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모든 것을 다 품고 공감할 수 있다고 했을 때 그 모든 것이란 상대방 존재 자체와 그 존재의 마음이다. 누군가를 때리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을 공감한다는 것은 그의 분노, 분노를 유발한 상황과그 상황에 처한 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뜻이지, 폭력적 행동 자체를받아들이고 이해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건 별개다. 화가 난 마음은 공감받을 수 있지만 그로 인해 폭력적 행동을 했다면 그 행동은 공감의대상이 아니며 그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당사자의 몫인 것이다.
국가의 국경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경계가 존재한다. 국경 수비대가 하는 일은 사람 사이의 경계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사람 사이의 경계는 눈에 보이지 않아서 지키는 일이 어렵다. 그 경계를 인지할 수 있어야만 나도 지키고상대방을 침범하지 않을 수 있다.
경계란 개념은 이상향이 아니라구체적이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것이다. 사회적 관계에서는 너와 나를 갑과 을로 나눌지 모르지만심리적으로 모든 사람은 갑 대 갑이다. 갑과 을 같은 사회적 관계로너와 나의 관계 전체가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만 인지할 수 있어도갑을관계를 갑갑의 관계로 바꿀 수 있다.
서로에게 받을 것이 있다고 믿는 두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깊이수용하고 공감하는 일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사랑했던 가족이나 연인이 가장 원망스럽고 상처를 주는 존재가 되는 이유다.
공감은 들어주는 방법론의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외형적 무엇에 압도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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