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스펄전 전기
밥 로스 지음, 구지원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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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 전기나 자서전을 읽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유익을 준다. 신앙 전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도전과 영감을 받고, 우리의 신앙 선배들이 삶의 어려운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알게 됨으로써 지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영적 거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의 교만을 잠재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 붙들린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가를 깨닫게 한다. 이런 면에서 전기문은 한 사람의 생애를 자세히 기술한 상세하고 두꺼운 것이 좋다.


간략하게 인물의 업적을 소개하는 류의 요약판 전기문은 그 인물의 사역을 정리하고, 누군가에게 소개할 때에는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방금 언급한 전기 읽기의 유익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이 점이 바로 150여페이가 안 되는 이 작은 책의 한계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림으로 스펄전의 일생을 간략하게 훑어보는 것이 그 목적이다. 스펄전이 이런 사람이고, 이런 사역을 했구나, 정도를 파악하는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만의 특징이 있다.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이 많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스펄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장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이러한 이유로 이 책을 구입했다.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그림은 책을 보다 읽기 쉽게 만들어준다. 그러나, 스펄전의 생애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갖고자 한다면, 이 책만으로는 분명 부족하다. 생명의 말씀사나 두란노에서 나온 스펄전의 전리를 참고해야 할 것이다. 기독신문사에서 나온 전기도 있으나, 분량이 적은 편이다.


그림이 많다는 것 외에도 목차에도 장점이 있다. 이 책은 목차만 보아도 한 눈에 책의 내용에 대해서 알 수 있다. 스펄전의 업적을 간략하게 알기에 유용한 책이다. 다음의 몇 가지 목차를 보라.

‘스펄전에 대한 유명인들의 증언, 어린 시절, 학창시절, 회심, 초기 사역, 스펄전에게 쏟아진 비난, 스펄전의 비서 헤럴드, 서재’ 등의 제목을 보면 각 챕터가 무엇을 설명하려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다음의 목차들은 어떤가?

‘목회자 대학, 빈민구제소, 문서선교회, 고아원, 다양한 분야의 사역, 청교도, 스펄전이 존경하는 설교자들과 친구들’... 이러한 목차들을 보면 스펄전이 어떤 사역을 감당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스펄전 부인과 비서는 스펄전 사후에 1,500페이지에 이르는 4권짜리의 방대한 자서전을 출간했는데, 이 방대한 자서전을 스펄전을 사랑하는 밥 로스가 150여 개의 그림과 간략한 설명으로 요약한 책이 『그림으로 읽는 스펄전 전기』이다. 말하자면, 그림과 함께 보는 스펄전 전기의 다이제스트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책의 내용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 몇 가지를 정리하고자 한다.

나는 우리 식구들 중에서 홀로 하나님을 믿는다. 반면에 스펄전 가정은 스펄전의 부모님은 물론 조부모님들도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들이었다. 스펄전은 “스탬본에서 조부모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할아버지는 스탬본 지방의 독립 회중교회의 목사였고 할머니는 매우 신실하고 경건한 여인이었다. 할아버니와 할머니는 고모인 앤과 더불어 어린 찰스 스펄전의 성격 형성에 지대한 형성을 미쳤다.”(p.23) 스펄전이 훌륭한 성품을 가지게 된 것은 이 분들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가정 환경이 아이의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나는 처음으로 좋은 가정 환경이 주지 못한 부분을 하나님께서 당신의 은총으로 채워주셨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전히 주님의 은혜와 도우심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스펄전은 독서학교에 다녔다(독학으로 공부했음을 강조한 표현이다). “나는 그 나무 아래서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며 많은 세월을 보냈다. ‘학창시절에?’ 그렇다. 나의 지도교수님은 내가 교실에서보다 나무 아래서 더 좋은 학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셨다. 그는 현명했다. 그는 내 책을 나에게 건네 주고는 나를 혼자 있게 해 주었다.”(p.30) 훗날, 스펄전은 만 이천 권 가량의 책을 소장한 방대한 서재를 가졌다. 독서광이었던 스펄전은 1주일에 내용이 충실한 책을 6권이나 읽었으며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어디에서 무슨 책을 읽었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했다고 한다.(p.110) 나는 요즘 바쁘다고 통 책을 읽지 못했는데, 다시 책을 들어야겠다.


스펄전의 전기에서 스펄전의 개인전도에 대한 내용이 빠질 순 없다. 그는 구령의 열정으로 불타오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영혼을 사랑하는 스펄전을 묘사한 내용이 나오는데(p.41), 마을 전체를 하나님의 진리로 뒤집어놓는 역사를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스펄전을 바라보시며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짐작하게 된다.


