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영웅전 1~8 세트 - 전8권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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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arija Zaric on Unsplash


무협지를 읽고 계단 위에서 뛰어내리지 않은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화자는 무술책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검색하고 광고를 보고 서점 서가를 뒤졌다. 50여 권의 무술책이 모였다. 


한 권을 사면 처음부터 끝까지 숙독했다. 무협지에서 말하는 내공을 훈련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기를 바랬다. 호흡을 통해 외부의 기를 받아들여 단전에 축적하고, 이를 몸 안에서 순환되게 하여, 바벨이나 중력 이기기를 하지 않아도, 더 빠르게 달리고 더 무거운 것을 들 수 있으며, 더불어, 파괴력을 지닌다면 얼마나 신이 날까 생각했다. 중국은 무술의 진수를 제자 중에서 뛰어난 이를 지정해 남긴다고 한다. 그것도 책이 아니라 대부분 구술로. 당연히 내가 산 책에는 무술의 핵심이 들어있지 않았다. 실망, 대실망이다. 지금은 유산소 운동을 위해 14권 정도를 남기고 모두 중고 서점에 팔았다.


무협지만큼은 아니더라도, 무술을 익히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술 관련 만화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강함이란, 자신의 오만을 관철하는 힘'이라고. 그 말의 50% 정도는 동의한다. 오만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면 남보다 강해야 한다. 강하다는 말 속에는 비단, 육체적 투쟁의 우위 외에도, 어떤 분야든, 그 분야 최고에 가까울수록 강하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Photo by Erik Mclean on Unsplash


내가 미슐랭 3 스타 셰프다. 그런 내가 '요리란.."이라고 정의를 내리면 그것은 진실이 된다. 이것이 강함이 가진 영향력이다. 뒤집어 말하면, 아무 존재감 없는 내가 옳은 이야기 해도 그 말에는 영향력이 없다. 무엇을 이룬 적이 없으므로, 의견이나 주장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세상은 1등만 기억해'라는 말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인간성이 쓰레기 수준이라도, 분야 상위자의 말은 영향력이 있고, 소위 '잘 나간다'. 그것이 이해되지 않더라도, 세상은 인과법칙과 일등주의에 지배된다. 영업 톱의 말에 사장이 귀를 기울이지 않을 이유는 없다. 즉, 지금의 상태를 초월할 수 있게 된다.


무술은 '약자가 강자의 침략을 물리치는 힘'이라고 정의된다. 현대 사회에서 무술은 폭력이다. 그렇다면 무술은 폭력 기술의 모음일까? 타인의 무법적 침략에 대응하는 호신술은 폭력의 범위에 넣지 않는다. 정당방위 혹은 방어의 범주로 분류한다. 그렇다면 현대에 무술로 강하다는 말은, 타인을 무법적으로 침략하지 않고, 어떤 외부의 침략도 모두 물리치는 수준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올바를까?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공격이나, 타인을 침략하기 위한 공격이나 동일한 동작과 힘이다. 핵심은 의도에 있다. 무협지에서 우리가 놓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사조영웅전의 말미에, 주인공 곽정은 그동안 익힌 상승무공을 모두 잊으려 한다. 정의를 위해서라도 사람의 목숨을 앗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높은 수준의 무공에 이르기 위해 불철주야 무학을 익히고 수련을 해도, 인간을 다치게 할 뿐이라는 점이다. 비록 상대가 악인이라도, 내가 그를 다치게 하거나 목숨을 뺏을 이유는 없다고 고민한다.


곽정의 무공 익히기는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시작된다. 비단 그의 사부들은, 구처기와의 내기를 곽정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계기로 삼았지만. 마옥에게 내공을 배워,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사부들에게 보답하고 무공에 진전을 보여 사부들을 기쁘게 하고 싶은 곽정의 마음은, 홍칠공을 만나 그의 절학을 배워 더 강해지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무공이 강할수록 번뇌는 커지고 죄의식이 커졌다.


