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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에서 제일 못된 아이 ㅣ 스콜라 어린이문고 16
이은재 지음, 오윤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평점 :

전교에서 제일 못된 아이 /스콜라(위즈덤하우스)
이은재 글. 오윤화 그림.

스콜라 어린이문고 16권인 이 책은
추계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MBC창작동화 대상을 수상한 이은재 작가의 여섯편의 단편모음집입니다.
<이웃, 가족, 친구를 위한 여섯 색깔 이야기>
오늘을 위한 선물
신데렐라 운동화
할머니의 그림자
누나 노릇이 싫어서
콩튀기 사랑법
전교에서 제일 못된 아이
여섯 편의 이야기 중 맨 마지막 이야기가 이 책의 제목으로 쓰였네요.
찬찬히 한편 한편 읽다보면
글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우리의 이웃이고,친구이며, 가족으로
또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더 많이 감동 받았던
<오늘을 위한 선물>,<전교에서 제일 못된 아이>로 간단하게 서평작성했어요.
처음, 책 표지에 있는 눈에 띄는 한 아이를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구요.
'전교에서 제일 못된 아이'에게 무언가 감춰진 사연이 있을것 같았거든요.
제발 손가락이 가리키는 아이가 전교에서 제일 못된 아이가 아니길 바라며
첫장을 넘겼습니다.
다른 색깔의 여섯명의 주인공들이 들려주는 감동을 담은 소소한 이야기.
<전교에서 제일 못된 아이> 입니다.

<오늘을 위한 선물>
*호재이야기*
또래 친구들보다 몸집이 작은 호재는 친구들에게
'신호재'라는 이름 때문에 얻게 된 '고장난 신호등'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입니다.
엄마와 닮았다는 들꽃을 좋아하는 호재곁엔
공장에서 일하다 감전사고로 돌아가신 엄마와
2년동안 일때문에 연락이 안되는 아빠 대신에
귀가 안들리고 말도 못하시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호재는 할아버지와 수화로 얘기를 나누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지요.
호재이야기는 같은 반 친구 민성이가 그런 호재를 놀리며 시작됩니다.
민성이가 버린 가방을 호재가 가지고 다닌다는 이유로 친구들 앞에서 무안을 주며 놀리지만
그런 민성이를 말려주는 친구는 아무도 없습니다.ㅠㅠ
오히려 한편이 되어 키득거리는 친구들이 밉기까지 하지요.
하지만 호재는 화를 내지 못합니다.
친구들도 밉지만 제일 미운건 바보같이 한마디 대꾸도 못하는
자기자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날 여지없이 민성이의 놀림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호재는 누군가에게 밟혀 한쪽이 보기 싫게 이지러졌지만 그래도 이쁜
노랑색의 솜양지꽃을 보게됩니다.
그대로 뒀다간 밟혀 죽게될 들꽃을 호재는 소중히 캐서
집앞 텃밭에 옮겨 심어 돌봐주지요.
사실 호재네 집앞 텃밭엔 그런 꽃이 많답니다.
그런 들꽃들과 함께 있으면 아무리 속상한 일이 있어도 누그러지고,
기분이 좋아지곤 하는 호재.
친구들도 꽃을 대하는 마음으로 보라는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꽃 마다 특성을 살려 반 친구들 이름을 붙여준 뒤론
친구들이 섭섭하게 해도 웬만해선 화를 잘 내지 않게 되었답니다.
그런 호재의 들꽃이 잔뜩 심어진 집에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집터 주인이 호재의 집 자리에 큰 식당을 낼거라며
집을비워달라고 했기때문입니다.
사실, 이집은 주위 이웃의 도움으로 무상으로 살고 있었던 터라
당장 호재와 할아버지는 갈 곳이 없게됐지요.
속상한 마음에 할아버지에게 안겨 눈물을 흘렸지만
할아버지와 호재는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따스한 손길이 '괜찮다, 괜찮아' 했지요.
마음의 소리가 말보다 더 큰 힘을 내고 있었답니다.
몇일 후 호재는 할아버지와 친척이 사는 시골로 가기로 결정하고
할아버지와 나란히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로 갑니다.
친구들에게 전학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친구들의 이름이 적힌 들꽃화분 하나씩을 작별선물로 나눠 주지요.
화분이 이름표의 주인공 앞에 놓일 때마다 교실 안은
꽃등이 차례로 켜지는 듯 점점 환해집니다.
마지막으로 정성껏 키운 노란 솜양지꽃 화분을 민성이 책상위에 놓고
호재는 웃음을 지어보이지요.
그동안 호재를 괴롭혔던 민성이를 비롯한 친구들은
얼굴을 붉히며 멋쩍어합니다.
호재는 미소를 지으며 교실을 떠나지요~
저는 <오늘을 위한 선물>의 주인공 호재가 너무 대견스러워 책을 읽고 또 읽었답니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할아버지와 들꽃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쁜 마음을 가진 호재.
길가에 버려진 들꽃이 호재같아 맘이 아팠어요.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밟혀죽지않고, 더 튼튼하게 이쁜 빛을 내며 자라는 들꽃.
호재가 버려진 들꽃을 살리듯 호재곁에선 할아버지가 호재를 그렇게 돌보고 있겠지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해도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보듬어줍니다.
그러니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호재가 들꽃처럼
이쁘고 건강하게 자랄수 있었던것 같아요.
전학하는 날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들을 마음으로 용서한 호재를 보며
저도 할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미소가 지어졌답니다.
참 따뜻한 이야기네요.
'말을 못 해도 마음으로는 얼마든지 큰 소리를 내고 자기 뜻을 전할 수 있단다.
마음으로 통하는 소리는 말보다 더 큰 힘을 내는 법이야.'

