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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의 꽃 - 2019년 50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최수철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5월
평점 :
흡인력 쩌는 장편소설.
「최수철, 독의 꽃」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글쓰기에도 열망을 갖기 마련인데, 어쩌다 이런 책을 한번 만나면 그러한 욕구가 짜게 식어버린다. 이런 창작이 가능한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하는 놀라움과 나는 도저히 이런 글은 못쓰겠구나, 싶은 좌절감이 들기 때문.
실로 오랜만에 나는 뒷이야기가 궁금해 견딜 수 없는 책을 만났다.
꽤나 두꺼운 책인데도 무척 몰입해서 죽죽 읽어내려간 것 같다.
「독의 꽃」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이 책의 매력 포인트 몇 가지.
일반적인 소재를 참신하게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독의 꽃이야
이 소설은 독으로 시작해서 독으로 끝난다.
독이라는 것은 언뜻 특별할 것 없는 소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독으로 관통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무척 신선하고 참신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읽는 내내 참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독으로, 그리고 그 반대급부인 약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그만큼 애쓴 흔적들이 눈에 보인다. 독에 대해 정말 방대한 정보와 지식을 담고 있어 마치 독약 보감의 일부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 책의 특별함은 바로 이 한가지 소재를 끝까지 끈덕지게 끌고 나가는 구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
생생한 인물 묘사
태어날 때부터 몸속에 독을 지니고 태어난 몽구,
평생 독에 중독되어 스스로를 파멸시켜가면서까지 독을 연구하고 독에 집착한 수호,
독을 지나치리만치 경계하며 해독에 대한 강박증을 보인 운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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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하나같이 비현실적인 듯하면서도 어딘가에 존재할 것도 같은 생생하고 개성 있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저자가 인물들을 설정하는 데 얼마나 공을 들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모두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때문에 인물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되고, 각각의 인물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데에 재미가 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이 소설은 화자인 '나'가 조몽구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때문에 조몽구가 직접 이야기하는 말을 그대로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그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인물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때문에 독자들은 계속해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 책 속의 인물과 대화하는 느낌을 받게 되고 이야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최수철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만나봤는데, 정말 뛰어난 이야기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몽환적인 분위기
이야기는 시종일관 우울한 듯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
마법이나 드레곤, 주술이 등장하는 것도 아닌데 판타지적인 느낌,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 같은 느낌도 든다.
저자가 만들어낸 세계관에 스며들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신비롭고 몽환적인 매력에 빠져 몰입하게 된다.
인상적이었던 글귀 몇 가지.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매력적인 독 이야기.
「최수철, 독의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