하지만, 구천인이 '죄 없는 자만이 자신을 벌할 수 있다'라는 외침에 모두가 손을 내리지만, 홍칠공 만은 자신이 그 자격이 된다고 했다. 232명의 목숨을 앗았지만, 모두 백성을 괴롭히는 악인이고, 선량한 사람을 죽인 적은 없다고 했다. 이에 곽정은 무공을 익혀 선을 행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라고 마음을 돌린다. 천하제일의 명성을 좇지도, 욕심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를 침략하지도 않고 부단히 무공을 닦고 이를 기반으로 선을 행한다면 더 이상의 번뇌는 없을 거라고 결론을 내린다.


해리포터, 사조영웅전 시리즈, 그리고 중국 무협 시리즈 등은 초월하고자 하는 마음을 그리고 있다.



Photo by Kira auf der Heide on Unsplash


마법과 무술의 세계로 들어가는 계기는 작품마다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은 마법과 무술은 인간이 타고난 능력을 초월할 방법이 된다는 점이다. 현대는 과학이 그 역할을 한다. IT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메타버스가 각광을 받는 이유는 그것이 물리적 세계를 초월할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 혹은 매달 몇 번 초월을 꿈꾼다. 지금까지의 자신이 해내지 못한 일을 어떤 기술을 익힘으로써 해내는 자신을 꿈꾼다. 누구는 황당한 생각을, 누구는 현실적인 생각을 앞에서 초월할 방법을 소유하려 한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몇 번의 장애물 앞에서 좌절을 경험한다는 의미다. 좌절하지 않고 장애를 넘어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대단한 무엇을 원하는 마음이 아니다. 단지 장애물 앞에서 주저앉지 않길 바랄 뿐이다.


경신술을 익힐 수 있다면, 대중교통은 필요 없이, 혹은 더 빨리 목적지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지붕을 밟고 뛰어가든, 허공을 밟고 날아가든. 뒤에서 일어나는 일을 느낀다면, 불시에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보다 머리 회전이 빨라진다면, 실효성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무협지와 판타지를 읽으며 앞서나가 보기도 한다.




#사조영웅전 #무협지 #초월 #무술 #마법 #판타지 #과학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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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도 힘든 삶(살아감)에 대한 이야기를 딸에게 남긴다.


나에게도 인생은 어려운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도 어려운 시간임에 틀림없다. 누구도 같은 시간을 두 번 사는 경우는 없을 테니까. 실수는 당연한 것이다. 천재든 둔재든, 인생에서 한 번의 실수도 범한 적 없는 사람은 없다. 행동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결정한다는 전제하에, 행동의 결과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실수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실수담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으려면, 아마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시간이 더 적은 시점일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절대 기준으로 놓고,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한다. 아니, 더 이상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의 결과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딸에게 남긴 포스트는, 딸이 평생 보지 않은 상태로 남겨질지 모른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 시절, 내가 블로깅(blogging)을 하는 모습을 보고, “가르쳐줘!”라며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었다. 주로 관심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적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블로그(blog)를 봤고, 서로 이웃을 맺었다. 다시 말해서, 딸아이가 내 블로그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볼 수 있는 길은 이미 마련된 상황이다.

두 번째 든 생각은 ‘이해할 수 있을까’이다. 딸아이와 나는 정확히 36살 차이다. 나도 개띠이고 딸아이도 개띠이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태어난 후 출생 신고를 하면서 알아차렸다. 지금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니, 문장의 이해라는 측면에서는 ‘이해’의 문턱에 발을 올려놓았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딸아이가 단어나 문장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내용의 의미가 살에 와닿아 자신의 인생에 반영할 수 있다 자신할 수 없다. 자신할 수 없는 이유는, 나의 경우에도 타인의 삶을 글로 본 후에, 그가 처했던 상황, 그 당시의 심리 및 물리적 상황 등으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당위성을 이해하지 못함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따라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10년 이상을 함께 살아온 딸이라도 지금 나의 포스트를 읽었을 때 그 내용을 간접 경험 삼아 자신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반영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딸에게 글을 남긴다.

