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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평점 :
종교가 사회악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절실히 깨닫는 요즘, 이 책은 또 한 번 내게 무모한 믿음이 사회에 얼마만큼 소름 끼치는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국민을 고분고분하게 길들이고 싶어 하는 대통령과 모든 사람들이 성경의 교리를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 목사가 권력을 장악한다. 이들은 '순수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여성이 과거처럼 순종적이고 소극적인 존재로 돌아가고, 남성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
여성이 하루에 단 100 단어만 말할 수 있도록 제한되는 시대.
손목엔 단어를 카운팅 하는 팔찌를 차고, 100단어가 넘어가면 전기 충격을 받는 여성들.
자신을 표현할 권리는커녕, 여권도 마음대로 가질 수 없어 다른 나라로 이주조차 할 수 없다.
설정만으로도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이야기가 너무나도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는 책이었다.
지금 같은 시대에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가정이라니 말이 되나? 싶었던 처음의 생각과는 다르게, 어? 이거 까딱하면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는데? 싶으리만큼 끔찍한 상황이 너무나도 현실감 있게 그려진다.
이 와중에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된다면? 그 아이가 혹시나 딸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만큼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발상 자체로도 충분히 분노할만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던 부분을 꼽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