<신데렐라 운동화>
*은석이 이야기*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는 장애를 안고 태어난 은석이.
누구도 어쩔수 없는 일이었기에 은석이는 원망대신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내려고 애쓰고 있었지요.
하지만 군인인 아빠가 근무지를 옮기면서 만난 새 친구들과의 에피소드입니다.

<할머니의 그림자>
*영도 이야기*
작은 시골마을에서 삽살개 멍개와 함께 사는 도토리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서울사는 아들이 함께 살자고 졸라도 흙을 밟고 살아야 한다며
듣지않고 홀로 지내고 있답니다.
영도는 그런 할머니가 끔찍이 아끼는 손주이지요.
할머니를 사랑하는 영도와 자식을 사랑하는 도토리 할머니,
그리고 삽살개 멍개의 이야기입니다.

<누나 노릇이 싫어서>
*보리 이야기*
보리에겐 엄마,아빠가 마흔 살이 넘어 낳은
아홉살 차이나는 늦둥이 동생 빈이가 있답니다.
엄마,아빠가 빈이만 이뻐하는것 같아 자꾸만 심술을 부리는 누나이지요.
심통부리는 중인 보리는 아직 아기가 어려
털 달린 동물을 키우면 안된다는 엄마의 만류에도
기어이 토끼 토리를 키우면서
가족들과 겪게되는, 특히 빈이와 겪게되는 에피소드입니다.

<콩튀기 사랑법>
*진이 이야기*
진이네 반 선생님은 칭찬받을 행동을 한 친구들에게
콩 뻥튀기를 한주먹씩 상으로 줍니다.
콩튀기는 콩 뻥튀기의 줄임말로 친구들은 재밌는 콩튀기상을 받고 싶어
선생님 앞에서 칭찬받을 행동을 합니다.
진이네 반에서 콩튀기를 받지 못한 아이는 진이 밖에 없지요.
콩튀기를 받지 못한 변명인지 아님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지
진이는 의기소침합니다.
콩튀기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모든것에 날카로운 진이가
친구들과 베트남 새엄마 쌈과 겪는 에피소드이야기입니다.

