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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1 ㅣ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평점 :
정말 필자는 요리 만화에 푹 빠져 산다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이번 느티나무 도서관에서 발견한 만화 '리틀 포레스트'는 필자가 좋아하는 그림체의 그것은 아니다.
자신의 의지로 귀농을 한 젊은, 아니 어린 아가씨의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온 흐름 상 농사를 짓게 된 어린 아가씨의 이야기다.
오늘로써 2번째를 읽은 리틀 포레스트의 내용 구성은 농사 짓기와 요리다. TV 6시 내고향이나 EBS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되는 삶들이 한꺼번에 들어 있는 느낌이지만, 특이한 것은 전통적인 요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감자 농사를 짓는 법과 함께 자신은 감자빵을 엄마만큼 잘 만들지 못한다는, 왜 그런지에 대한 개인사가 같이 소개되며, 감자빵 레시피가 함께 등장하는 구성이다.
쨈을 만들고, 빵을 굽고, 곶감을 만들고, 고구마를 쪄서 말려 구워 먹는 이야기며, 젊은 농부들이 전통 문화를 같이 지켜나가는 이야기 등이 소개된다. 그렇다고 사회 계몽적 목소리를 내진 않는다. 읽다보면 정말 소박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고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런 이야기나 정보들은, 건강한 식재료에 대한, 증가되는 니즈에 부합하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만화 '맛의 달인'과 같이 환경이 파괴되어 점점 건강한 식재료들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도 없다. 청둥오리를 이용한 유기농 벼 재배의 이야기도 있고, 추억과 함께 수유 열매로 잼을 만드는 첫번째 이야기도 그렇고, 건강하게 재배하여 먹는 음식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언젠가 한 작가가 '음식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말을 책에 써 놓은 것을 읽었다. 그 때는 '그건 음식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재료의 이야기가 아닐까?'란 생각도 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결국 모든 음식에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그 말에 찬성표를 던지는 필자의 모습이 있었다.
일본은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게 이야기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만일 이 책의 모든 배경을 우리 나라로 옮기고 내용을 우리 나라식의 농법과 요리 방법으로 교체한다면 어땠을까? 낯설었을까? 왜냐하면 모든 뉴스들은 사고와 비리, 잘못된 현실에 대해 경쟁하듯 전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부족하고 미흡하고 아마추어적이고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전자 시장에서 아직도 선도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고, 우리보다 먼저 서구적 성공을 거둔 나라로 전달되었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에는 왠지 모를 신뢰감이 깔려 있다.
만화 '식객'은 그런 생각을 뒤집기에 충분한 책이었고, 필자의 마음을 '다행'으로 채우는 계기를 줬다. 좀전 영화 '명량'에서는 우리 나라 뉴스의 내용과 다를 바 없는 이야기를 기술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식객'을 들어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우리 나라에도 이 만화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건강한 청년들이 농촌을 지키고 있을 텐데 말이다. '신의 물방울'에서 최근 소개되는 일본 와인 제작기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만화 '따끈따끈 베이커리'에서와 같이 재팡이 아니라 코팡을 만드는 젊은 이들이 많을 텐데 말이다.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출발점으로, 우리 나라를 배경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왔으면 좋겠다. 농촌에 들어가 몇 년의 농사와 그들의 문화 경험을 한 작가가 이해하기 쉬운 만화라는 형식을 빌어 이렇게 이야기를 들려 주었으면 한다. 우리도 식혜는 이런 계절에 이렇게 만들어 먹고, 겨우내 고구마는 이렇게 저장하고 이렇게 맛있는 방법으로 먹으며, 유기농 벼 재배를 위해 청둥오리로 하여금 해충을 없애고 그 오리의 헤엄치는 행위로 잡초가 자라지 않게 물을 흙탕으로 만든다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이야기를 말이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이야기로 이제는 이런 농가가 일본에 얼마나 남아 있는 지를 모르겠다. 산업화를 통해 피폐해지고 각종 개발로 유속이 느려져 자연의 질서가 깨진 우리 나라라도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지는 곳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마시면 가슴이 청량해지는 약수가 나오는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