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정직해야 한다고, 정직만이 사람이최후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보물이라고 하셨어. 아마도 내가자기를 탐하는 걸 알고 하신 말씀이었을 거야."
저 아이는 거기까지 알고 있었구나. 그런데 나는 저 아이를이십 년 넘게 죄인으로 못 박아 두었다니 … - P100

"그거야 그분의 심덕이고, 자기와 함께 오래 사셨으니 그만큼 통하는 일이야 쉬우셨겠지."
두 사람은 물고기가 노니는 뒤로 나비와 구름과 연꽃 무늬가 살아 있는 듯 아름다운, 고아하고 의젓한 분청사기를 보았다. 자기는 숨 쉬는 듯, 얼마인지 값 매겨질 수 없는 경지에 있음에 만족한 듯 그 어느 때보다도 우아하였다.
- P104

큰 고모는 블루시아의 얘기를 듣는 중간중간에 당신이 이역만리 낯선 나라에 가서 겪었던 일들을 한숨 섞어 털어놓으셨습니다.
준호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은 충동을 눌러 참은 채 큰 고모와 블루시아, 그리고 마압의 얘기를 끝까지 들었습니다. 누군가 "올 추석 즐겁게 보냈느냐?" 라고 준호에게 묻는다면 전혀 아니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준호는 이 말을 꼭 덧붙일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아주 철이 들어 버렸거든."
- P119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만이라도 이웃 사람들이, 무엇을 잘라 내고 베어 내는 가위를 빼고, 그의 상처투성이의 주먹을 포근하게 감싸 줄 보자기가 돼 줄 수만 있다면 인도네시아에 돌아가서도 한국 사람들을 두고두고 그리워할지 모릅니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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