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건만 소설의 첫 만남 11
현덕 지음, 이지연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비 출판사에서 멋진 기획도서가 나왔다.
이른바 <소설의 첫 만남>이라 불리는 이 시리즈는 책과 멀어진 청소년들의 독서를 돕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내가 이번에 서평단에 선정되어 받아본 도서는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 중에서도 <공감력 시리즈>.
타인과 소통하고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는 일에 대한 생각들을 키워주는 책이라고 한다.

김애란의 [칼자국], 현덕의 [하늘은 맑건만], 스콧 니콜슨의 [뱀파이어 유격수] 총 3권으로 구성되는 시리즈 중 내가 받은건 현덕하늘은 맑건만.

 

책과 멀어진 아이들의 독서를 돕겠다는 기획의도와 맞게 이 책은 보통의 책보다 얇게 구성되어있다.
글자 크기도 크고, 등장인물들 간 대화는 다른 서체로 쓰여져 있어 가독성도 무척 좋다.
중간중간 그려진 삽화 또한 친근한 느낌이 들고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도를 높여준다.

 

 

이 책에 수록된 첫 번째 이야기 : [하늘은 맑건만]의 줄거리

삼촌 집에 얹혀 사는 문기는 어느 날 숙모의 심부름을 하다가 생각지 못한 많은 돈을 갖게 된다.
그 돈의 일부를 수만이와 함께 장난감을 사는데 써 버린 문기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뒤늦게 후회를 하고 상황을 되돌리고자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수만은 문기를 괴롭힌다.

 

줄거리 자체는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지만 현덕 작가는 문기의 죄책감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나까지 마음이 무거워져 문기가 안쓰럽다가도 또 수만이 미워 짜증이 나기도 하고. 마치 시대극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던 [하늘은 맑건만].

 

"설마 늬가 날 속이기야 하겠니." - 24p-

 

요즘 말로 "음성지원"이 된다고나 할까.
등장인물이 눈 앞에서 직접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생생한 표현들.

"네가"가 아니라 부러 "늬가"라고 표현한 작가의 의도가 마음에 든다.

너무 옛말이라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든가, 사투리라서 귀에 잘 익지 않은 표현들은 밑에 따로 주석을 달아 설명해주고 있다.

 

 

 문기의 무거운 마음이 잘 그려진 삽화.

 

 

"무엇보다도 문기는 전일처럼 맑은 하늘 아래서 아무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는 마음이 갖고 싶다. 떳떳이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이 남을 대할 수 있는 마음이 갖고 싶었다." -51p-

 

순간적인 친구의 유혹으로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지만 문기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 편하지 않음, 다시 떳떳해지고 싶은 마음을 갖는 다는 것 자체로 문기는 선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하는 그의 마음이 참 안쓰럽다.

문기는 결국 어떠한 행동을 하게 될까.
원하던 대로 다시 떳떳하게 하늘을 볼 수 있게 될까?

엄마의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었던 [하늘은 맑건만].

 

 

그리고 이 책에 수록된 두 번째 이야기: 고구마

어느 학교에서 농업실습용으로 심은 고구마밭에서 누군가 고구마를 캐내어 훔쳐갔다.
반 아이들은 별다른 증거 없이 가난다하는 이유 하나로 수만을 의심한다.

 

실제로도 주변에서 쉽게 벌어지는 일들.

아무런 증거도 없이 쉽게 갖는 누군가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그러한 편견을 바탕으로 거리낌 없이 가해지는 괴롭힘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지 않던가?

요즘 온라인 상에서 너무나도 쉽게, 너무나도 자주 행해지는 일들이 떠올라서 개인적으로는 읽는 내내 참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부터 일관적으로 수만을 옹호해주던 기수 역시 마음을 돌려 수만을 의심하기 시작하던 순간.
맥이 풀리는 느낌.

 

 

아이들이 더 잔인하다고 했던가.
그림으로 표현된걸 보니 더 생생하게 와닿아 마음이 언짢아졌다.

사람은 왜 이유없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걸까.

짧은 이야기이지만 이런저런 원론적인 생각들마저 떠오르게 만들었던 [고구마]
부디 아이들이 읽고 느끼는 점이 많았으면 한다.(물론 어른들도!)

창비 출판사의 기획의도처럼 타인에 대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