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지똥
유은실 지음, 박세영 그림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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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똥.

제목을 듣자마자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이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송아지똥>은 저자 유은실이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되는 해를 맞아 강아지똥을 오마주 하여 쓴 이야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강아지똥과 송아지똥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저자 유은실은 강아지똥을 읽어 주던 부모가 아이에게 '똥도 이렇게 쓸모가 있는데 너는 공부를 못하니 똥보다 못하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모두가 쓸모 있는 존재이니 하나같이 소중하다는 권정생 선생님의 메시지는 시간이 흐르며 쓸모가 없는 존재는 무의미하다는 뜻으로 변질되어 왔나 보다.

강아지똥이 나온 지 50년이 지난 지금, 유은실은 권정생 선생님의 본 뜻을 다시 이어받아 비슷한 듯, 또 다른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어느덧 하루를 보냈다.
세상은 멋졌다.
노을, 밤, 별, 달, 아침, 구름.......
놀라운 걸로 가득했다.
제일 좋은 건 친구다. 내 친구 평이와 리듬감.

 

그런데 말이야, 기적은 아니지만 말이야. 나는 봄비가 마음에 들어.
빗소리, 비 냄새, 내 몸을 타고 흐르는 빗물의 감촉....... 멋져.
처음으로 하늘과 땅을 봤을 때처럼."

 

'똥또로동'이 바라보는 생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길어야 한 계절'을 살 수밖에 없는 똥생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똥또로동, 송아지는 싸고 갔을지 몰라도 말이야. 너는 귀하게 태어난 거야. 마당법 제1조에도 나와 있는걸.
'이 마당에서 태어난 모든 존재는 귀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이렇게."

 

'똥또로동'은 전설의 강아지똥처럼 귀하게 쓰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시멘트에서 태어난 똥은 땅으로 스며들 수가 없다.

그의 바람은 과연 이루어질까?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의 생은 귀하지 않은 것일까?

곱씹어 읽을수록 마음이 찡해졌다.

무언가를 이루어내야만 가치 있는 삶이라고,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괜찮다고.

어딘가에 쓰이지 않아도 귀한 존재라고.

너는 존재 그 자체로도 참 소중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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