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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보시선 - 역사가 남긴 향기
두보 지음, 이원섭 옮김 / 현암사 / 2003년 3월
평점 :
○ 하장군의 산장 9
섬돌 앞엔 구름을
쓰는 나무들
○ 선주의 묘에 배알하고
외진 여기 난을 피해 돌아갈 배는 멀고
황폐한 성 말을 매어 자주 찾으니
어찌 차마 보리오, 낙엽 지는 양!
○ 승상을 생각하며
섬돌에 비친 풀은
스스로 봄빛인데
○ 술회
한 통의 편지를 적어 보낸 지
어느덧 흘러간 열 달의 나날.
소식 올까 도리어 꺼려도 져서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만 져라.
○ 봉선현을 찾아가면서
동창(同窓)의 늙은이들 비웃기로니
격렬만 해 가는 나의 노래여!
(...)
딱하기는 땅강아지 개미의 무리
자기 살 구멍이나 찾으면 될 걸
어찌해 크나큰 고래의 흉내
바다에는 누우려 드는 것인가?
이로써 처세술을 깨달았어도
부끄럽긴 권문(權門)에 드나드는 일.
(...)
대가에선 술과 고기 썩어가건만
길에는 얼어 죽은 시체 있어서
지척을 두고 영고(榮枯) 판이하니
이 슬픔을 다시 무어라 하랴.
○ 북정
국화는 올가을의 꽃임이 분명한데
돌길에는 옛 수레바퀴 자국 완연하다.
(...)
생각은 멀리 도원(桃園)으로 이어져
더욱 처세의 졸렬함에 한숨 짓기도.
(...)
거기다가 침상 앞 어린 두 딸은
입성이란 게 깁고 이어서 겨우 무릎 가렸는데,
바다의 그림에서 파도 둘로 찢기고
낡은 수(繡)는 자리 옮겨 굽혀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