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의 도중
호시노 미치오 지음, 박재영 옮김 / 엘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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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이 주는 긴 여운......

 

 긴 여행의 도중( 호시노 미치오 지음 / 박재영 옮김 / 엘리 펴냄 )은 알래스카 평원에서 생을 마친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알래스카를 사랑한 그, 그리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책 소개를 보고,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알래스카 하면 한없이 펼쳐진 하얀 평원과 오로라가 떠오른다. 그곳으로 긴 여행을 떠난 사람의 글은 많이 궁금했다. 어릴 적부터 알래스카가 궁금했다는 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알래스카에 직접 다녀온 후, 그곳에서 살기를 꿈꾸었다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 나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그의 이야기가, 그가 들려줄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 책은 작가의 유고집으로서 기존의 작품들과 발표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정리하여 낸 책이다. 작가의 유고집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읽는 내내 가슴이 절절했다. 이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각각의 챕터마다 글귀로 시작하는데 그 글 자체도 너무나 좋다.

 


1. 분명 사람은,

언제나 각자의 빛을 찾아다니는

긴 여행의 도중일 것이다.

 

2. 내가 어디에 있든 모든 것에는

똑같은 시간이 평등하게 흐른다.

생각하면

한없이 심원한 기분이 드는 사실이다.

 

3. 내 아름다운 무덤 주의에

피어나기 시작한

극북의 작은 꽃들을 바라보니

유기물과 무기물,

아니 삶의 죽음의 경계마저 흐릿해짐을 느낀다.

모든 것이 태어나 변화하며

끝이 없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4. 나는 혹독한 자연 조건 속에서

혼신의 노력을 다해 살아가려고 하는

알래스카 생명의 모습을 좋아한다.

그것은 강인함과 연약함을

동시에 지닌,

긴장감 있는 자연이다.

 

5. 산 사람과 죽은 사람,

유기물과 무기물의 경계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수프를 마시니

극북의 숲에 살던 무스의 몸이

내 안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이때 나는 무스가 되고

무스는 사람이 된다.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 줄을 그어 보았다. 하지만 그 많은 줄은 다 소용없는 것 같다. 5개의 글!! 이것으로 충분하다.

 


 갑자기 나도 긴 여행을 꿈꿔본다. 북극의 하얀 빙하와 그 안에 있는 고래, 하얀 설원에 있을 북극곰을 만나고 싶다. 읽으면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 책은 오랜만이다. 어떤 생각도 어떤 행동도 필요치 않을 그 곳. 가만히 앉아서 자연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북극의 오로라는 어떤 느낌일까......

 

혹독한 겨울 속에서도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본다.

어둠이 아니라 빛을 보려고 한다.

잔뜩 긴장된 엄동설한 속의 눈 덮인 세계,

달빛 어린 밤,

하늘에서 춤추는 오로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혹한 계절이 품고 있는 희미한 봄의 기운.

그것은 희망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또 겨울을 넘기는 것일지 모른다.

 

분명히 똑같은 봄이지만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기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기쁨의 크기는

각자가 넘긴 겨울의 모습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제대로 넘기지 않고서야.

봄의 실감은 아득히 멀다.

그것은 행복과 불행의 이상적인 모습과 어딘지 닮았다.”

 

읽고 있을 때보다 읽고 나서 더 좋은 긴 여운을 주는 책......

늦은 새벽,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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