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도둑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마크 레비의 11번 째 작품이다. 역시 나는 외국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는 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었고, 당연히 기존 10개의 작품중 한번도 읽어 본적이 없었다. 작가의 이력이 꽤나 독특하다. 컴퓨터관련 CEO를 거쳐 건축설계가의 길을 걷다가, 뒤늦게 유아불면증에 걸린 아들을 위해 동화를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다고 한다. 간혹 글쓰기 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그의 이력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불면증에 걸린 아들을 위해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라면 그저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정도가 최선이었을 텐데 직접 글을 쓰기 시작한 작가의 열정이 대단할 뿐이다. 그래서 인지 이 작품에도 여러 군데에서 동화적 색채가 강하게 풍긴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꼭지로 나누어져 있다.첫번 째 꼭지는  그림자를 훔치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청소년기를 그리고 있고, 두번 째 꼭지에서는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청년기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누군가의 그림자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것. 단순히 그림자를 훔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만을 이야기 했다면 , 이 작품은 만화적 상상력을 벗어나지 못하는 유치한 작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림자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꽤나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림자는 또 다른 자아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림자를 훔친다는 것. 그림자와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는 것은 우리의 눈에 보이는 대상의 또 다른 자아를 알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빛이 통과할 수 없는 무엇인가로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림자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림자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는 빛을 쫓을 뿐이다. 그리고, 그림자에 대해서는 항상 잊고산다. 아니 어쩌면 나의 그림자를 숨기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그림자 속에는 결코 다른 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많은 것들을 숨기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림자 만이 나의 모든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일 것이다.

 

그런 소중한 그림자를 훔칠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름이 명확히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림자 도둑이라고 표현하기로 하자. 그림자 도둑은 어린시절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결손가정에서 자라게 된다. 외모는 작고 나약한데다 소심하기까지 하다. 마음에 드는 여자아이가 있지만 자신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센 아이에게 속절없이 뺐기고 만다. 물론 한번도 좋아한다는 말을 표현하지 못했으니 뺐겼다는 말 조차 이상하게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림자 도둑에게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일이 생긴다. 바로 자신의 그림자가 다른 이의 그림자와 바뀌어 버린것이다. 그 순간 그림자 도둑은 상대방의 그림자를 통해 그 사람의 본심을 읽을 수 있게 된다. 희대의 그림자 도둑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던 시절 유일한 벗이었던 이브아저씨의 그림자를 통해 그의 가슴아픈 어린시절을 훔치게 된다. 자신의 첫사랑 엘리자베스를 빼앗아간 마르케스의 그림자를 통해서는 결코 화목하지 못한 그의 가족들의 모습을 훔치게 된다. 또한 그림자를 통해 상대방의 미래까지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림자로 인해 자신감을 얻게 된 소년은  빵집 아들 뤼크를 만나게 되어 평생의 우정을 쌓기 시작한다. 하지만 소년은 자신의 능력이 마냥 즐겁지 많은 않다. 자신의 능력으로 타인을 곤경에 빠트리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인해 소년에게 그림자를 훔칠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엄마와 함께 찾은 바닷가에서 소년은 새로운 연인을 만나게 된다.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인 클레라. 소년은 클레라를 보는 순간 영혼의 교감을 느끼고, 클레라의 웃음소리에서는 첼로의 선율을 느낀다. 잠깐 훔친 클레라의 그림자를 통해 소년은 그녀가 자신의 소울메이트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두 사람은 폐허가 된 등대와 독수리연과 같은 짧은 추억을 뒤로 한 채 훗날을 기약한다. 하지만, 짧았던 며칠이 그들이 보낸 유년시절의 마지막 여름이었다.   수년이 지나 의대생이 된 소년. 낯선 도시에서 의대생으로 보낸 시간은 자신의 비범한 능력까지도 잊게 만들정도로 정신 없는 시간들이었다. 대학 생활을 통해 그는 새로운 연인이자 동료 소피를 만나게 되지만, 사랑과 우정사이의 딜레마에서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소년은 사랑을 찾기 위해 소피의 그림자를 훔치지는 않는다. 아마도 자신의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잡고 있는 소울메이트를 잊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소년의 영원한 뤼크를 위해서는 자신의 비범함을 다시 한 번 발휘하게 된다.학업을 중단한 채 가업을 계승하기 위해 제빵사의 길을 걷도 있는 뤼크를 의대에 진학시키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소년과 소피,뤼크의 위태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터질듯한 의대생활의 과감한 일탈을 위해 세사람은 묻지마 여행을 떠난다. 오로지 바다를 보기 위해 오랜 시간을 달린 그들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아닌 소년의 영원한 마음속 고향. 클레라와의 추억이 담긴 바로 그 바닷가 였다. 그들만의 아지트였던 등대에 올라 독수리 연을 발견한 소년. 그리고 클레라의 또 다른 흔적. 소년은 그 순간 자신의 영혼을 다시 찾을 것을 결심한다. 그러고는 소피와의 딜레마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랑을 포기하고 우정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작품의 후반부는 소년이 클레라를 찾는 과정이 숨가쁘게 묘사되고 있다. 벙어리이자 귀머거리였던 소녀 클레라. 첼로의 선율을 연상시키는 맑은 웃음을 지었던 클레라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었을까? 오랜시간이 지난 후 두 사람만의 만남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단절된 시간을 꿰어 맞추며 자신의 진정한 그림자를 찾는 과정은 이 작품의 가장 뛰어난 부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동화적 이긴 하지만 결코 허황되지는 않다. 친구와의 우정과  소울메이트와의 사랑을 찾는 과정은 낭만적이다. 어머니와의 관계는 애틋함을 남긴다. 모든 사람과의 만남에서 보여주는 진실함은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깨우치게 해준다. 재미있으면서 따뜻함이 물씬 풍겨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대함에 있어.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때때로는 그 뒤에 조용히 숨어있는 그림자의 본질을 파악해 보는 것도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다른것이 아닌 바로 내 그림자와의 대화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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