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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도 신문 1면, 방송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 등이다. 이러한 큰 이야기들이 세상의 귀 앞에 서 있다.
세상을 사는 사는 우리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는 전달이 필요한 소식들이다. 그런 큰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많은 영향을 준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세상은 그렇게 사건과 사고들로만 점철되어 있는가 하는 궁금함이다.
그 큰 이야기들이 세상의 귀를 막고 서 있다. 세상의 시선을 그 큰 이야기들은 온몸으로 받고 있다. 그 시선의 빛이 큰 이야기들에 닿아 그림자가 만들어 진다. 큰 이야기들이 움직이면 그 그림자들도 움직인다. 그 그림자는 우리네 사람들이다.
앨리스 먼로의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그 그림자들의 이야기다. 그림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상의 큰 이야기들, 전쟁, 경제적 불황으로 그림자들은 우울하고 침울하다. 우울하고 침울한 이야기들 속에 그림자들의 인생은 춤이다. 그들의 춤은 행복하지 않다. 행복한 춤을 추고 싶어 한다. 그러나 주위에 널린 허들로 인해 그들은 그대로 머물러 있다.
그림자들에게의 허들은 그 큰 이야기 이기도 하고, 큰 이야기로 보이는 그림자들의 간섭이다. 간섭하는 그림자들은 강한 영향력을 가져 큰 이야기들과 같게 보인다. 그들은 같은 그림자들을 압박하고 달래고 위협하고 쓰다듬는다. 또한 그림자들을 둘러싼 환경들도 그림자에게 영향을 준다. 마음은 허들을 넘고 싶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그림자들의 춤은 공허하다.
그림자들은 큰 이야기가 되고 싶어 한다. 영구적으로 완전히 환골탈퇴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허들을 넘을 만큼의 큰 이야기가 되고자 한다. 그림자는 큰 이야기에서 벗어난 독립된 개체이고자 한다. 움직인다, 발버둥을 친다, 소리를 친다. 그 춤에서 그림자들은 벗어나지 못한다.
그림자들은 자신들의 춤이 행복하고 즐겁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춤이길 원한다. 그러나 그들을 옥죄는 다른 그림자들과 환경과 큰 이야기들이 그들의 춤을, 그들의 발을 멈추게 한다.
환경이, 다른 힘 쎈 그림자들이, 혹은 큰 이야기들이 문제가 아니다. 그림자들이 허들을 넘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핵심이자 이슈이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를 세밀하게 그들의 마음 속까지 헤집어 낸다. 처음엔 어느 작가의 감상평처럼 ‘이 책은 인생이다’라고 느꼈다. 드라마틱한 결말도, 집중력이 상승하는 클라이막스도 없었다. 그림자처럼 한 자 한 자 그들의 춤을, 그들의 이야기를 해 나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