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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줘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사랑은 누군가를, 아니 한 사람을 채울 수 있나, 항상 자동으로? 혹시 그 '채움'을 위해 뛰어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닌가, 자동으로 채워지지 않아서? 상호 작용, 즉 '합'이 맞을 때 인간은 채워지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 결혼은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사랑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열렬히 상대를 사랑하고 항상 같이 있고 싶고 내 마음을 걸어두어도 된다 생각하고 결혼을 한다. 그런데 막상 한 공간에 살고 함께 하루를 생활하면서 그들은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서로 가지고 있는 마음의 요철이 맞지 않는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간혹 그 맞지 않는 요철에 사랑이라는 실리콘을 채워 넣어 맞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 실리콘이 원래의 물질로 변환이 되면 결국 요철은 맞아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실리콘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고 나를 구성하는 물질과 동일해지지 않으면 그 맞지 않는 부분은 채워지지 않는다.
맞지 않는 요철 중에는, 맞추려 힘을 가하는 순간 두 조각은 튕겨나가듯 분리되기도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양 손에 두 개의 조각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경우, 맞추지 않은 상태로 유지되거나 또 다른 조각을 찾아 안정을 가지려 한다. 일종의 '해소'라는 과정을 통해 양 손에 두 개의 분리된 조각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스트레스를 잊으려 한다.
서로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려 한다면 그것은 그것으로 하루의 생활이 된다. 하지만 두 개의 조각이 만나 또 하나의 조각이 탄생하고, 이젠 3개의 조각이 하나가 되길 희망하게 된다면 양상은 달라진다. 원래의 두 개의 조각은 이미 스스로 위로를 하는 방법을 찾아 굳이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데, 새로운 세번째 조각이 모두 모이길 원한다. 하지만 그 세번째 조각의 힘만으로는 원래의 조각들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다. 그러면 그 3번째 조각도 스스로 위로가 되는 상황, 행동, 도구를 찾는다.
유전이란 여러 가지를 세번째 조각에게 남긴다. 원래의 조각 둘이 가진 요소들을 조금씩. 그것은 융합이 되어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기도 하고, 한쪽의 유전자가 강할 경우엔 강한 조각의 유전자가 남긴 가치관이 강해진다. 그렇게 되면 세번째 조각의 인생은 강한 유전자 혹은 융합된 유전자의 가치관으로 의사 결정을 하게 되고, 부모의 인생과 유사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은 비슷하지만 다른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이와 같은 일은 세번째 조각의 사랑과 결혼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동일한 과정이, 부모에게는 평생 일어났던 것이 자식에게는 20대 이후에 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20년간 쌓인 경험이 새로운 가치관을 낳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과정을 빠르게 보여 준다. 우리가 주위 사람들로 인해,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통해 겪은 적 있는 삶의 한 조각을 보여준다.
남자의 비어 있는 갈비뼈가 맞으면 채워진다? 그런데 남자는 하나 모자르고, 여자는 합이 맞는다. 그 비워진 한 개의 자리는 눈 앞의 여자가 아닐수도 있는 걸까? 그래서 사냥과 모험을 본능적으로 유전적으로 시대가 변해도 계속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