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레지스탕스 - 저항하는 인간, 법체계를 전복하다 레지스탕스 총서 1
박경신 외 지음 / 해피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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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 '계란으로 바위치기' 우리는 무모한 도전을 이렇게 표현한다. 텔레비젼 프로는 무모한 도전을 무한도전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큰 흥행을 일으키고 있다. 텔레비젼 프로그램이 어떤 내용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자신에게 결코 쉽지 않은 과제들을 이루어 내는 과정에서 많은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작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합창 프로그램 또한 같은 맥락이다. 무모한도전 과 무한도전 이라는 말은 글자 한 자 차이지만, 그 뜻을 살펴보면 엄청난 차이를 느낄수 있다.무모한 도전이라는 말에는 체념의 색이 짙지만, 무한도전이라는 말에는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가 보인다. 우리가 무모해 보일지는 모르나 결코 포기하지 않는 무한도전 정신에 감동을 받고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여기에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사람들의 무한도전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도 같은 이야기. 약한 자들의 무모해 보일지는 모르나 결코 포기하진 않는 무한도전과 같은 감동의 이야기가 있다.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비롯한 7명의 진보적 법조인이 공동으로 펴낸 '호모 레지스탕스'가 바로 그들의 이야기 이다. 역사는 항상 발전하지 않는다. 역사는 그 당시 헤게모니의 성향에 따라 항상 새로운 색깔을 나타내곤 했다. 하지만, 어느 시대이건 역사는 살아 남은자, 강한 자 만의 전유물이었다. 승자 만이 기억되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도의 경제성장,G7 정상회의의 개최만으로 세계적 강대국이 된 것처럼 선전하는 우리 시대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IMF와 세계금융위기의 시대를 거치며, 다시 한번 경제 개발 논리가 모든 것의 최우선 순위에 놓이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그로인해 우리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하지만, 고통분담이라는 말은 관념적인 이상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소수의 약자들 뿐이었다. 소수의 약자들은 비단 최하층 몇몇 부류의 사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 시대의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기득권층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 바로 나 자신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소외된 계층의 약자들. 그들의 저항기록이 담겨져 있다. 그들의 저항은  결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서도 기득권층에 포함되기 위해서도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기본권을 찾기 위해 투쟁할 뿐이다. 그러기에 그들의 저항은 아름답다. 이시대 최고의 레지스탕스 그들의 아름다운 기록들이 펼쳐진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하지만 그건 법을 잘 알고 법을 이용할줄 아는 사람들만의 이야기이다. 법이라는 울타리 안에 놓여진 사람들, 그들만이 만들어 놓은 테두리 속에서만 법은 평등하다. 그 울타리 밖에 놓여진 사람들에게 법은 무서운 존재일 뿐이다. 강한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편하지만, 약한자에게는 무서운 것이 법이다. 엄연한 현실이다. 그 현실을 타파한 사람들이 있다. 미네르바로 잘 알려진 사람. 그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표현의 자유를 박탈 당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그건 아마도 언론을 비롯한 권력층에서 만들어낸 이미지 일수도 있다. 개인의 의사 표현까지 간섭하는 법 앞에 우리는 좌절 했었다. 하지만 그는 당당히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레지스탕스 들의 노력이 있었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에 맞서 떡값 검사 명단을 폭로 했던 노회찬 전 국회의원. 종교의 자유를 위해 분연히 1인 시위를 펼친 고등학생. 딸들의 반란이라 일컫는 종중 상속권에 이의를 제기한 여성들. 그들로 인해 불가침과 같이 인식됐던 종중제도에 커다란 개혁의 물결이 일었고, 호주제 폐지와 같은 양성평등의 길이 열렸다. 제사는 과연 누가 지내는가라는 원론적인 문제의식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과제임에 틀림없다.타워 팰리스 바로 길건너에는 주민등록 전입신고도 하지 못하는 무허가 주택이 즐비해 있다. 다른것도 아닌 자신이 실재 거주하는 주소를 찾고자 하는 사람의 몸부림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거주와 이전의 자융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90%이상 진행된 공사는 과연 중단할 수 없는 것일까? 새만금 사업으로 되돌아 본 국책사업의 폐해는 현재의 상황과 너무도 유사하다. 촛불이 무서운건지 민중들의 목소리가 무서운지 분간이 안되는 야간집회 금지 법률등. 현실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법률들이 너무도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주 작은 권리를 찾기 위해 몸부림 치는 수많은 레지스탕스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법의 진정한 존재 이유에 대해 일말의 희망을 걸수 있는 것 같다. 힘없는 소외자들과 함께하는 양심있는 법조인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혁명적 변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그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건 혁명이 그들에게 가져다준 결과이다. 그들은 혁명의 결과로 어떠한 권력도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혁명은 그릇된 것을 옳은 것으로 바꾸는 것이지, 다른이에게 있는 권력을 나에게로 뺏어 오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혁명과 권력을 원하는 수많은 레지스탕스. 더이상은 우리도 그 안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딱딱하기만 한 법조문을 읽는 것이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용기와 양심을 느끼기에는 전혀 지루하지 않는 짧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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