게 다가온다.

 

베토벤은 인간 평등사상의 기치 아래 귀족의 특권 의식에 큰 반발심을 갖고 있었다. 눈앞에서 황족이 지나가도 모자를 벗지 않고 고개를 뻣뻣이 들어 함께 있던 괴테를 놀라게 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특권층의 후원으로 먹고사는 음악가로서는 대단히 용기 있는 처세가 아닐 수 없다.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는 저주받은 천재의 고뇌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절망을 극복한 베토벤은 결국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채 꿋꿋이 주어진 길을 걸어갔다. 그가 운명을 포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힘이 아닌 지혜에 있었을 것이다. 체념하거나 굴복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애처로운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베토벤은 긴긴 내면의 투쟁을 종식시켰다. 고난에서 얻은 결실은 결국 제2의 천성이 되었고 심지어 자신의 장점이 되었다. 그 후 베토벤의 영성은 몰라보게 승화한다.

 

그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 청각을 잃어간다는 걸 알고 죽음을 결심했었다는 사실은 처음 접해보는 내용이었다.

그런 어려운 시절들을 뒤로하고, 심지어 청각을 잃고 나서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갔던 그의 삶이 너무나도 존경스럽고 경이롭다.

그밖에 저자 임현정의 음악에 관한 고찰이라던가, 베토벤에 관한 평가도 무척 인상적이다.

 

 언어의 장벽이 없는 음악은 우리의 내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 어떤 단어와 문법도 필요 없이 곧바로 우리의 무의식으로 들어 오기 때문이다. 음악을 들으면 문득 옛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일순간 기분과 감정이 바뀌기도 한다. 무슨 음악을 들을지 선택하는 찰나의 시간, 그 짧은 과정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고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지금 이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순간의 선택에 따라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해진다. 베토벤이 고결하고 완전무결한 성인(聖人) 이어서 우리에게 불멸의 영감으로 남은 것일까? 아니다. 그는 그저 고난 앞에 굴하지 않고 똑같이 주어진 선택의 순간에 충실했을 따름이다.

 

음악만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라, 인생 전반을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라 더 마음에 든다.

클래식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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