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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 육아에 무너진 여자를 일으킨 독서의 조각들
김슬기 지음 / 웨일북 / 2018년 6월
평점 :

육아에 무너진 여자를 일으킨 독서의 조각들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 웨일북
글. 김슬기
친정엄마는 내가 유별나다 했다.
다들 낳고 키우는 아이를 나만 어찌할지 몰라 너무 힘들어한다고..ㅜㅜ
엄마땐 없는 살림에 셋, 넷도 낳고 시부모님도 모시고 살았다고..그래도 잘만 키웠다고...
그러게 우리엄만 셋이나 낳고 잘만 키웠는데.. 나는 겨우 둘 낳고 이렇게 힘들어할까?
다들 잘키운다는데 왜 나는 잘 키우는게 이토록 힘이 들까?
첫째는 몰라 힘들고, 둘째는 대충 거저 키운다는데
나는 왜 그 쉬운 대충 거저가 안될까?
왜 나는 이토록 유별난걸까?.....
힘들수록 자책만 늘었고, 점점 내자신이 아무것도 아닌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은 정말 너무 이쁘다.
책을 좋아하는 큰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귀엽다.
선물같은 둘째 아이는 그냥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럽다.
하지만 늘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것은 아니다.
나이차이가 많은 형제는 성격, 식성, 놀이방법, 수면법까지 다르기에
아이들에게 맞게 대응해주려면 내 몸이 둘이어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래도 이쁜 웃음 한번이면 사르르 녹을때도 있다.
하지만 지칠대로 지쳐 내 몸이 힘드니 아이들의 웃음 보다는
개구지게 장난치고 사고치는 문제모습이 먼저보이고,
자꾸 잔소리를 유발할땐 지지리 말 안듣는 청개구리 괴물처럼 보였다.
'내 말이 안들리나? 청력검사를 받아봐야하나?' 고민도 했었다.
오늘은 이쁘게 말하고 따뜻하게 안아줘야지하며 켜켜이 쌓아올린 다짐은
아이들 징징거리는 짜증 한번에 와르르 무너져내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거의 매일을 반성하고 자책하고 다짐하고, 다시 반성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으니
항상 지쳐있는 내 모습이 엄마눈에는 그리 보였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한테 투자 가능한 시간이 1도 없는 그땐
내가 봐도 나는 정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어찌어찌 버티며 아주 조금 숨통이 트인 지금.
나는 책을 잡았다.
아이와 함께 지지고 볶을때면 답이든 아니든 상관없이육아서를 펴들고,
나만 이리 힘든건 아니라고 해줘요~~ 기대하며 무조건 읽고 위안을 받고,
먼미래의 꿈일 지언정 자기계발서를 읽고 무한상상의 나래도 펼쳐보고,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감동받고 눈물도 뚝뚝흘리며
벽만 가득했던 내 삶을, 책으로 치유받고 있는 중이다.
그런 찰나, 만나게 된 책 한권!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아이 재우다가 곧잘 따라 자버리는 루저가 되버리기 일쑤지만
안자고 버티길 성공한 날이면 나역시 책 한권 집어들고
아이의 공부방으로 와서 스탠드 켜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니
제목만으로 이미 김슬기 작가는 내편이고 육아동지임에 틀림없었다.
내가 읽은 책의 작가는 내맘대로 전부 내 동지^^;;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뭐야? 이책? 내가 쓴건가?ㅋㅋ
작가가 읊어놓은 육아 하소연은 죄다 내 얘기 같았다.
내가 남편한테 한 얘기고, 내가 느낌 감정이고, 내가 앓고 있었던 마음의 병이었다.
거봐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내가 유별나서 그런게 아니고, 엄마가 나같은 여잘 더 못봐서 그런거야..
어쩔.. 눈물이 났다. 너무 공감되서..
작가는 육아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그 어떤것 보다 힘겨운 일이었다고 한다.
너무 이쁘고 순수한 아이 앞에서
자신도 상상할수 없었던 내면의 민낯을 대면하며 좌절했다고 한다.
누군가에겐 견딜만한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공포일수도 있음을인지하지 못하고
내가 견디고, 다른이가 견뎠으니 너도 당연히 그리해야한다는
주변의 시선은 더욱 힘들었을거다.
자괴감과 절망감, 수치심에 사로 잡혀 힘들어하고 있을때
작가는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울음을 그쳤고, 자존감을 쌓았고, 불안을 잊었다.
책을 통해 가능했다는 작가의 말을 뼛속까지 이해할수 있었다.
힘들때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손 뻗음 닿이는 곳에 있는 맘 가는 책 한권이면 족했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명령과 죄책감, 수치심과 불안, 두려움은 쓰레기통에 버리겠다.
내가 할 수 없는 것 때문에 나를 비난하는 대신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을 칭찬하겠다.
세상의 잣대가 만들어낸 내 모습 안에 숨어 있는 진짜 내 모습,
반짝이는 줄도 몰랐던 나의 조각을 찾아 어루만지겠다.
세상이 강요하는 틀에 갇혀 내가 나를 공격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사람,
다른 그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나는 이제 그런 사람으로 살겠다."
-p.52
이 책은 작가가 육아에 지쳐 자신을 잃어갈때 힘이 되게 도와준 책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차근차근 한단계씩 해쳐나갈 수 있게 순차적으로 도움을 준다.
먼저 불필요한 시선에서 벗어나 지신이 느끼는 수치심을 벗어버리는 것 부터 시작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보고, 나의 내적불행을 마주보고 풀어나갈 수 있게
자신의 사례와 도움 받은 책을 소개해준다.
과거의 나와 마주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으니 지금 현재 나의 자존을 키울 차례이다.
작가는 책모임을 통해 귀한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누구의 엄마도, 아내도, 며느리도 아닌 오롯이 자신으로 마주보며 함께 자랐다고 한다.
참 멋진 일을 해냈구나 감탄하게 됐다.
그리고 이제 '나'를 키웠으니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아볼 차례.
사랑하는 남편과의 관계도, 교육열풍이 휩쓸고 간 사회적 불안도,
다소 심오한 자신의 존재와 역사도, 그리고 희망까지.. 얘기한다.
책으로 위안을 받고 책으로 돌파구를 찾았으며 책으로 희망을 얘기한 작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맹목적인 작가의 책을 대하는 자세에도 존경심이 생겼다.
무조건 읽기만 하고 있던 내게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좀 더 확실하게 느낄수 있는
정독의 책읽기를 배울 수 있게 해준것 같다.
이 책은 나같이 현실 '헬육아', '독박육아'가 진행중인 엄마들에겐 너무나도 공감가는 육아서일거고
또 누군가에겐 적절한 자기계발서 일거고, 또 방황하고 있을 책지기들에게 훌륭한 도서추천서가 될듯하다.
마음으로 핵공감 가능하게 해준 작가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