‘이렇게 살아야 돼!’라는 지시를 딸에게 남기지 않는다. 이해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기 때문이 당위적 맺음말로 문장을 완결하지 않다. 또 하나의 이유는, 모든 이의 인생은 결코 동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유전자를 공유한 가족이라도 사리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근거로, 성공한 이의 사례를 보
고 자신이 당면한 문제에 적용하더라도 그 답이 될 수 없음을 제시하겠다. 딸은 나에게서 절반의 유전자를, 아내에게서 절반의 유전자를 받았다.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은 딸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볼 때면, 이래저래 간섭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
나 그것은 잔소리일 뿐이다. 나는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한다. 잔소리가 가져오는 심리적 정신적 충격을 뼈 속 깊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행동’을 직접 보여주려 노력한다. 이미 지나버린 나의 행동을 포스트로 남겨 보게 하려고 한다. 또한 영화, 책, 혹은 음악을 소재로 하여 적어 나갔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사는 과정에서 이렇게 변했다. 그러니 너는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 보렴’이라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800여 편의, 그리고 지금도 늘어나고 있는 포스트의 일부에 지나지 않다. 아빠의 과거 혹은 생각을 ‘읽고’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하려는 의도다. 이 안에는 단지 일상의 일들만 적혀 있지 않다. 다양한 화제를 언급하고 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자기 자신, 사회에 대한 것이지만, 비단 그러한 범주에 국한된 글은 아니다. 더욱이, 이 글들을 모아 출간하는 이유는,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감히 주제넘게 내 딸에게 준 기회를 동일하게 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세상의 딸들이 내 아이의 친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을 하고 보니, 내 글을 본 세상의 딸들 중 내 아이와 친구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염려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이, 딸아이가 내 포스트를 보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세상의 딸들 역시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가능성을 두고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웃을 만한 일이다. 오히려 세상의 딸들은 자신의 부모와 소통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유사한 유전자를 가진 혈연의 관계가 보여주는 사례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 황당하고 가공할 상상의 뒤에는, 친구가 될 가능성과 더불어, 세상의 딸들이 혹시 내 글을 계기로 긍정적 삶을 산다면, 그래서 우리 아이가 속한 세상이 긍정적으로 변하는데 힘을 더한다면, 이는 친구가 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일 수 있다 생각해 본다. 그렇게 상상에 공상을 더해 본다.


이미 지나버린 나의 행동을 포스트로 남겨 보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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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지향의 시대 - 마을이 우리를 구한다
마쓰나가 게이코 지음, 이혁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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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대중화는, 소위 Connected Life라는 용어를 낳았다. 인간과 정보, 인간과 인간이 연결된 생활이란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출판(서적, 방송 등) 형태의 정보와 인간, 지역 중심의 인간과 인간의 연결은 존재했다. 그러나 인터넷의 대중화가 그 범위를 넓혔다.


특히 인간과 정보의 연결 부분의 경우, 검색 엔진의 사용 활성화가 접촉하는 정보의 물리적 제약을 축소시켰다. Social Network의 대중화는, 지연, 학연, 혈연 중심의 인간 간 소통에, 관심사를 중심으로 한 느슨한 연결(마쓰나가 게이코 / 로컬 지향의 시대 참조)이 추가됐다. 대중의 스타들이 SNS를 통한 연결을 확대하면서, 과거 방송, 무대, 행사를 통해 접촉하던 형태에 SNS를 통한 제한적 소통이 추가된 것을 참조 사례로 기술하겠다.


인간은 날 몸으로 세상에 나와, 수많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무기가 없어 많은 고생을 했다. 추위와 더위, 맹수와 해충, 거기에 유해한 식물까지 세상 전체가 적인 것 같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우연과 고민을 통해 ‘손’과 타 동물들보다 발달된 뇌를 기반으로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그것이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인간을 능가하는 힘을 가진 맹수와 대등한 위치에 서고 그들을 정복하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우연을 통한 발견 후 가치를 판단하는 것도 있었고, 그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전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합쳐져, 지력을 무기로 갖게 됐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의 범위는 주변이었다. 거기에 타 부족과의 전쟁이나 협력에서 정보의 교류가 일어나며 접촉할 정보의 범위가 넓어졌다.


