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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
앨러스데어 그레이 지음, 이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가여운 것들‘은 스코틀랜드의 소설가 앨러스테어 그레이의 소설이다. 이 책은 곧 영화화가 될 예정이기도 하다. 책의 표지는 주인공들이 따뜻한 포옹을 하고 있는 그림인데, 그 방의 분위기는 다소 기묘하다. 창가에는 해골이 서있고, 그 앞 소파에는 백스터의 무릎에 앉아 그를 포옹하는 벨라와, 그런 벨라에게 매달리듯 안고 있는 아치볼드가 있다. 소파에는 두 마리의 토끼가 서로를 바라보고 앉아 있는데, 마치 퍼즐처럼 상체와 하체가 각기 다른 색으로 이뤄져 있다. 그들의 맞은편에 있는 책상에는 두꺼워 보이는 책 위로, 두개골이 열린 머리가 놓여 있다. 표지의 그림은 실제 앨라 스테어가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한 지역사회 학자의 서문으로 시작한다. 그는 지역 문화의 증거를 모으고 보존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사람으로, 우연히 소각 직전의 어떤 문서 보관함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한 공중보건의의 젊은 시절 일화를 엮은 문서 더미를 발견하게 된다. 해당 문서를 살펴보고자 했으나, 그 요청은 거부되었고 그는 무심코 챙겨 놓은 작은 문건 하나를 면밀히 조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정리하고 편집하여 세상에 내놓게 되는데, 바로 ‘스코틀랜드 공중보건 담당관 맥캔들리스 박사의 젊은 시절 일화들’이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여러 삽화들이 들어가 있고, 모두 해부학에 근거한 그림으로 보인다. 또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의 초상화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책은 일화들이 묶여 있는 부분들과, 그 일화에 대해 오류를 바로잡으려는 벨라의 이야기, 주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는 저자인 맥캔들리스의 시각에서 시작이 된다. 그가 의료인이 되어 고드윈 벡스터를 만나게 되고, 그의 ‘벨라’를 만나 일어난 여러 사건들, 벨라가 그들을 떠나 있는 동안 나누었던 서신, 돌아온 벨라와의 결혼을 진행하는 도중 벌어진 일들, 그리고 마침내 결혼을 한 후 혼전 합의한 내용 대로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벨라가 의사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 뒤로는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벨라가 후대의 자녀들에게 남긴 편지가 이어진다.
‘캔들’의 이야기는 다소 허무맹랑할 정도의 내용이나, 실제 서신을 옮겨 적은 부분들로 인해 실제감을 준다. 그러나 뒷부분의 벨라, 그러니까 빅토리아의 이야기는 그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할 뿐만 아니라 소설에 가깝다고 이야기하고 있어 어떤 것이 진실인지 고민하게 한다. 이어진 주석 또한 실제와 허구를 섞어 더욱 혼란을 준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 소설을 다시 한번 읽고, 또 읽게 만든다.
항상 책을 읽을 때에는 한 명의 애착 가는 주인공을 두기 마련인데, 그것은 이야기의 화자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소설을 읽을 때에는 모든 목차의 화자가 아닌 ‘고드윈 백스터’에게 마음이 갔다. 캔들은 그를 정상적인 출산을 통해 만들어진 사람이 아닌,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인간인 것처럼 묘사한다. 하지만 빅토리아의 의견은 다르다. 캔들은 빅토리아 또한 성인 여성의 몸에 영아의 뇌가 심어져 만들어진 인간이라고 묘사한다. 하지만 빅토리아의 의견은 다르다. 백스터가 살아있었다면, 그가 화자인 목차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이 이야기는 그저 과학 로맨스 소설이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백스터가 가진 진실이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이 소설은 영화화가 예정되어 있다. 얼마 전 공식 예고편이 나왔다. 이 소설이 가진 묘미를 어떻게, 얼마나 표현해 냈을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