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입소문과 책의 소개에 실린 글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50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은 정말 이 책을 읽는 대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았다. 책이 무겁고 두껍다는 선입견은 그 책을 시작하는데 아주 커다란 제약이 되기는 하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줄어드는 분량에 점점 안달이 날 지경이 된다. 바로 이 책이 그렇다. 성장소설의 백미라고 불리우는 연을 쫓는 아이. 주변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들었지만 이제서야 읽었다. 많이 늦었지만,정말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읽은 것이. 더불어 할레드 호세이니의 또다른 장편 '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반드시 읽으리라 다짐을 한다. 그렇다면, 전작이 되는거겠지? ^^

 

작가의 이름도 낯설고 아프카니스탄이라는 나라도 생소하다. 끊임없이 전해지는 전쟁의 소식만이 아프카니스탄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종교와 인종차별문제.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전세계의 가장 큰 아픔들이 고름이 되어 있는 곳.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국가를 사랑할 시간조차도 허락받지 못하고 있었다. 소련의 침공. 그 후 벌어지는 인종차별의 아픔들. 911테러이후 무자비하게 이루어진 미국의 침략. 그 들은 세계사의 가장큰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프카니스탄에도 평화로운 시기가 있었다. 소련의 침공이 있기 전. 모든 것이 평화롭던 그 시기에 두 아이가 태어났다. 모든 것을 가진자 아미르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 하산. 그들의 운명은 태어날 때 부터 정해져 있었다. 수니파와 시아파라는 고질적인 인종차별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연을 날리는 아이와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연을 쫓는 아이로 생을 살아가게 된다. 한살 터울인 아미르와 하산. 어린시절 엄마의 부재로 인해 두 아이는 한 유모의 젖을 먹고 마치 형제처럼 자라게 된다. 아프카니스탄에서 이름난 부자였던 아버지 바바로 인해 부족함이 없던 아미르. 그에게 하산은 친구이자 동생이자 동지였다. 하산 또한 아미르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충실한 하인이자 동생이자 친구였다. 하지만, 그 들 사이에는 아주 고약한 운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연을 날린다는 것과 연을 쫓는 다는 것은 결코 같은 행위가 아니다. 두 사람에게 주워진 똑 같은 연이었지만 그 속에는 신분과 운명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무서운 존재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미르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하산 역시 그 운명에 순응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그렇게 하겠다"하산의 약속은 마치 길고 질긴 연줄과 같이 평생토록 아미르의 발목을 잡게 된다. 

 

아프카니스탄에서 연날리기는 겨울철 최고의 놀이이자 권위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래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부각 할 수 있는 최고의 등용문이다. 모든것이 남자답지 못하지만 연날리기 만큼은 자신있는 아미르. 아미르를 위해서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연을 잘 쫓을 수 있는 하산. 두 사람의 조합은 아프카니스탄 최고의 파트너였다. 어느 해 겨울. 마침내 아미르는 마지막 경쟁상대의 연마저 어디론가 날려버린다. 이제 남은 것은 전리품인 마지막 연을 쫓는 일 뿐. 연을 쫓는 일에는 비범한 재주를 가진 하산은 어느 누구보다 먼저 연을 쫓는데 성공한다. 두 사람은 드디어 연 날리기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딱 거기까지였다. 연과 함께 찾아온 환희는 그 후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할 아픔으로 바뀌게 된다. 아미르를 위해 연을 쫓던 하산은 평상시 두 사람을 눈에 가시처럼 생각했던 아세프 일당에게 붙잡혀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그 모습을 목격하게 된 아미르는 공포감에 휩싸여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게 되고, 그 사건이후 커다란 죄책감에 시다릴게 된 아미르는 형제와도 같던 하산과의 이별을 선택한다. 아프카니스탄에서 가장 훌륭한 연줄이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그 후 두 사람은 결코 연을 날리지도 연을 쫓지도 못하게 된다. 

 

아미르에게 하산은 치유하지 못할 불치병이었다. 평생을 마음의 병으로 안고 살아가는 아미르. 연을 날리던 소년에게 찾아온 아픔처럼, 아프카니스탄도 이제는 더 이상 평화로운 땅이 아니었다. 소련의 침공과 계속된 탈레반에 의한 내전으로 죽음과 공포의 땅으로 변하게 된다. 살기위해 고국 아프카니스탄을 떠나 미국으로 가게 된 아미르와 아버지 바바. 아프카니스탄 최고의 부호이자 존경받던 인물 바바는 낯선 땅 미국에서는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에 지나지 않았다. 자유의 도시 미국에서 아미르는 나름대로의 성공을 하게 된다. 소설가로서의 지명도와 함께 사랑도 찿게 된 아미르. 이젠 더이상 하산에 대한 죄책감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지 않아도 되며, 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아미르에게 먼저 찾아온 것은 자유로움이 아닌 과거속에 뭍혔던 진실과  그에대한 속죄의 기회였다. 그건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더이상 하산을 만날수는 없었지만 아미르에게 나타난 것은 하산과 똑같이 생긴 그 의 아들 소랍이었다.  끊어진 연줄의 매듭을 찾아 아미르는 죽음의 땅 아프카니스탄으로 돌아온다. 소랍을 찾기위해.  그에게 자유를 선물하기 위해. 아니였다. 아미르는 지울 수 없는 자신의 과거앞에 당당히 무릎꿇고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건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자 마지막 선물이었다. 하산 과 아미르 사이에 맺여졌던 질긴 운명은, 그의 아들 소랍에게 까지 고스란히 이어진다.  자신에게 무한한 사랑과 영광을 주었던 하산이었다. 하지만, 영광스러운 줄을 끊어버린 사람은 바로 아미르 자신이었다. 그는 이제 그의 아들 소랍을 통해 어디선가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을, 연 줄을 다시 이어주고자 한다.  칼날이 되어 버린 연 줄. 운명보다 질 긴 연 줄에 의해 손바닥이 베어 피가 철철 흐르기도 한다. 때론 도저히 풀수 없을 정도로 단단히 꼬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미르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영혼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소랍의 손을 결코 놓지 않는다. 두 사람은 과연 오래 전 누군가가 그랬던 것처럼 넓은 하늘에 자신들의 연을 날릴 수 있을까 ? 그렇다면 그 순간 연을 날리는 사람은 누구이고, 연을 쫓는 사람은 누가 될 것인가? 

 

두툼한 분량을 정신없이 읽었다. 그리고, 많은 감동을 받았다. 눈물이 흘렀을지도 모른다. 아미르,하산,소랍,바바,라힘 칸 ... 이 들이 만들어 간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푸른 하늘 높이 떠 있는 연을 바라보자. 스스로 날고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늘고 긴 실에 매달린 채 바람에 몸을 의지하고 있을 뿐이다. 순간의 실수로 인해 그 줄이 끊어졌다면 주저없이 연을 쫓아가도록 하자. 그리고, 솔직히 이야기해 보자.' 내 잘못으로 니가 이렇게 먼 곳 까지 날아왔구나. 미안해!!!' 그리고, 다시 줄을 이어 연을 날리면 된다. 그러지 못하면 평생 그 연을 다시 만나지 못한 채, 오랜시간 마음 속 깊이 후회를 가득 안고  연을 그리워 할 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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