20세기 말,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인간이 접촉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의 범위는 어디까지 의도할 것인가로 범위가 정해질 정도다. 다시 말하면, 목적을 가지고 찾으려는 마음을 먹는다면 상당한 범위의 정보를 모을 수 있다. 여기에 경험이 있다면 정보를 선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대중화 전과 후를 비교하면 접촉 가능한 정보 범위는 엄청나다.


이러한 변화는 소품종 대량생산 하에서 획일적 소비를 하던 소비자를 변화시켰다. 더불어 호기심도 늘어났다. 그 호기심을 부채질한 것은, 인터넷을 통한 타인의 경험을 살펴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 전자상거래, 최근엔 해외 구매 대행까지 구매 가능 매체가 증가함에 따라, 이러한 호기심이 현실 구현으로 변화했다. 굳이 해외 생활 경험이 없더라도 기존 사용하던 제품이나 서비스 외 동종의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그동안 알지 못하던 자신의 기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마트에 전시된 상품이 자신이 구할 수 있던 상품의 전부이던 상황에서, 전자상거래(통칭)를 통해 마트에 유통되지 않던 상품도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자사의 상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던, 붙잡아 둔 고객을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몸집을 불린 기업들이 이러한 소비자의 변화에 대응하기엔 이미 몸이 둔해 보인다. 바로 상품 기획력의 한계에 따른 제품 재고 증가의 위기 예측이 작용한 덕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기업 구조를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로 바꿀 수도 없고, 단계적으로 변화시킨다고 하지만, 예의 재고, 즉 팔리지 않는 상품에 대한 부담으로 마음먹기에도 어렵다.


그런데 ‘마쓰나가 게이코 / 로컬 지향의 시대’를 읽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대기업은 수많은 협력기업과 함께 일을 하며, 핵심에 집중하는 모습, 아웃소싱의 범위 확대를 해왔다. 그러나 그것은 소품종 대량생산에 맞춰진 분업의 형태였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소품종 대량생산에 맞지 않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더구나 조직 문화에 적응(조직 문화가 건강하지 못해 적응하지 못한 경우 포함) 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재능이다.


현재의 대기업은 실험은 가능하다. 아니 조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사 오류의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기반으로 독립한 사람들은 자본이 미약하여 자신의 재능을 성장시킬 여력이 없다. 일을 해야 할 때는 영업을 하지 못하고, 영업을 할 때는 일을 하지 못하며, 고객의 요구에 맞는 자재를 들여오는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기업이 생산 유통하는 제품과 동종이지만, 다양한 고객의 기호를 맞출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들과 협력한다면 어떨까?


무조건적인 자금 지원이나 설비 지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른바 경연을 통해 한계 수량만큼 생산하여 대기업이 접촉한 유통을 통해 별도의 매대를 구성해서, 지역별 판매 현황을 조사하는 것이다. 일종의 오디션이다. 시작은 이렇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 사람들의 기호는 또 변화한다. 그러므로, 제안 채널을 확대하여 대기업 내부 심사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이 독립 매대를 활용하는 것이다. 제한 수량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한, 판매 후 서비스가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소비자 기호에 맞는 상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는 판매처가 생기는 것이고, 대기업은 일종의 마켓 플레이스 구축을 통해 기존 고객을 놓치지 않으며, 고객 기호 변화에 대한 실질적 빅 데이터를 수집할 기회가 생긴다.


여기까지 기술한 것은 구상이자 상상이다. 대기업의 문화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수많은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왕좌왕할 시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생각해 볼 사안이라 판단된다. 


다품종 소량 생산, 즉 소비자 기호가 다양화되는 시대에 대한 대응책은,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다. 전에 없던 상품이고 누구도 필요하다고 생각도 못한 상품으로, 소비자가 혜택을 입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받아들여 필수품으로 화하는 경우. 단적인 예가 스마트폰일 것이다. 여기에는 앱 스토어 등 생태계의 동반 성장 등 복잡한 성장 배경이 있지만, 애플의 주도하에 여러 기업들이 그 길을 밟아가며 매출을 쌓아가고 있다. 