<전교에서 제일 못된 아이>
*귀한이 이야기*
'전교에서 제일 못된 아이'는
햇병아리 선생님이었던 시절. 농촌 마을이 즐비한 시골학교에 첫 발령을 받은
주인공 선생님의 10년전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사기충만, 의욕적인 모습으로 첫 발 내딛은 학교에서 맡은 첫 담임.
자신의 반만은 쓸데없는 편가르기로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게 해야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날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의 '고귀한'의 담임을 맡아
골치 아프겠다며 던지는 걱정스런 조언들이 선생님의 의욕에 찬물을 껴얹었지요.
못말리는 말썽꾸러기에 학교가 들썩거릴 정도로 최강의 악동인 귀한이의
담임이 되버려서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것만 같아 걱정이었답니다.
친구들한테 자꾸만 개처럼 으르렁 거리고,
경고를 주다 안돼서 꿈밤을 먹이려는 선생님 손목을 깨물고,
운동장에 세워둔 선생님 차 바퀴를 펑크내고,
화장실 수돗물을 콸콸 틀어 바닥을 물바다로 만들곤 친구에게 덮어 씌우고,
할머니 약값을 벌기위해서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호두를 친구들에게 팔고,
학교 담벼락에 붉은 물감으로 '개 오줌 같은 학교'라고 쓰는등
말도 꺼내기 싫을 정도의 악동짓을 해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만나본 귀한이는 눈은 송아지처럼 크고,
몸도 호리호리한 자그마한 아이였지요.
그래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유심히 살피며 귀한이가 나쁜짓을 하지못하도록
표정으로 말투로 눈빛으로 아이를 쫓으며 무섭게 압력을 가하는 선생님.
첫 날 수업이 끝난 후 귀한이를 불러 경고까지 하는 실수를 범합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귀한이에 대한 말들이 깊숙이 새겨져
귀한이를 위험한 존재로까지 보게 됐지요.
조용히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별탈없이 보내게 되고
자신한테 꼼짝 못하는 귀한이를 보며 자신감까지 생겼답니다.
그러다 일주일만에 작은사건 하나가 일어납니다.
미술시간에 귀한이가 앞자리 여자아이에게 실수로 물을 엎지르고 말지요.
하지만 친구는 귀한이가 일부러 엎질렀다고 울면서 소리쳤고,
선생님은 올것이 왔다며
귀한이 얘긴 들어보지도 않고 귀한이 등짝을 때리고 맙니다.
선생님이 야단치면 칠수록 귀한이의 눈빛은 사나워졌고
고함을 지르며 교실을 뛰쳐나가 버렸답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본때를 보여줄 마음으로
귀한이 집을 들러야 겠다고 결심했지요.
귀한이의 가방을 챙겨나오던 선생님은 담벼락에 분필로 적힌
'개 오줌 같은 학교'라고 쓴 글씨를 보고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그리곤 귀한이가 왜 학교를 개 오줌같은 학교라고 하는지,
왜 학교에서 말썽을 피우는지, 귀한이가 어떤아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단 생각이 들었답니다.
물어물어 찾아간 귀한이의 집.
금방이라도 부서져 내릴 것 같은, 산중턱에 산막처럼 외따로 떨어진 낡은곳에서
귀가 잘 안들리시는 할머니와 둘만 사는 귀한이를 보게 됩니다.
할머니와 귀한이의 대화를 몰래 듣게 되는 선생님.
거기서 귀한이를 있는그대로 사랑해주는 할머니와 할머니의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듯
밝은 미소를 보이는 귀한이를 보며 선생님은 미안한 마음을 느낍니다.
할머니한테는 귀한이가 엄마,아빠 빨리 안 온다고 떼 부리지 않고,
밥도 잘 먹고, 일도 잘하는 착하고 듬직한 세상에서 젤 이쁜 손주였답니다.
귀가 잘 안들리는 할머니만이 자신을 있는그대로 봐주고 사랑해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유일한 친구였지요.
할머니 앞에 털어좋은 귀한이의 고민을 듣고
선생님은 가슴속에 무언가가 쿵 내려앉는 기분을 느낍니다.
그리고 귀한이한테 학교는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하는 불씨를
생각없이 함부로 꺼 버리는 개 오줌 같은 곳이었을거라 생각하게 되죠.
선생님은 그곳에 한참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가방만 내려놓고 그대로 돌아오게 됩니다.
모든걸 알게 된 선생님.. 남의 말만 듣고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나쁜아이라고 판단해버린것을 반성하게 됐겠죠..
귀한이 이야기를 읽으며 그동안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판단할때
어쩌면 남의 말만 듣고, 그동안 한 행동들로 좋다 나쁘다 정해버린건 아니었을까
아이들이 보내는 진심을 읽지 못하고 무시해버리진 않았을까
'나쁜아이'라고 이름표를 붙이고 손가락질 해대며
기회를 주지도 않고 나쁜아이로 만들어버린건 아닐까
다른 아이가 아니라 내 옆에 있는 내 아이에게도 부정적인 말로, 그런 시선으로
막 타오르는 불씨를 꺼트리고 있는건 아닐까 생각해보고 반성하게 됐답니다.
이름까지도 '고귀한' 귀한이가 너무 안쓰러워 선생님처럼 가슴이 먹먹해졌지만
따뜻한 결말이 있었기에 감동을 상상할 수 있었어요.
이은재 작가님의 여섯편의 단편모두 아이와 읽어보고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처한 환경이 조금씩 다른탓에 주인공 친구들이 그저 불쌍하게만 느껴졌다는 아들에게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우리 이웃이고, 친구이며
앞으로 아이가 만나게 될 세상에 함께 살아가야할 가족들이라고 말해주었답니다.
내 아이가 이런 이웃을, 친구를, 가족을 만나게 되더라도
실수하지 않고 마음으로 함께하길 바라며 읽어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