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누이
홍정욱 지음 / 이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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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먹먹한 감동. 누이와 어머니와 나를 위한 소설이다,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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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누이
홍정욱 지음 / 이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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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어려서 미안해 - 시보다 더 아름다운 학생시와 감상문
배창환 엮음, 상주여고 학생들 읽음 / 작은숲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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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창작에 도움이 많이 될 책이다. 학생이 쓴 시를 학생이 읽고 쓴 감상문. 이런 몇 편만 보여줘도 시에 대한 감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 책에 수록된 작품 하나.

 

밥상 앞에서 / 이성기

 

감기는 눈을 치켜뜨며

아버지와 마주 앉았다.

밥상 가운데 놓은 찌개가 조용히 끓어오른다.

아버지가 먼저 한 숟갈 입 안으로 들이미신다.

밥알을 씹으시며 내 성적을 물어보시기에

나도 얼른 찌개를 한 숟갈 떠서

입 안에 넣으며 우물거린다.

뜨끈한 국물을 삼키며

걱정 마시라 하고 아버지 눈치를 살폈다.

알았다며 조용히 웃으면서 반찬을 집으신다.

굳은살이 터박하게 박힌 아버지 손과

구릿빛 굵은 팔뚝을 보며

슬며서 수저를 만지작거렸다

* 이 시를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열심히는 하지만 내 마음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고, 나에게 거는 기대가 없으신 것 같지만, 항상 걱정하는 말투로 무심하게 나의 성적을 물어보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 시를 읽으면서 내 머릿 속에 재생되었다. 나 또한 아버지와 같이 밥을 먹을 때 혹시나 나에게 성적이나 공부에 대해 물어볼까 봐 겁이 나서, 후다닥 재빠르게 밥을 먹고 자리를 뜨는 경험을 적지 않게 하였다. 가끔씩 아버지가 나에게 성적을 물어보시면 이 시의 걱정마시라 하고 아버지의 눈치를 살폈다라는 구절처럼 행동하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더 이상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고, 열심히 하라는 말씀으로 묵묵히 식사를 마저 하신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수저를 만지작거리며 슬그머니 일어선다. (정서윤)

 

                                                                             - 배창환 엮음 <<내가 아직 어려서 미안해>>

 

- 멋진 시다. 장면과 행동 심리 묘사가 생생하다. 영화 한 장면처럼 부자간의 밥상 풍경이 선명히 떠오른다.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만으로 인물의 심리와 성격까지 환히 드러난다. 걱정마시라. 독자들은 진정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푸근한 아버지라면, 이렇게 속 깊은 아들이라면. 성적보다 소중한 것을 가진 사람들이므로 진짜 걱정할 것이 없겠다. 닥치는 고생이야 하면 되는 것. 굳은살이 박히고 구릿빛 팔뚝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은 삶이다. 학생들이 이런 시를 읽으면 무엇을 시의 내용으로 가져와야 할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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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닫힌 교문을 열며 - 전교조 27년, 그리고 그 후를 위하여
윤지형 지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기획 / 양철북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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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한 권이 터질 듯합니다. 전교조 27년의 역사. 그 숱한 교사들의 치열한 고뇌와 실천, 끊임없는 고난과 박해를 놀라운 의지와 결단으로 맞선 꿋꿋한 투쟁. 어느 집단의 역사가 그렇지 않을까마는 한국의 전교조만큼 넘쳐나는 이야기를 가진 조직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전교조는, 깨어있는 교사들은 어떻게 배우고 가르치며 싸워왔는가, 그래서 지금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 교사노조의 특성상, 전교조 교사들의 이야기는 필히 학생들, 학부모들, 학교와 사회 현실로 연결됩니다. 이 책은 할 수 있는 한 순결하게 정도(正道)를 걸어온 인간의 집단이 이룬 불굴의 교육운동사이며, 각성한 교사 개개인의 치열한 사랑과 열정의 현장을 다룬 생생한 다큐입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한 것은 배움이지요. 동물적 본능을 넘어서 스스로와 세계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배움이 인간의 역사를 열었습니다. 어떤 배움을 이룰 것인가는 곧 어떤 인간이 될 것인가. 어떤 세상을 이룰 것인가와 맞닿아 있습니다. 도구화된 노예 교육, 배움의 기쁨이 사라진 학교를 다시 신명나고 감동적인 교육의 현장으로, 이기적인 경쟁만이 전부였던 학교를 상생하는 배움공동체로 바꾸어 간 교사들의 이야기는 어떤 픽션보다 격동적입니다.

일찌감치 타협한 사람들 아니 애당초 진실한 사랑이라든지 정의감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을 인간들, 자신의 탐욕을 위해서 서슴없이 타인의 행복과 생명까지 짓밟고 나라를 분탕질해 온 자들이 이 나라 지배층이었습니다. 그 정치 모리배들과 재벌과 거기에 기생해 온 가짜 지식인들의 추악한 실체를 구토가 나도록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새삼 전교조의 역사를 돌아봅니다. 전교조는 핍박받고 고통받았지만 불의 앞에 무릎 꿇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당당히 사랑과 정의를 지켜왔노라고, 여기 그 살아 숨 쉬는 역사가 있노라고 이 책을 내밀 수 있습니다.