상기의 사례로 들 수 있는 것이 앱 스토어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앱 스토어에 앱을 올리는 많은 주체들은 앱 스토어 운영 기업의 하청 기업이 아니다. 다시 말해, 애플이 만든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3:7(애플:제작사)의 비율을 기반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만일 애플이 혼자서 이 많은 앱을 만들려 했다면, 하나를 만들어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형태라 물리적 상품 재고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의 한계에 분명히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라는 특수성은 있지만, 다품종 소량 생산의 사례인 것은 명확하다. 이를 오프라인으로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이마트는 No Brand를 내놓으며 마케팅 비용이 없어 가성비에 강한 상품이란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대기업이 확보한 유통 채널이 오프라인 마켓 플레이스가 되고, 그곳에 특별 매대가 생기는 형태. 여기서도 가능한 한 3:7, 욕심을 내면 2:8의 매출 배분의 형태로 오프라인 마켓 플레이스를 만든다면 어떨까?


온라인 상점이든 오프라인 상점이든, 왕래하는 고객의 수가 늘어나면 구매율도 자연히 높아진다. 더구나 고객의 소비 변화를 자신이 활동하는 판매장에서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생각할 수 있다. 더불어 침체된 경기에 억지로 채용 범위를 늘리는 것보다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팀으로 만들고, 오프라인 비용이 적게 드는 지방에 위치시켜, 자체 판매도 하면서 대기업 유통 안에도 판매하도록 한다면, 지역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대기업의 이름을 내세워 중소기업을 힘들게 하는 담당자와, 품질이 만족스럽지 못한 제품은 각종 향응과 접대를 통해 통과시켜 결국 소비자가 멀어지게 하는 사람들이 없길 바랄 뿐이다. 이 두 존재는 상보적으로 서로를 성장시켜 와서 이제는 뿌리를 뽑기에는 늦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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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 5년차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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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단 칸에서 시작한 작가의 혼자 살기. 그 5년 후의 이야기를 먼저 보고, 9년이 됐을 때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본다면, 1인 가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환경을 준비하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소개한다.


타카기 나오코는 드문드문 '호홋!' 웃음이 나는 부분들을 적절히 섞어 이야기를 만드는데 능하다. 덕분에 혼자 사는 모습에 대한 이해(내가 주인공이 됐을 때의 혼자 살기를 이해하는 것)가 쉽다.


2012년 발행인데, 당시의 일본 마트의 모습(이 책에서는 동네 슈퍼마켓)이 현재 우리나라 마트의 모습과 매우 비슷하여 놀랐다. 과연 일본의 10년 전 일상을 들여다보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 즉 사업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이 진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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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보통에 맞추어 드립니다 - 일본 진보초의 미래식당 이야기
고바야시 세카이 지음, 이자영 옮김 / 콤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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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세카이의 미래 식당은 '구상, 실험, 그리고 오픈 소스'의 장이다. 식당이라는 공간에서 고객들이 어떤 가치를 어떻게 가져가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험하고 실행한 결과를 모아 책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개한다. 그리고 피드백을 기다린다. 식당에서 오픈 소스라니, 수십 년 식당을 운영한 오너 셰프들은 의아해하기도 혹은 웃어넘기기도 할 만한 일이다.


고바야시씨는 전직 IT 회사 직원이다. 시스템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종사한 엔지니어이다. 그러한 사람이 식당을 설립했다. 그것도 은퇴 후의 식당 오픈이 아니라 결심을 세우고 식당을 오픈했다. 


우리는 식당을 오픈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다. 시기가 은퇴 후이든 은퇴 전이던 모두 다르다. 억지로 식당을 오픈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기존 직업에서 내려왔는데 앞으로 무엇을 할까를 고민하는 과정 중 탄생할 수도 있겠다. 그들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 메뉴 중심? 식당 설립 동향 중심? 사람들이 즐겨 찾는 상권 중심? 어떤 경우든, 식당과 무관한 이전 직업의 지식과 경험은 단절되고 새로운 출발을 한다. 이것은 이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고바야시씨의 식당에는 전직 정보기술 엔지니어의 지식과 경험이 활용된다. 동선 등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여 인테리어에 반영한다. 1인이 운영하기에 가장 효율적인 동선과 업무 처리 과정을 설계하고 이를 실험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한다. IT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항상 운영되는 업무 처리 과정이다. 요건, 설계, 구현, 테스트, 전개, 피드백, 개선의 과정이 식당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중심에 놓여 있다.


