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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부싯돌 상자
주청량 그림, 쉬루 글, 전수정 옮김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아이 둘을 낳고, 서른 중반을 넘은 나이에도
그림책은 언제보아도 마냥좋은 고마운 친구 같습니다.
그림이 주는 감동도 벅찬데 좋은 내용과 함께이면 몇배는 더 행복해지더라구요.
그런 좋은 그림책을 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는것은 행운이겠지요.
나와 내 어린 아들이 함께 느낄수 있는 감동.
그림책이어야 가능합니다.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감동받은 그림책 한 권 소개할게요.

할아버지의 부싯돌 상자 / 재능교육
쉬 루 글. 주청량 그림.
쉬 루
중국의 대표적인 아동 작가로,
중국 작가 협회의 회원이며 후베이성 작가 협회 부주석이기도 합니다.
전국 아동 문학상, 빙신 아동 도서상, 천보츄 아동 문학상, 국가 도서상을 수상하였고,
많은 작품이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습니다.
주청량
1948년 상해에서 태어난 중국의 저명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책 창작을 시작해,
《깜빡깜빡 토끼등(一閃一閃的兎子燈)》으로 노마 콩쿠르 우수상을 받았으며,
2009년 《가족 상봉(團圓)》으로 펑즈카이 아동 그림책 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족 상봉(團圓)》은 2011년 뉴욕 타임즈 선정 10권의 최우수 그림 책,
2011년 뉴욕 공립 도서관 100권의 어린이 추천 도서에도 선정되었습니다.


중국 대표 아동문학가 쉬 루,
ACCU 선전 최고의 그림 작가 주청량이
들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가슴 따뜻한 이야기.
<할아버지의 부싯돌 상자>


어렸을 때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산촌에서 살았습니다.

다칭 산 산림 감시원이었던 할아버지는
산 아래 마을로는 거의 내려오지 않고 산 위 오두막에서 사셨습니다.

할아버지에게는 낡은 부싯돌 상자가 하나 있었는데,
담배를 피우실 때마다 그 상자에서 부싯돌을 꺼내 부시를 쳤습니다.
부싯돌 위에 부싯깃을 올려놓고 다른 부싯돌로 탁탁 치면,
작은 불똥이 번쩍번쩍 일다가 불꽃이 붙었습니다.
그러면 불이 붙은 부싯깃으로 곰방대게 불을 붙이셨습니다.

그 시절은 성냥이 굉장히 귀했기 때문에
성냥이 가득 든 성냥갑은 흔히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성냥을 살 때면 구멍가게에 가서 낱개로 사곤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담배를 피우실 때마다 성냥이 아닌 부싯돌로 불을 붙이고,
성냥은 아껴 두셨 다가 할머니가 밥을 지을 때 쓰게 했습니다.

내가 뭔가를 기억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그때부터 나는 높은 다칭 산까지
할아버지께서 드실 밥과 국을 들고 올라갔습니다.
할어버지는 때때로 사냥총을 메고 산 여기저기를 두루 돌아다니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오두막 앞 바위에 올라서서 산골짜기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할아버지! 진지 드세요!" 그러면 산골짜기 가득 메아리가 대답했습니다.

산을 한 바퀴 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실 때마다,
할아버지는 부싯돌 상자를 오두막에 두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불씨라도 숲 속으로 가져가면 안 되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호기심 많은 꼬마 여우가 오두막에 들어와
할아버지의 부싯돌 상자를 몰래 가져가 버렸답니다.
예전에 할아버지가 부싯돌 치는 모습을 본 뒤로
부싯돌 상자가 계속 궁금했나 봅니다.
내용 미리 보여드리는건 여기까지입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참 따뜻한 내용의 그림동화라는게 느껴지시죠?
할아버지의 부싯돌 상자를 가져간 여우는 어떻게 됐을까요?
여우가 할아버지의 부싯돌 상자를 가져가면서부터
작가가 만든 동화속 판타지가 시작됩니다.

꼬마 여우는 부싯돌을 치며 호랑이 흉내를 내며 아이들을 놀라게도 하고,

낙엽 더미에 불을 붙여 감자를 구워 먹을려다 옮겨붙은 불똥때문에
숲에 불을 내기도 합니다.
그 바람에 새끼 표범이 불에 상처를 입기도 하구요.

새끼표범의 엄마가 꼬마 여우의 엄마를 찾아와 따지면서
엄마 여우는 모든 사실을 알게되지요.
동물들도 자식이 잘못하면 요렇게 엄마가 대신 사과를 하네요.^^;;

엄마 여우에게 호되게 야단을 들으며 할아버지와의 인연을 알게되지요.
어릴적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신 생명의 은인이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게 된 꼬마 여우.
산의 지킴이로 평생을 사셨던 할아버지께서 구해준 동물이
꼬마 여우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꼬마 여우는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부싯돌 상자를 다시 할아버지의 오두막에 갖다 놓습니다.

산 지킴이로 겨울내내 산에서 지내시던 할아버지의 몸이 많이 불편해지시자
마을 사람들의 권유로 산을 내려오신 할아버지.
그 후로도 할아버지는 매일 다칭 산의 봉우리만 해바라기처럼 바라보십니다.

어느날, 손자에게 멀리 다칭 산을 바라보며
산 위의 개암나무가 두 그루 줄어든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림자에 가려 그렇게 보인다는 손자의 말에
이제 너무 늙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탄합니다.
멀리서 해바라기처럼 다칭 산을 바라보는 지킴이도 힘들어진것이지요.

그 뒤 어느날, 할아버지는 여느 때처럼 긴 골목 입구에 앉아
다칭 산을 바라보다 조용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장례행렬이 산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꼬마 여우 모습에도 슬픔이 뭉클..ㅜㅜ

바람대로 다칭 산의 오두막 옆에 묻히신 할아버지..
포근한 다칭 산의 품속에 누워 계시며 영원히 산에 머물게 되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지켜주신 동물들의 보살핌 속에서 함께 하시겠지요.

-끝-
산을 지키시던 할아버지가 그렇게 원하시던 산의 품으로 돌아가셨으니
슬프지만 슬프지만은 않은 결말로 교훈을 주네요.
주청량의 그림도 쉬 루의 자전적 글도 정말 감동적입니다.
나무 한그루 꽃 한송이에도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작가가 동화에 살포시 얹어둔 판타지에서
동물들도 사람과 다르지 않은 자신들만의 삶을 살고 있고,
그들이 살고 있는 터전 또한 사람과 다르지 않은 '숲'이라는 자연속입니다.
산을 지키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를 품은 산.
그리고 그의 곁에서 함께 해주는 여우를 비롯한 동물들.
조용히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좋은 그림책 한권으로
아이와 많은 얘기를 나눠볼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분명 내 아이도 나와같은 뭉클함을 느꼈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두고두고 다시 들춰 보며
함께 읽었던 엄마를 떠올려준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몇몇 페이지를 줄여 간단하게 소개한다고 감동이 덜하네요.
한 페이지도 놓치지 않고 글 한 자 한 자, 그림 한장 한장을 본다면
두배, 세배의 감동과 큰 여운을 얻을 수 있을거에요.
소장가치 업업업~!!!




다칭 산의 사계절 그림도 너무 멋져요.
책을 읽고 중국에 있는 다칭 산도 찾아보고,
산림 감시원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아이와 함께 알아보았답니다.
부싯돌과 부싯깃을 이용해 불을 만드는 방법까지 배웠으니
그림책으로 감동과 지식전달까지 충분히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