 

교사들의 삶을 줄기차게 글로 엮어낸 저자 윤지형의 교사 시리즈 책들이 열전에 해당한다면 다시, 닫힌 교문..’은 통사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러나 열전 속에 담긴 개별성과 구체성이 이 통사에도 잘 녹아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건과 활동만 나열한 건조한 책이 되고 말았겠지요 전교조의 역사. 교사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겠다는 저자 윤지형 선생의 소명의식. 한 개인의 열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그에게 부여한 과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진리란 모름지기 안과 밖이 하나이니 굳이 구별할 필요도 없겠지만, 한 사람이 자신도 거부할 수 없는 간절한 열망을 가진다면 그것은 그의 운명입니다. 전교조는 이런 사관(史官) 한 사람을 가진 것이지요. 전교조에는 여러 조합원 저자들의 멋진 책이 많지만, 이 유례없는 노동조합의 실록 역사가로 맞춤한 동지 한 사람이 점지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며 오늘의 우리는 쓸쓸함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처음처럼 여전히 기쁘고 아프게 살아있는가. 초창기 전교조처럼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혹시 우리는 더 배울 필요가 없어진 것인가. 학교 안팎에서 갖가지 모임을 만들어 공부하고 토론하며 실천하는 일이 필요 없는 세상이 도래하기라도 했단 말인가.

 

배움이 필요 없는 삶은 없습니다. 모든 고귀한 일은 함께 하는 공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배운다는 것은 변화와 실천을 동반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 이전에 배우는 사람, 공자가 자기만큼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모든 스승들의 삶은 참다운 배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성인들의 삶도 완성의 자리까지 끝없는 배움과 도전의 과정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더욱 함께 배우는 일을 멈추지 말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의무가 아니라 그 기쁨을 포기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언제 적부터 시들해진 함께 공부하는 기쁨, 살아있는 한 포기하고 싶지 않은 배움의 즐거움을 다시 여러 모임에서 이 책 한 권을 함께 읽는 것으로 되살려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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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많을수록 좋다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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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읽었다. 기간도 짧고 분량도 두터운 편이라 잘 읽어올까 내심 걱정했는데, 새내기후배도 원로급 선생님도 아주 감명깊게 읽었다고 했다. 읽다가 울컥한 부분도 많다고. 학교교육과 공부방의 삶을 비교해보며, 우리는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할까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오간 시간이었다.  성공한 도서 선정 ^^ 뿌듯했다. 두어달 전 페이스북에 썼던 리뷰를 옮겨본다.

 

**

 

며칠 동안 밤낮으로 이 책의 내용, 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일구어낸 삶의 이야기에 잠겨 있었다. 결코 무심히 볼 수 없는 책, 한 번 읽고 나면 마음 깊숙히 자리잡아 떠나지 않을 책이다. 책을 읽고 나니,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다가도 공동체 이야기를 떠올리며 마음을 고쳐먹기도 한다. 저자 김중미 선생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이런 삶을 살아줘서 너무 고맙고, 이런 책을 써 주셔서 더욱 감사하다고.

 

사람들이 점점 불행하고 잔인해지는 이유는 삶의 모든 것을 함께 나눌 공동체가 사라진 탓이다. 그러니 영혼의 신성성, 영성이 고갈되어 버렸다. 고깃덩어리 육신에 피폐한 정신을 담아두고 허겁지겁 살고 있다.

 

그런데 전혀 다른, 고독한 도시인들은 생각도 못할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일군 공동체, 그 아름답고 치열하고 감동적인 사연을 생생하게 기록한 에세이집이다. 내게는 '전태일 평전' 다음으로 꼽을만한 충격과 감동의 이야기이다. 전태일이 살았으면 이런 공동체를 일구는 '삼촌'이 되지 않았을까.

 

가난한 아이들의 삶을 보듬는 작은 공부방에서 시작된 관계가 어언 30년 든든한 공동체로 뿌리내렸다. '이모' '삼촌'들이 청춘을 바쳐 키워낸 아이들이 자라서 다시 공동체의 이모 삼촌이 된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의 시공은 깊고 넓어진다. 꽃씨가 퍼지고 퍼지면 꽃으로 가득한 세상이 될 것이다. 그렇지. "꽃은 많을수록 좋다"

 

이런 삶을 증언하고 조명하는 일. 동화와 소설과 에세이집으로 이렇게 세상에 알리는 것이 또 얼마나 필요한 일인가 하는 것을 느낀다. 정말 절실한 문학은 이런 것이다. 작가의 상상이나 취재 수준이 아니라 직접 살아낸 삶으로 이루어진 글이 주는 감동은 특별하다.

 

김중미선생의 삶에서도 새삼 생의 신비를 느낀다. 인형극 이야기는 특히 그렇다. 혼자 종이 인형을 만들며 놀던 아이가 이제 아이들의 인형극단을 꾸려 해마다 공연을 올린다. 인형극 워크샵으로 공부방 밖의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 감동을 전파한다. 어릴 적부터 연민이 남다르고 이야기를 좋아하던 소녀는 자라서 외롭고 가난한 아이들을 보듬는 큰 이모가 되었고, 그 감동을 전파하는 작가가 되었다. 씨앗. 무엇인지 모를 그 씨앗이 이렇게 아름드리나무가 된다.

 

씨앗인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우리. 그 씨앗이 잘 싹트고 자랄 수 있도록 얼마나 도와주고 있는가.. 처음엔 두꺼운 분량 때문에 모든 아이들에게 읽히기 힘들겠다 싶었는데, 이젠 어떻게 하든 이 책을 전부 읽히고 싶다. 교사독서모임, 친구모임에도 이 책을 읽자고 메시지를 보낸다. 미국 아미쉬, 영국 핀드혼, 스페인의 벤포스타, 먼 나라에서만 이루지는 삶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동체가 있다. 욕심과 아집 투성이인 나는 언감생심이지만 다시 태어나서 이런 공동체 속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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