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릿 오브 원더 Spirit of Wonder 세미콜론 코믹스
츠루타 겐지 지음, 오주원 옮김 / 세미콜론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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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 ‘Spirit of Wonder’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번역한 분은 이 제목을 영어로 놓아두었을까? 


의미 전달을 위해, 굳이 번역하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 번역자분에게 할 말은 없다. 대신, 스스로가 제목이 가진 의미를 찾아 보려 한다.


사전적 의미로 ‘Spirit’은 ‘정신, 영혼, 기분, 마음, 특정 유형의 사람, 기백, 기상, 활기, 공동체 정신, 진정한 의미, 참뜻, 혼령, 정령, 증류주/화주’ 이다. ‘증류주, 화주’에 이르러서는 조금 놀랐지만,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Wonder’는 어떠한가? ‘경탄, 경이, 기적, 불가사의’가 사전에 나온다. 동사가 아닌 명사의 의미가 그렇게 나열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은 후, 이 여러 의미들 중 필자가 선택한 것은 무엇일까?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이 혹은 기적’ 이다.


만화 ‘Spirit of Wonder’는 전문 만화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유는, 적어도 일반 대중에게 있어서, 알려지지 않은 과학적 완료품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A 지점의 물질을 B 지점으로 옮기는 순간 물질 이동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다가올 시간으로 가는 타임머신, 우주에 가득한 에테르의 기류를 타고 거대한 비행선으로 화성에 가는 이야기 등이 이야기 속에 나온다(에테르는 주석이 붙은 것으로 봐서 실제 이론인 듯하다). 나름 원리를 이야기하는 대목도 있지만, 전문 만화란, 현실 속 기술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알려주는 만화라는, 필자만의 정의에 따라, 이 만화를 전문 만화로 분류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상상 속의 혹은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봤던 과학적 완료품(완성이라는 말은 맞지 않아 보임)이 인간을 위해 사용되어 삶 속의 작은 기적 혹은 경이를 일으킨다.


신이 시각적으로나 촉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기적이나 경이는 과학이 이루어내고 있다. 아니, 우리 눈앞에 벌어진 기적이나 경이로 분류되는 일들을 신이 한 일이라 모두 생각하지 않는 시대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까?

인간이 하늘을 날아 유학을 가고 여행을 하며, 적어도 100년 전보다는 예방 혹은 치유할 수 있는 질병이 늘었으며, 내가 쓴 글을 불특정 다수에게 방 안에 앉아 공개할 수 있고, 미국에 가지 않아도 원하는 상품을 내 집 현관으로 배송 시킬 수 있는 이런 작거나 큰 기적 혹은 경이(적어도 100년 전 기준으로)는 과학이 이루어낸 산물들이다. 결코 신의 손짓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대에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경이 혹은 기적’이란, 과학자들의 선의의 노력으로 인해 소수 혹은 다수가 행복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모든 경이로운 존재들은 양날의 검과 같다. 옳게 사용되면 한 명 이상의 인간들이 편익을 얻을 수 있고, 그릇되게 사용되면, 한 명 이상의 사람들이 불행하거나 불편해지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과학자들의 노고와 업적을 존중하면서도, 그들을 신으로 부르지 않는 이유는, 언제나 그렇게 되는 이성적, 이론적, 실제적 근거를 함께 이야기하기 때문이며, 궁극적으로는 신이 아닌 인간이 이루어 낸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인류 전체에 공헌한 과학자들에게 노벨상이란 영광을 제공하기도 하지만(노벨상을 받은 결과가 인간을 해하는 무기로 사용되는 경우는 제외하고 싶다).

신이 무엇을 만들었을 때, 우리는 노벨상을 주지 않았다. 물론 줄 수도 없겠지만. 감사할 뿐이었다. 과학자들이 무엇을 만들었을 때는 혹은 발견해 냈을 때는 대등하게 치하한다. 이것이 과학자를 신이라 부르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과연 현실적인 경이 혹은 기적은 과학자들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이 글에서 사용되는 ‘과학자’라는 단어는 수학자, 의학자, 화학자, 지구과학자, 물리학자 등등 모든 사람들을 아우르는 대명사이다. 매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진정한 의미의 경이나 기적’을 행할 수 없는 것일까?