필자는 예전 직장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섣부른 말이었다.


"은퇴하면 남는 것은 프레젠테이션 편집 능력뿐인데, 이걸 어디다 쓰겠어?!"


마치, 중고등학생일 때 치기에 젖어 하는 말과 거의 동일하다.


"영어 말고 실생활에서 활용할 만한 것이 없어. 시장 볼 때 적분을 하겠어, 회사 들어가서 미분을 하겠어!?"


그런데 이런 말들은 모두 세상을 모르고 한 말이다. 선입견을 가지고 넘겨집다가 팔이 부러진 꼴이라 하겠다.


고바야시씨는 효율적 업무 처리 과정 구상 및 실현 외에도 오픈 소스의 원리를 적용한다.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하고 여러 사람이 도입하여 활용해 보고 좀 더 나은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참고하여 자신의 구상도 더 나은 모습으로 개선하는 과정. 아마도 이 책 역시 그런 의도의 출판일 것이다. 출판이란 무엇인가? 기록과 전파다. 남길 만한 것을 기록하여 여러 사람이 읽도록 하는 것이 출판이 가진 속성이다. 고바야시씨는 '너무 자세한 것 아니야?'라고 할 정도로 상세히 식당 운영에 대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고바야시씨의 식당에 대한 개념이다. 식당으로 '음식을 먹는 곳'이라고 정의한다면, 고바야시씨는 '무슨 음식'을 먹는 곳인지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먹는' 곳인지를 정의한다. 


한끼알바라는 서비스가 있다. 고바야시씨의 미래 식당에서 50분을 일하면 무료 식권을 준다. 이 알바에는 다양한 사람이 온다. 자신의 가게를 열려는 사람, 참여하고 싶은 사람, 호기심을 가진 사람 등등. 고바야시씨는 한끼알바에 참여한 사람의 속내를 파보지 않는다. 방해가 된 적도 있다. 그러나 한끼알바로 노하우를 배운 사람, 노동의 즐거움을 안 사람, 호기심을 충족한 사람 등 다양한 결과가 산출됐다. 이들 중에는 자신이 얻은 무료식권을 다른 사람(고바야시씨는 어려운 사람이 사용하길 원했다)이 사용하도록 식당 앞에 붙여 놓기도 한다. 월급날이 다 되어 돈이 떨어진 사람, 어려움에 배가 고픈 사람, 아니면 공짜를 원하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공유된 무료 식권을 사용한다. 사용된 식권에는 발행 일자, 사용자의 느낌 혹은 생각 등이 적혀 정리되어 다시 식당을 찾는 사람들에게 공유된다.


고바야시씨는 매일 다른 메뉴의 정식만을 판다. 그 아이디어를 식사하던 중인 사람들에게 묻기도 한다. 그리고 중복되는 아이디어는 중복된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만을 밀어붙여, 무조건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일종의 기획 회의다.


미래 식당에는 자신이 마시고 싶은 음료나 술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마신만큼 가게에 기증하고 가면 된다. 별도의 자리 이용료 등의 금전 교환은 없다. 이렇게 마련된 음료나 술은 공짜로 다른 손님들에게 공개된다. 어떤 마음으로 음료나 술을 가져오든 이 규칙을 지키면 자신이 마시고 싶은 음료나 술을 마실 수 있다.


한끼알바로 인건비 추가 발생을 없애는 이득을 얻었다 할 수 있을까? 오히려 방해가 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데. 무료 식권이 공유되어 매출에 영향은 없었나? 메뉴에 파는 술이 있는데 손님이 가져온 술을 무료 공개하면 매출에 영향이 있지 않나? 이런 의문들을 책에서 조곤조곤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런 활동을 하는 이유도 책에 잘 나와 있다.


