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랫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어른을 위한 동화 12
황석영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모랫말 아이들』은 전체가 10개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전쟁 전후를 시간적 배경으로, '모랫말'이라는 동네를 공간적으로 배경으로 하여 소년 수남이의 모랫말이야기가 구수하게 진행된다.

10개의 짧은 이야기에는 각각 한 사람씩의 주인공이 있다. 모랫말에 꼼배 다리를 만들어놓고 홀연히 사라진 '땅그지 춘근이'. 엄마의 친구가 양공주로 떠나면서 맡기고 간 혼혈아 '귀남이'. 전쟁 때 파편을 맞고 부상을 입은 상이군인 '고문관'. 전쟁의 화염 속에서 수많은 시체를 불태운 화장터의 화부 아저씨. 늙은 고양이를 벗삼아 외로움을 달래는 화교 친이 할머니. 기지촌에서 양공주들과 함께 생활하는 수남이의 마음속 애인 '영화'. 늘 굶주림과 함께 떠돌아다니는 곡마단의 어린 남매 등...

1978년생인 나는 아버지 형님뻘쯤 되는 아저씨로부터 그 분의 유년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렵고 가난했던 시절이지만, 그것은 분명 우리의 과거다. 아프게 살아온 사람의 증언에 우리는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 속에는 인생이 있기 때문이다. 그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환희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는 시간이 지나가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잊혀짐의 거센 물결 속에서 바쁜 시간 조깨어 『모랫말 아이들』이라는 기억 덩어리를 건져 낸 황석영 작가님에게 감사를 표한다. 70년대생인 나는 『모랫말 아이들』같은 작품을 통해 어르신(?) 세대를 이해하고, 우리의 과거를 상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끝부분에 있는 작가의 말이 곧 이 책의 의도를 드러낸다.
'『모랫말 아이들』은 젊었을 적에 내 아이들에게 자신의 유년 시절을 이야기해 주려는 마음으로 썼던 것들이다. 사실은 더 쓰고 싶은 얘깃거리가 많건만 여러 가지 일에 쫓기다 보니 그만 중도에 그쳐버리고 말았다....(중략) 그렇지만 살아가는 일이 늘 아쉬운 채로 마무리되지 않던가.'

나와 같은 젊은 세대들이 우리의 과거를 좀 더 명확히 그려볼 수 있도록 황석영 작가님의 기억되살리기 작업이 한번 쯤 더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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