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행복했을까......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그들은 행복했을까......

 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장편소설 /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펴냄 )은 한남자의 사랑에 대한 기억에 대한 책이다. 19살의 폴, 그리고 48살의 중년의 여인 수전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들이다. 사랑이었을까? 사실 파격적인 내용의 책 소개를 보고,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세속적인 결말을 기대했다. 그들의 사랑에 대한 일들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이들은 어떤 파국을 맞이할까? 어떻게 헤어질까? 계속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연애의 기억’ 이라는 책을 다 읽은 지금, 조금은 허탈하다. 내가 상상했던 충격적인 결말은 없었다. 물론 어느 나름에서는 충격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결말이었다. 소리 지르고, 폭력적이며, 서로 미워하는 그런 결말을 예상했던 독자는 약간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너무나 아름다웠고, 위트 넘쳤던 우리의 여주인공 수전의 망가져가는 모습은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그녀의 그런 망가짐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아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느낌은 무엇일까? 폴과 수전 그들의 사랑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둘의 사랑은 주변사람들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의 사랑이야기 보다는 나는 왠지 그 주변 사람들의 마음이 더 궁금했다.

 더 많은 더 많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 책이다. 그저 소년과 중년여인의 사랑을 기대했다. 이 책을 읽으면, 어쩌면 잊고 있었던 사랑했던 기억, 연애했던 기억을 되살려 주리라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나는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았다. 아름다운 사랑의 기억보다는 사랑의 과정, 사랑이 평범한 일상의 기억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묘하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그저 씁쓸한 기억만이 남는 것은 나뿐일까......

"어쨌든 절대 잊지 마세요. 폴 도련님.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대실패로 끝났을 수도 있고, 흐지부지되었을 수도 있고, 아예 시작조차 못 했을 수도 있고, 다 마음속에만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건 아니야.

때로는, 그래서 더욱더 진짜가 되지. 때로는 어떤 쌍을 보면 서로 지독하게 따분해하는 것 같아.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을 거라고는, 그들이 아직도 함께 사는 확실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어. 하지만 그들이 함께 사는 건 단지 습관이나 자기만족이나 관습이나 그런 것 때문이 아니야.

한때, 그들에게 사랑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야.

모두에게 있어. 그게 단하나의 이야기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꾸지람을 들은 기분이다.

수전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게 아니다. 인생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