정식을 파는 식당은 미래 식당 주위에도 많을 것이다. 미래 식당의 정식이 타 식당보다 월등히 맛있다는 이야기도 없다. 식당을 차리기 전에 여러 식당을 돌며 수련을 쌓았다고 하고, 맞춤 메뉴를 해줄 정도의 기술을 보유하고는 있다. 그렇다면 미래 식당이 제공하는 차별화는 무엇인가? 정식, 식당, 손님이란 공통 요소 외에 무엇으로 재 방문율을 높이고 고객 범위를 확장하는가? 그 답을 구하기 위해 고바야시씨가 접근한 방향은, '어떻게 먹는가'이다.


식사를 하는 과정은, 정식이 나오면 수저와 젓가락을 들고 나름대로의 순서로 입에 놓고 씹어 삼키는 것이다.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다. 미래 식당은 맞춤 메뉴를 통해 변화를 주었다. 식당 주방 냉장고에 있는 식자재를 공개하고 그중에서 원하는 메뉴를 말하면 조리해 주는 것이 맞춤 메뉴다. 만화 '심야식당'의 방식과 유사하다. 메뉴판에 없더라도 식재료만 있으면 조리해서 제공한다. 한끼알바를 해서 무료 식권을 받고 당일 혹은 다음 날 사용한다. 노동을 대가로 제공하고 한 끼를 먹는 것이다. 혹은 남이 공유한 무료 식권으로 식사한다. 자신이 원하는 술을 가져와 마시고 그 절반은 가게에 남겨둔다. 혹은 남이 공유한 음료나 술을 내가 마실 수도 있다.  이렇게 '어떻게'를 차별화한 식당이 미래 식당이다.


이것이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의 한 사례이다. 전에 없던 사업을 시작해 신규로 시장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아닌, 기 구성된 시장에 이미 있는 식당이라는 상품을 내놓을 때 필요한 것은 차별화이다. 즉, 유사 식당들이 많은데 점심 혹은 저녁 시간에 '내' 식당을 찾을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혹자는 맛으로, 혹자는 이벤트로, 혹자는 서비스로 차별화를 구상할 것이다. 여기에 '어떻게 식사하는가'라는 측면도 하나 추가된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카페'를 낸다면 나는 '어떻게 차를 마시는 공간'을 만들 것인가?

여러분은 100개나 되는 음식점 중에서 한 곳을 고르고, 마을을 통틀어 10,000가지가 넘는 메뉴 중에서 먹고 싶은 것을 하나 고릅니다. 메뉴 번호 72번 ‘자연을 머금은 바다에서 우메 할머니가 갓 정제한 소금과 반짝 반짝 빛나는 태양을 벗 삼아 야마다 씨가 정성을 다해 키운 무농약 토마토로 만든 수제 허니 케첩을 곁들인 몽글몽글한 오므라이스‘를 말이죠.
이런 상상을 했을 때 저는 결코 이런 세계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메뉴도 가게도 계속 늘어나는 세계에서, 저는 살고 싶지 않습니다. (13)

처음으로 갔던 그 찻집에서 어떤 극적인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조용히 앉아 ‘태엽 감는 새‘를 읽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으로 경험한 ‘어른‘, 그리고 ‘개인‘의 공간이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다가와 왠지 모르게 언젠가는 나도 이런 가게를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15)

내 말을 들은 손님들 대부분이 "그럼 그걸로 주세요"라고 대답한다. 그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 손님에게는 식단표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마음에 드는 메뉴가 있는 날 다시 방문해달라고 설명한다. (28~29)

"반찬도 여러 가지 나오고, 제철 재료를 쓰는 데다가 메뉴도 매일 바뀌니까 너무 좋아요. 이런 걸 ‘집밥‘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집에서는 이렇게 못 만들어 먹죠." (31)

"돈가스가 먹고 싶어요", "치킨난반이 먹고 싶어요"라고 하는 손님들에게는 "돈가스랑 치킨난반은 둘 다 튀김 요리니까 하나는 기각입니다"라고 대꾸하기도 하고, "생선조림이 먹고 싶어요"라고 하는 손님에게는 "여름에 생선조림은 더워서 먹기 힘드니까 차가운 카레조림은 어때요?" 하고 계절감을 더하기도 한다. (33)

여러분은 ‘오픈소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오픈소스(open source):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 코드를 인터넷 등을 통해 무상으로 공개해 누구나 그 소프트웨어를 개량하고, 이것을 재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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