치밀하게 따져 들어간다면, 내가 오늘 회계 결산을 마무리하지 않았다면, 우리 회사 2,000여 명의 직원들 업무에 크고 작은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거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기적이다. 물론 평소보다 빨리, 정확히 이 일을 완료했을 때 ‘경이로운 일’이란 치하가 따라붙을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게 하는 것만이 경이나 기적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회계부서 직원은 과학자와 같다. 즉, 특정 기술을 가진 자이다. 다시 질문을 상기해 보면, 평범한 우리들은 ‘진정한 의미의 경이나 기적’을 일으킬 수는 없을까?


‘경이 혹은 기적’을 ‘일상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무엇’이라고 정의한다면,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경이나 기적’은 선한 마음을 행동으로 구현한 것이 아닐까? 뭔가 대단한 명제라도 기대했다면 실망했겠다.


우리는 ‘봉사’라는 감투를 만들었다. 그만큼 타인에게 베풀거나 기여하는 일이 일상적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개개인이 아닌 기준에 따라, 선의를 가지고 타인을 대한다. 여기에 지금까지 익숙해진 감정 표현을 덧대어.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유독 차갑게 대한다거나,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찼지만 표현을 잘 못해 망설이다가 그만 상대에게 실망을 주었다거나, 잘 하려고 소리를 질렀는데 그만 상태의 눈물샘을 터뜨려 버렸다든가, 사기를 독려하려 폭탄주를 탔는데 다음 날 모든 이들의 원망의 대상이 되었거나 등등.


선한 마음을 선하게 표현하는 것은 결코 일상적인 일이 아니다. 우리 보통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선한 마음을 선하게 표현하도록 훈련받아 오질 못 했다. 맞벌이나 누군가 집에 있어도 그런 것을 실천해 보여주거나 알아듣게 알려 준 사람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순자가 성악설을 주장했다 했을 때는, '이 선생, 상당히 시니컬한 견해를 가진 분이네' 라고 생각했지만, 교육받지 못하고 훈련되지 않은 사람만큼 야생동물도 없다.


더구나, 타고난, 아니 부모들이 물려준 성격이라는 것이, 스스로가 차분히 그런 것들을 잘 찾아 익히도록 태어난 사람이 1만 명 중 하나가 될까 말까 한 확률 속에서, 교육 훈련 없이 스스로가 통찰을 얻고 깨달아 선한 마음을 선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런 것이 일어나는 것을 직접 보거나, 선한 행동의 대상이 나일 때는 더욱더, 경이롭고 기적같이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특별한 기술을 가지지 않은, 주목받지 못하는 회사원 포함, 사람들이 '진정한 의미의 경이나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를 훈련 시키고 습관화하여, 내가 선한 마음으로 무엇인가를 행할 때 선한 방법을 선택해서 행함으로써, 대상이 되는 한 명 이상의 타인들이 편익이나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반인들이 신기원을 만들거나 발견한 과학자 수준으로 훈련을 쌓아야 될 것처럼 거대하여 달성할 수 없어 보이겠다. 바로 당신 눈앞에 떨어진 휴지라도 줍는다면 이면 어떨까? 아니면, 더운 여름 혹은 장마철 비 내리는 횡단보도에서 유모차를 보도 블럭 위로 올리지 못하는 여인을 도와준다면 어떨까? 나를 기억할 정도는 아닐 수 있지만, 우리는 살면서 기대할 수 없는 기적이나 경이를 맛보게 될 것이다.


자녀가 내가 바쁜 와중에서도 열심히 고른 재료로 씻지도 못한 저녁 상에서 반찬 투정을 할 때, 오히려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서, 그 아이가 이것저것 고르게 하고 그것을 맛 보이는 쪽으로, 그래서 그런 식습관을 천천히 좋은 쪽으로 돌리는 쪽으로 나의 노력 방향을 바꾼다면, 비록 손이 좀 더 가긴 하겠지만, 아이의 엄지 척이 나를 향하는 기적이나 경이는 일어나지 않을까?


1년여 카페로, 술집으로, 유원지로, 해변가로 줄기차게 붙어 다녔는데,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행복이 아님을 알았을 때, 진지하게 상대를 살펴보고 이곳저곳을 푹푹 찔러 보고 '니가 진정 행복해지는 순간은 뭐야' 라고 알아보고, 그렇게 했을 때, 상대의 나를 향한 눈빛이 반짝이며, 좀 더 그윽한 스킨십이 이루어지진 않을까?


이 이상의 일반인들이 일으킬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경이나 기적은 여러분들이 여러분들에 맞게 찾아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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