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心의 선물
노영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99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비도 오고, 후배 재경과 헤어짐으로 인한 쓸쓸함, 괜히 서러워지는 마음. 이럴 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 한 잔과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이 제격이다. 그래서 이 책을 들었다.

주는 기쁨과 멋을 아는 사람, 노영심. 돈까지 진짜 선물로 줄 수 있는 여자다. 참 따뜻한 마음씨로 모든 이를 사랑하는 여자다. 그녀에겐 「이사한 집에 갈 때는 세제, 아기 돌 때의 선물은 반지」식의 틀에 박힌 선물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의 사랑과 기발한 독특함이 빚어낸 예술이 이 책 <노영心의 선물>이다. 대보름날 임권택 감독에게 건넨 '호두와 망치'는 참 어울린다. 게다가 망치 손잡이를 사포로 문질러 매끈하게 만들고, 거기에다 예쁜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여유와 포근함...

그 선물들은 우리 삶을 향내 은은한 삶으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을 읽으며, 선물이 꼭 대단해야 한다는, 또는 특별한 날에 뭔가 근사하게 건네줘야 한다는 바보스런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에 쪽지 하나에 정성스런 글씨 몇 자로도 선물을 줄 수 있는 마음을 내 가슴속에 가득 채워 넣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노영심씨가 각계 각층의 사람들에게 선물을 건넨 일화로 덮여 있다. 시종일관 선물 이야기라면 지겹지 않았냐고? 천만에... 판에 박힌 선물이 아닌, 마지못해 주는 선물도 아닌, 명절이나 생일 등의 특별한 날에 주는 선물도 아닌, 정말 선물이라는 단어의 순수를 더럽히지 않는 선물하기를 보여주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책장은 절로 넘어간다. 게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재치로 기발한 선물을 만들어내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비누와 칫솔 세트' - 나쁜 기억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향기로 삶의 의욕을 찾으세요. 매일 아침 칫솔이라는 형상으로 당신을 찾아갈게요.
'아이의 이름을 새긴 돌 도장' - 돌 선물. 그러면 그 이름 석자는 그녀의 가슴에도 새겨져서 오래도록 아이 이름을 기억할 수 있다고 말하는 따뜻한 여자 노영심.
'시계' - 늘 바쁜 친구에게 시계를 선물로..
'재즈잡지' - 재즈를 좋아하는 친구 집에 놀러가서 슬쩍 재즈 잡지와 메모를 놓고 오는 기쁨.
'사랑의 노래와 작은 이벤트' - 사랑하는 내 가족에게...
'빈 편지지, 우표, 그리고 차' - 차를 마시며 편지를 쓰세요. 꼭 내가 아니어도 좋아요. 정말..

책을 읽다가 문득 책표지 안 쪽에 실린 저자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순간 친하게 지내고 있는 누나의 사진을 보는 듯 했다. 얼굴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차를 마시며 얘기도 나눠보고, 함께 걷기도 한 사람처럼 노영심씨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 것이 이 책의 힘이리라. 정감 있게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는 <노영心의 선물>. 책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나는 노영심씨와 한 발짝 가깝게 다가간 것이다. 그녀의 향기로움을 나도 가지고 싶다.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선물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은 반드시 자신을 사랑하고 있으리라. 그래서 그 사랑을 떼어내어 주는 것이리라. 아름답도다! 선물을 건네는 자의 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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