이 책은 스펄전에 대한 비난을 잠깐 다룬다. 또한 스펄전을 풍자하는 그림이 10장도 넘게 소개되는데, 이 것은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특징인 것 같다.


스펄전은 설교에 대한 훌륭한 책을 썼을 뿐만 아니라, 목양에 대한 감동적인 책도 썼다. 스펄전이 이 두 분야의 책을 쓰기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스펄전은 유명한 크리스털 궁전에서도 설교했다. 1857년 10월 7일에는 23,654명에게 설교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그의 목소리를 크게 들리게 할 기계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p.62) 설교자로서의 스펄전의 위대한 면모를 느끼게 한다. 또한 스펄전이 목양하는 모습도 감동적이다. “스펄전은 타버나클의 모든 성도들의 이름을 외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번이라도 소개받은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방문객들의 이름도 외울 수 있었다.”(p.78) 이러한 탁월한 기억력은 아마도 영혼에 대한 사랑과 깊은 기도 생활이 주는 작은 기적인 것 같다.


스펄전의 책들은 그의 설교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을 감동케 하고, 하나님께로 인도했다. 위대한 설교자는 책을 통해 죽어서도 계속 설교하는 것이다.

J.C. 라일은 이렇게 말했다. “먼저 내가 당신이 쓴 『목회자 후보생들에게』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말해야겠습니다. 나는 이토록 정곡을 찌르는 책을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영국 교회의 모든 젊은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이 책을 한 권씩 나눠 주고 싶습니다.”(p.117)


이 책의 25장(스펄전이 존경하는 설교자들과 친구들)은 여러 영적 거인들과의 친분과 서로 주고 받은 영향을 소개하고 있는데,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스펄전의 친구들은 위대한 설교자들이 많았다. D.L. 무디는 영국으로 건너와 스펄전 설교를 듣곤 했는데, 스펄전이 자신에게 준 영향을 이렇게 표현했다. “여러분의 목사님(찰스 스펄전)이 강단으로 걸어나왔을 때, 나는 너무나 기뻤고 그 순간에 수년 동안 그를 보고자 했던 소원을 성취했습니다. (중략) 스펄전 목사님은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미국으로 돌려보냈습니다.”(p.15)

스펄전은 앤드루 보나르, 호라티우스 보나르, 허드슨 테일러, 크리스마스 에번스 등과 개인적 친분이 있었다. 스펄전에게 큰 감동을 준 사람들로는 조지 뮐러, 존 칼빈(특히 루터의 갈라디아서 주석), 존 번연, 존 녹스, 감리교도인 존 웨슬리와 존 플레처(특히 『도덕폐지론에 대한 반격』을 높이 평가) 등이 있다. 스펄전에게 최고의 모델이 되어 준 사람은 조지 휫필드였다.

스펄전은 “조지 휫필드의 전기를 읽고 있으면 나는 생동감을 느낀다. 그가 하나의 인생을 살았다면, 다른 사람들은 절반의 인생을 산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책의 저자는 스펄전이 휫필드를 따르려 했던 것은 “아마도 칼빈의 신학과 웨슬리의 열정, 그리고 루터의 대담성이 휫필드에게서 종합되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썼다.


스펄전을 따르고 싶어서 그의 책들을 읽고 있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150여장의 그림을 놓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요약판 형식의 전기이기에 스펄전을 깊이 이해할 수 없음은 당연한 사실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이 작은 책을 통해서도 스펄전을 만날 수가 있다. 아놀드 A. 델리모어가 쓴 스펄전 전기(두란노)는 내용은 좋지만 비교적 두껍고 편집이 좋지 않다. 스펄전을 몰랐던 이들이 이 지겹게 보이는 책을 읽게 될 확률보다는 『그림으로 읽는 스펄전』을 읽게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그림으로 읽는 스펄전 전기』는 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리뷰의 제목을 ‘스펄전을 전혀 몰랐던 이들에게 이 책이 전해지기를...’이라고 정한 것도 이 책이 최고의 스펄전 전기여서가 아니라, 책을 잘 읽지 못하거나 스펄전을 모르는 이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감격을 얻고 더 많은 스펄전의 책들을 읽어가시길 바란다. 스펄전은 다음과 같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펄전 당대의 걸출한 영적 지도자였던 캐럴이 스펄전의 죽음에 대해서 설교하던 중에 했던 말이다.


“지난 주일 밤, 프랑스 멘톤에서 현대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만약 유럽의 모든 왕이 그 날 밤에 세상을 떠났다 해도 이 한 사람의 죽음만큼 중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죽음의 정거장에서 하나님의 마차는 그를 왕으로서 맞이했고 천사들은 그를 고향집으로 인도했습니다.”(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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