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아름다운 101가지 사랑 이야기 그 남자 그 여자 2
이미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미나의 『그 남자 그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정확히 간파하여 놀랍기도 하고, 알쏭했던 여자의 마음까지 보여주어 속이 시원한 책이다. 이해하지 못해 다투었던 그 때 그 사건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안겨다주는 저자의 통찰은 신비스럽기도 하다. 게다가 연인이 가까워질 수 있고, 서로 이해할 수 있고, 진실로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혜로운 조언이 이야기에 담겨져 있기에 이 책을 읽으며 서로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들어갈 수 있으며, 신뢰를 쌓아갈 수 있게 한다. 게다가 유머까지 갖추고 있으니 이 책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다음 얘기가 궁금하여 손에서 책을 놓기가 힘든 책이다. 하지만, 한 번에 다 읽을 순 없다. 조금씩 남겨두어 아껴 읽는 재미가 궁금증보다는 훨씬 크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정말 재미있거나 유익했던 이야기는 책 모퉁이를 접어가며 읽었다. 그랬더니 다 읽은 후에 101가지의 이야기 중에 37개의 이야기가 접혀져 있다.


그 때의 여자 친구가 맨날 맨날 늦었던 것은 나를 아주 많이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난 원래 지각 같은 거 안 하는데 남자 친구랑 만날 때면 꼭 이래요.

나오려다 보면 앞머리가 이상하고,

나오려다 보면 눈썹이 짝짝이 같고,

또 나오려다 보면 이번엔 신발이 너무 튀는 것 같고..

그렇게 현관을 몇 번 들락거리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려요.”(p.79)

그랬다. 내가 팔이 참 뽀송뽀송하다고 했더니, 나 만날 때에는 꼭 샤워를 하고 나온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서 지각쟁이 그녀의 마음을 알았어야 했는데... 그래서 또 늦었냐고 핀잔주기보다는 이해하고 너그럽게 대했어야 했는데...

지각했다고 핀잔 받을 땐 잠시 뾰루퉁해졌다가도, 이내 활짝 웃는 모습으로 돌아와 “오빠 오빠!”하던 그녀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리는 날이다.


오래 사귀었다고 하여 너무 자신감 있게(?) 번번이 약속을 어기거나 쉽게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넌... 왜 나한테 그렇게 자신이 있었을까?

단지 우리가 오래 사귄 사이라서... 였을까?

내가 너를 먼저 좋아했기 때문에?

번번이 약속도 어기고 한 번 연락이 끊어지면 며칠이 지나도록 전화기도 꺼져 있고...

(중략)

지금 이 사람은 편해.

아직 많이 알지 못하지만 같이 있으면 불안하지 않아.”(p.137)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아무리 독한 마음을 먹었다 해도 먼 길을 가기 전엔 한 번쯤 머문 곳을 돌아보게 마련이라는 사실과 여자는 그렇게 딱 한 번 돌아봤을 때 머문 곳이 형편없다 싶으면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p.163)


이런 식으로 느끼거나 깨달은 점을 얘기하려면 37가지나 늘어놓아야 하니 이쯤에서 줄이고, 몇 개 챕터의 특징만 언급하고 마치려고 한다.

4장 ‘사랑에 서툰 당신을 위한 열 가지 조언’은 아주 가슴에 와 닿았고, 재미있었고, 유익했다. 아직 사랑에 서툰 나였기 때문일까? 왼손으로 순수가 가득 담긴 편지쓰기, 22개월차 병장 고무신의 혼자서도 잘 노는 이야기 등을 읽으며 내내 마음이 훈훈하고, 즐거웠다.

8장 ‘그 남자 그 여자가 몰랐던 열 가지 진실’은 남자, 여자가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착각을 재미있고 멋지게 그려내어 웃기도 하고, 무릎을 치기도 하면서 읽었다.

9장 ‘그리워하다’를 읽는 동안에는 가슴이 저려왔다. 울컥함이 나를 잔잔히 감쌌다. 코끝이 싸아, 하고 찡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작년 가을에 읽었으니 거의 일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이별 후 연인들의 그리움을 절절히 느끼며 9장을 읽었던 그 순간이 지금도 기억난다.

10장 ‘나처럼, 너도, 그렇게 지내고 있을까?’는 이별 후의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연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서로를 잊으려고 애쓰는 그들의 모습이 힘겹다. 그래도 지난 해 가을에는 가슴이 절절하면서도 끝까지 읽었는데, 지금은 도저히 10장의 이야기들을 끝까지 읽을 수가 없다. 두 달여 전에 5년을 사귄 여자 친구랑 헤어졌기 때문일테지...


부대에서 이 책은 금서였다. 사랑에 대한 설레임이나 이별로 인한 그리움만 한아름 안겨다주어 군인들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려 할 때에도 한 후임이 읽지 말라고, 괜히 기분이 꿀꿀해진다고 농담 삼아 말리던 책이었다. 그래도, 사랑 이야기가 재밌고, 이별 이야기가 가슴 찡해서 끝까지 다 읽었다.


전역을 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책을 군데군데 읽어보았다. 이제 정말 이 책이 금서가 되었다. 이 책을 펼쳐서 몇 가지 이야기를 읽어보니, 아련한 그리움과 커피 한 잔 만큼 -커피 한 잔 만큼의 슬픔은 참을 수 있다. 조금씩 조금씩 커피향을 느끼며 마시면 되니까- 의 슬픔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그 남자 그 여자』2권을 샀다. 그리움과 슬픔을 좀 더 느끼고 싶어서일까?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바라고 있어서일까? 도무지 모르겠지만, 나는 2권을 곧 다 읽을 것만 같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마법에 걸려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듯, 나는 이미나씨의 글에 취해 『그 남자 그 여자』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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