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 2단계 문지아이들 8
수지 모건스턴 지음, 김예령 옮김, 미레유 달랑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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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모건스턴

늘어진 미키마우스 티셔츠를 아무렇지도 않게 입는 엄마. 프랑스의 세계적인 아동문학가. 유태계 미국인으로 1945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났으며,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에서 공부했다. 프랑스 수학자인 남편과 결혼한 후 프랑스 남부 니스에 정착했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니스-소피아-앙티폴리 대학에서 비교 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인 남편의 영향으로 프랑스어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두 딸을 기르면서부터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79년에 처음으로 히브리어 알파벳 책을 출간했고, 이후 그림 동화에서부터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써왔다. 그녀의 글은 엉뚱하면서도 재치 있고 유머와 위트가 넘쳐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톰텐 상, 크로너스 상, 밀드레드 L. 배첼더 상 등의 많은 상을 수상했고, 2005년에는 문화예술 공로훈장을 수여받았다.

지금까지 지은 책으로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아이들에게 교과서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가르침을 주는 할아버지 노엘 선생님의 이야기『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를 비롯하여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소설 『사랑이 지구를 돌게 한다』,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우리 선생님 폐하』,『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0에서 10까지 사랑의 편지』,『박물관은 지겨워』, 『내 생애 최고의 캠핑』[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등이 있다.[YES24 제공]

 

새 학기가 시작되면 많은 설레임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같은 반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은 여지 없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어울렸던 친구들과 같이 반이 된다면 천만 다행이다. 짝꿍은 어떤 아이가 될지도 고민거리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년동안 같이 할 담임선생님이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것이다. 새로 시작하는 1학년이 아닌 이상 어느정도 선생님들에 대한 소문이 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제발 이 선생님만은 우리 담임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기 마련이다. 나 또한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 보면 매 학년마다 담임 선생님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그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은 나이 많은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 이왕이면 이쁘고 젊은 여자 선생님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아무래도 나이 많은 남자 선생님은 무섭다는 것이 그 시절 보편적인 개념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사실이었다.

 

새학기가 시작되며 아이들은 새로운 담임 선생님을 기다린다. 하지만, 아이들앞에 나타난 선생님은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할아버지 선생님 노엘이었다. 사방으로 뻐친 흰머리에 깊은 주름, 그리고 축구공만한 배까지 아이들을 실망시키에는 거의 완벽한 조건의 선생님이었다. 울것같은 심정인 아이들의 마음을 아는지, 노엘 선생님은 아이들과의 첫 대면에서 선물을 한보따리 펼쳐보인다. 그 속에서 나온 선물들은 카드 꾸러미였다. 조커라고 표시되어 있는 카드에는 여러가지의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 '떠들고 싶을 때 쓰는 카드' , '늦잠을 자고 싶을 때 쓰는 카드' , '벌 받기 싫을 때 쓰는 카드' 등등.... 처음 보는 카드에 아이들은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그리고, 의문을 갖게 된다. 과연 이 카드들을 어떻게 써야 되는 것인지. 그리고, 이 카드를 정말로 써도 되는 것인지.... 선생님은 카드에 이어 또다른 선물을 준비한다. 찰스 디킨스의 [데이비드 카퍼필드]라는 책이다. 이 책을 매일 매일 읽어야 하는 것이 숙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싫을때 쓰는 카드'는 없었다.  당황해 하던 아이들이었지만, 서서히 선생님의 진심을 알게 된다. 반신반의 하며 카드를 사용한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켜 나간다. 수업이 지루하면 '수업시간에 춤추고 싶을때 쓰는 카드'를 사용한다.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 쓰는 카드'를 사용하면 된다. 그러면, 노엘 선생님은 수업을 멈추고 춤추며 노래를 한다.아이들은 처음으로 대해보는 낯선 수업방식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노엘선생님의 마음을 알게되고,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존재해 온 관습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다. 형식을 파괴하는 수업방식에 반기를 든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다. 나이가 많은 여자 교장선생님은 노엘 선생님의 어처구니 없는 수업방식에 항상 불만을 품고, 선생님을 쫒아 버릴 궁리만을 한다. 하지만 노엘 선생님은 그런 교장 선생님마저도 포용하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이라는 큰 괴리감은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극복하기에는 너무도 크고 깊었다. 어느 날, 학생들은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를 동시에 사용한다. 단 한면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 것이다. 노엘 선생님은 유일한 출석자인 한 학생과 장기를 두면서 수업을 진행하다. 교장 선생님에게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결국 노엘 선생님은 규칙과 관습이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아이들과 작별을 하게 된다.아이들이 노엘선생님에게 준 작별 선물은 '선생님에게 뽀뽀하기'라는 조커다. 어떤 아이도 사용하지 않았던 조커를 모든 아이가 동시에 사용한것이다. 선생님은 아이들 모두에게 뽀뽀를 받으며 작별을 하게 된다.

 

조커는 카드놀이도중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사용하는 임시 방편의 카드다. 조커만 사용하게 되면 어떠한 궁지에 빠졌어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 뿐이다. 궁극적인 문제까지 해결해 줄수는 없다. 또 다른 난관에 빠지게 되면 또 다른 조커를 사용하던가, 아니면 스스로 그 난관을 벗어나야 한다. 인생에는 수 많은 조커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조커의 존재를 잊고 살아간다. 조커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면서 사용해야 하는 필요한 순간에는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조커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주는 궁극적인 수단은 아니다.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문제의 해결은 오로지 우리들의 몫일 뿐이다. 우리 인생에 조커라는 선물을 주 노엘 선생님. 실제로 노엘이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크리스마스를 뜻한다고 한다. 노엘 선생님은 우리에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 같이 커다란 선물을 주고 가셨다. 우리 삶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조커라는 것. 또한 그 조커를 적절히 이용할 줄 알아야 만 한다는 것. 조커라는 것은 52중의 카드외에 별도로 주어진 여벌의 카드가 아닌, 살아가면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낼수 있는 무수히 많은 카드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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