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많을수록 좋다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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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읽었다. 기간도 짧고 분량도 두터운 편이라 잘 읽어올까 내심 걱정했는데, 새내기후배도 원로급 선생님도 아주 감명깊게 읽었다고 했다. 읽다가 울컥한 부분도 많다고. 학교교육과 공부방의 삶을 비교해보며, 우리는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할까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오간 시간이었다.  성공한 도서 선정 ^^ 뿌듯했다. 두어달 전 페이스북에 썼던 리뷰를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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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밤낮으로 이 책의 내용, 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일구어낸 삶의 이야기에 잠겨 있었다. 결코 무심히 볼 수 없는 책, 한 번 읽고 나면 마음 깊숙히 자리잡아 떠나지 않을 책이다. 책을 읽고 나니,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다가도 공동체 이야기를 떠올리며 마음을 고쳐먹기도 한다. 저자 김중미 선생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이런 삶을 살아줘서 너무 고맙고, 이런 책을 써 주셔서 더욱 감사하다고.

 

사람들이 점점 불행하고 잔인해지는 이유는 삶의 모든 것을 함께 나눌 공동체가 사라진 탓이다. 그러니 영혼의 신성성, 영성이 고갈되어 버렸다. 고깃덩어리 육신에 피폐한 정신을 담아두고 허겁지겁 살고 있다.

 

그런데 전혀 다른, 고독한 도시인들은 생각도 못할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일군 공동체, 그 아름답고 치열하고 감동적인 사연을 생생하게 기록한 에세이집이다. 내게는 '전태일 평전' 다음으로 꼽을만한 충격과 감동의 이야기이다. 전태일이 살았으면 이런 공동체를 일구는 '삼촌'이 되지 않았을까.

 

가난한 아이들의 삶을 보듬는 작은 공부방에서 시작된 관계가 어언 30년 든든한 공동체로 뿌리내렸다. '이모' '삼촌'들이 청춘을 바쳐 키워낸 아이들이 자라서 다시 공동체의 이모 삼촌이 된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의 시공은 깊고 넓어진다. 꽃씨가 퍼지고 퍼지면 꽃으로 가득한 세상이 될 것이다. 그렇지. "꽃은 많을수록 좋다"

 

이런 삶을 증언하고 조명하는 일. 동화와 소설과 에세이집으로 이렇게 세상에 알리는 것이 또 얼마나 필요한 일인가 하는 것을 느낀다. 정말 절실한 문학은 이런 것이다. 작가의 상상이나 취재 수준이 아니라 직접 살아낸 삶으로 이루어진 글이 주는 감동은 특별하다.

 

김중미선생의 삶에서도 새삼 생의 신비를 느낀다. 인형극 이야기는 특히 그렇다. 혼자 종이 인형을 만들며 놀던 아이가 이제 아이들의 인형극단을 꾸려 해마다 공연을 올린다. 인형극 워크샵으로 공부방 밖의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 감동을 전파한다. 어릴 적부터 연민이 남다르고 이야기를 좋아하던 소녀는 자라서 외롭고 가난한 아이들을 보듬는 큰 이모가 되었고, 그 감동을 전파하는 작가가 되었다. 씨앗. 무엇인지 모를 그 씨앗이 이렇게 아름드리나무가 된다.

 

씨앗인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우리. 그 씨앗이 잘 싹트고 자랄 수 있도록 얼마나 도와주고 있는가.. 처음엔 두꺼운 분량 때문에 모든 아이들에게 읽히기 힘들겠다 싶었는데, 이젠 어떻게 하든 이 책을 전부 읽히고 싶다. 교사독서모임, 친구모임에도 이 책을 읽자고 메시지를 보낸다. 미국 아미쉬, 영국 핀드혼, 스페인의 벤포스타, 먼 나라에서만 이루지는 삶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공동체가 있다. 욕심과 아집 투성이인 나는 언감생심이지만 다시 태어나서 이런 공동체 속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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