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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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어야만 했던 그들의 시간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이정서 장편소설/ 새움 펴냄 )1987세대로 잘 알려진 그때를 살아갔던 젊은이들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너무나 아팠던 현대사의 한순간, 그리고 그 빛과 어둠속에서 힘들게 살았던 젊은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리고 제목만큼이나 가슴을 아련하고 아프게 했다. 생각보다 책의 내용은 어렵거나 자극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치열했던 1990년대 후반의 나의 대학생활을 되새기며 읽었기에 아련한 추억과 아픔을 떠오르게 했다.

 

 이 책의 주인공 윤은 1987년 당시 군인이었다. 시대의 요구인 민주화 운동을 열심히 하기도, 그렇다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모른척하고 공부만 하기도 어정쩡한 위치의 그는 군대라는 탈출구를 선택한다. 윤은 군대에서의 자신의 모습과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비록 군대 안이었지만 그 안에서 규칙과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그 속에서 힘들었던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그들의 아픔과 고뇌가 느껴졌다. 젊음이 있기에 젊었기에 그들은 더욱더 아팠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정답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인지에 대해 고민하던 시대. 그 어지러운 시대 속에서 아파하는 그들의 모습은 읽는 내내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서술되는 구조는 지금의 모습과 군대시절의 모습 사이에서의 차이를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어른이 되어서 과거의 그때를 회상하며 함께하지 못했고 더 많이 그들의 힘이 되어 주지 못했다는 아픔을 느끼게 한다.

 

 윤, 치우, 영수, 임병장, 상규, 수연 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쩌면 낯선 거리에서 나는 이미 그들과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나의 또 다른 모습일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현재의 그들을 만나고 싶지 않다. 20년 전의 순수했던 그들의 모습만을 기억하고 싶다. 치열했던 시대를 살아갔던 젊은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가득했던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는 찬란한 민주화 투쟁에 이면에 존재했던, 또 다른 젊은이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이다. 투쟁 속에 주인공이 아닌 어쩌면 도망자로 시대에 대한 아픔을 가진 윤과 다른 이들....... 하지만 이들의 무언의 도움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촛불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나에게 아픔으로 다가오는 많은 영수들을 생각하며 조용히 책을 덮는다.



"노선버스를 기다리며 우리는 말없이 차량의 전조등들이 물결처럼 흐르는 8차선도로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내색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굽을 줄 모르는 그의 삶이 안타까웠고, 그는 적당히 휘어지며 카멜레온처럼 보호색을 치는 내가 안타까웠을 것이다. 서로가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달랐고, 어쩌면 이제는 더 이상 이전처럼 서로에 대한 그리움으로 상대를 찾을 것 같진 않으리라는 것을 은연중에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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