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위치 1
이시즈카 치히로 지음, 문기업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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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마녀가 있다면 어떨까? 
‘마녀‘라는 단어는 ’유럽 등지의 민간 전설에 나오는 요녀. 주문과 마술을 써서 사람에게 불행이나 해악을 가져다준다고 한다‘ 혹은 ’악마처럼 성질이 악한 여자‘ 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네이버 국어사전). 그러나 이 마녀는 초급 마녀이고, 극에 등장하는 마녀는 아직은 인간과 어울려 사는, 친해지고픈 사람들로 나온다. 극중 마녀들도 나쁜 마녀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지만.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느끼는 많은 한계점들이, 극에 등장하는 히어로나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로 해소되는 느낌이 있다. 이런 특별한 존재들과 어울려 살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신나는 일일 수 있다.


애니메이션 혹은 만화 ‘플라잉 위치’는 얼마간의 수련을 쌓고, 세상에 나와 경험을 쌓기 시작한 초급 마녀의 일상을 보여주는 드라마이다. 우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녀 배달부 키키’를 기억한다. 키키도 얼마간의 수련을 쌓은 후 성장을 위해 독립해서 살아가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간은 20살이 넘도록 부모와 함께 살며, 부모의 슬하에서 그 은혜라는 울타리 안에서 장기간 보호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야기처럼, 세상에 홀로 서는 연습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그럼 부족 혹은 경험의 결핍은, 불안감에 싸인 부모들 역시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녀 배달부 키키’와 ‘플라잉 위치’는 공통된 부분과,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
초급 마녀의 홀로 세상 익히기, 능숙한 재주는 빗자루로 나는 능력 정도. 물론 그 능력은 조금 차이가 난다. 재주의 운용에 미숙하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플라잉 위치의 초급 마녀는 빗자루를 타고 나는 원리를 다시 언니에게 배울 만큼 깊지 않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생계를 위해 빗자루를 타고 나는 능력을 활용할 정도는 되는데.
그리고, 홀로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독립을 했다는 것과, 새로 살아가기 시작한 마을에서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는 점. 또, 친교를 맺는 인간들이 마녀라는 존재에 대해 처음 듣는다거나 많은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존재 자체는 이미 알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겠다.


어쩌면, 플라잉 위치는 마녀 배달부 키키와 비교해, 주인공의 연령을 10대 소녀로 끌어올렸다는 점부터 차이가 난다. 마코토는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덜렁이 10대 소녀다. 그림 상으로는 20대 초반이라 할 만큼의 성숙함도 갖추고 있다. 그리고 키키에 비해 마코토는 마법진을 조금 사용할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의 모습을 나타나게 한다든가, 기본적인 마법진을 그릴 줄 안다거나하는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플라잉 위치는 여성이 되기 전의, 젊어서 예뻐 보이는 모습을 한 주인공과, 역마살이 잔뜩 낀, 성숙한 언니, 더부살이하는 집의 동갑내기 케이. 케이는 안정되어 있고 꼼꼼하지만 유령은 무서워하는 남자. 마코토와 성격 상으론 어울려 나중엔 둘의 애정 관계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이 된다. 그리고 마녀가 되고 싶어 수습 마녀가 되는 케이의 동생, 그리고 마녀의 존재나 그들의 생활에 전혀 놀라지 않는 케이의 부모님. 그리고 등장하자마자 친구가 된 케이의 학급 동료. 이렇게 7명이 주축이 되어, 마코토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들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 ‘플라잉 위치’이다.


책으로도 나와 있지만, 책의 그림체보다 좀 더 정련되어 있고, 실제 움직이기 때문에 더 실감이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성 그대로, 원작의 이야기를 거의 빼지 않고 극화한 형태라 굳이 만화책을 보지 않아도 되는 애니메이션의 구성. 그래서 이전과는 다르게, 원본을 보기 전에 현재 VOD로 올라온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있긴 하다. 하지만, 책을 약간 본 결과, 원작은 처음부터 찬찬히 볼 필요를 느끼고 있다. 애니메이션과의 비교라는 측면도 있지만, 아무래도, 책이란 것은 동작이 눈에 보이지 않는 대신, 상상력을 자극해서(만화는 그보다는 상상의 폭이 적지만) 머릿속에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나만의 묘사를 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 마코토 같은 마녀와 매일 이야기하고 같이 사건 사고를 겪는다면 어떨까? 혹시 한계 많은 인간 생활(마녀와 구분하기 위해 구분자 ‘인간’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음)에서 벗어나 ‘나도 마녀가 되면...’ 혹은 ‘나도 마남이 되면..’이란 생각을 하게 될까? 


인간 세상에 한계를 느낀다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을, 그것이 나쁜 일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더, 하지 못하기 때문에, 특별한 재주 혹은 능력을 갖춰 원하는 것을 구현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서 이지 않을까?


이런 욕심을 버린다면, 느끼는 한계도 적을 것이고, 한계가 적어지면, 인간 세상이라는 것을 좀 더 살만한 세상으로 느끼게 되진 않을까? 사실 이런 수준의 정신세계를 갖추려면 역시 인생 경험을 통해, 이만큼은 괜찮고 이만큼은 과하다는 기준을 가져야 할지도 모른다.


태어날 때, 적어도 자연계에서 가장 약한 신체적 조건을 타고나는 인간에게, 태생부터 탄탄한 지력이 활성화된 채로 주어져 있다면, 현재까지 반만년이 넘는 인간의 역사가 조금은 순탄하지 않았을까? 아! 그럼 삼국 시대, 고려 시대, 조선 시대 이런 것이 없이 고조선이 지금도 이어져 내려왔을까? 갈등 없는 세상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 태생적 무기로서 지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더라도, 갈등과 그것을 해소하려는 노력은 계속되었을까? 더구나 탄탄한 지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더라도, 그 욕심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고, 해를 입었다 생각된 사람은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여전히 투쟁을 계속해 왔을까?


플라잉 위치는 마녀 배달부 키키의 모티브에, 일상의 드라마가 강하게 뒤섞인 작품이라 나름 분류하고 있다. 덕분에, 일본어 회화를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회화 교본이 될 수 있겠다란 생각도 든다. 처음 만난 사람과 나누는 대화, 어딘가 방문했을 때, 혹은 유원지에 놀러 갔을 때, 집에서의 식사 등 일상의 대화가 넉넉히 나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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