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이 남아 떨어져 나간 사이로 건물의 빗장뼈가 허옇게 드러나 보이던 그 교실이 그래도 나는좋았다 (..…) 수업이 없는 시간이면 나는 그곳에 혼자 앉아 있곤 하였는데 비가 내리다 그친 유훨이면 뻐국새는 건너편 숲에서 독특한 소리들만 골라 교실 앞에까지 던지고 가고 (..) 산 너머 흘러가는 구름 몇 장을 한참씩 바라보며 서 있는 날도 있었다. 아이들도 내가 그곳에 혼자 있는 걸 아는지 간혹 생글거리며 찾아와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 칠판 가득 열다섯 가슴에찰랑거리는 소망을 적어 놓기도 했다. 간혹 누구 글씨인지 알 것 같은 필체로 선생님 바보라고 보여 있는 걸 보며 혼자 웃을 때도 있었다. 날이 추워져도 손가방만한 스토브 그것도 교장이 나 잘켜지지 않는 것 하나밖에는 의지할 데가 없는 싸늘한 교탁 옆에서 미사를 위한 아다지오를 듣거나아직도 뜻을 버리지 않은 옛 친구들의 시집을 읽으며 가슴이 녹아내릴 때도 있고 시린 둥 곱은 손을 다른 한 손으로 비벼가며 시를 쓰기도 했다. 달포가 넘도록 운동장 가득 눈은 녹지 않는데 지나본 세월 속에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하면 마음 아플 때도 있지만 나는 왜 찬바람 부는 오지의 교실을 혼자 지키고 있는가 묻지 않았다. 그저 다시는 못 만날지 모르는 고적한 시간 시간이 좋았다.

제가 있는 학교, 제가 있는 교실이 최전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서 싸우기도 하고, 눈물 흘리기도 하고, 승리하기도 하고, 패배하기도 하면서 생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직 직후는 아이들과 전쟁을 하다시피 했습니다. 교실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충격을 받았고 그래서 저로 흥분한 채로 교실을 드나들었습니다. 그러나 보기 좋게 깨지고 있었습니다. 십년간 준비한창의적인 수업 방식이라는 실탄과 무기를 놓아 놓고 있었지만 수업도 먹혀들지 않았고, 아이들과 만나는 방식도 겉돌고 있었습니다. 저는 실패하고 있었습니다.
한 학기가 끝나고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저는 이제 아이들과 전쟁을 하지 말고 연애를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일학년을 맡았고 새로 시작했습니다. 다시 아이들 편에 서자.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교사 십계명‘을 책상 유리판 밑에 놓아두고 쉴 때나 일할 때나 아이들 때문에 갈등하고 고민할 때면 읽었습니다.

첫째, 하루에 몇 번이든 학생들과 인사하라.
둘째, 학생들에게 미소를 지으라.
셋째,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라.
넷째, 칭찬을 아끼지 말라.
다섯째, 친절하고 돕는 교사가 되라.
여섯째, 학생들을 성의껏 대하라.
일곱째, 항상 내 앞의 학생의 입장을 고려하라.
여덟째,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라.
아홉째, 봉사를 머뭇거리지 말라.
열째, 깊고 넓은 실력과 멋있는 유머와 인내, 겸손을 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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