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일본소설을 읽었다. 촌마게 푸딩. 제목이 상당히 낯설다. 푸딩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디저트용 빵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촌마게는 무엇일까? 책을 읽기 전에는 전혀 무슨 의미인지 몰랐으나 이 책의 주인공인 사무라이 야스메의 헤어스타일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에도시대 남자의 머리 모양으로 정수리까지 밀고 남은 머리를 뒤통수에서 틀어올린것을 촌마게라고 한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상투정도 될 듯 하다. 그렇다면 전통적인 머리모양인 촌마게와 푸딩은 과연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전반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해 보자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간단하다. 지금으로부터 180년전 에도시대의 사무라이인 야스메가 갑작스럽게 21세기 도쿄 한 복판에 나타나게 된다.어느 날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물 웅덩이에 빠진 야스메는 무려 180년이라는 시간을 통과해 온 것이다. 백투더퓨처와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현대에 나타난 사무라이. 그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쳐해 있는지 전혀 모른다. 사람들의 모습은 전부 낯설었으며, 자동차,고층 빌딩과 같은 현대 문물들은 오직 칼 한자루만을 차고 있는 그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신기한 것 들이다. 아니 신기하다기보다 무서운 것들이다. 낯선 시간과 공간에 떨어진 야스메에게 구원의 손길이 있었으니, 아파트 주차장에서 우연히 만난 히로코 모자 였다. 싱글맘이자 시스템 엔지리어로 일하고 있는 히로코에게 사무라이 복장을 하고 있는 낯선 사내는 정신병자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교과서나 사극 프로에서만 보던 이상한 복장의 사내는 자신이 정말 에도시대의 사무라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자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모르고 있는 야스메는 히로코와 그의 아들 도모야를 만나며 서서히 지금은 에도시대가 아닌 도쿄라는 낯선 곳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신이 살던 180년전의 에도로 돌아가고자 방황하게 된다.

 

 

더부살이 생활을 시작한 사무라이 야스메는 식충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닛폰도를 놓고 식도를 잡기 시작한다. 에도시대의 남자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부장적인 생각의 소유자였지만,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가사도우미로 나선 것이다. 싱글맘 히로코가 출근 한 후에 야스메는 온갖 집안일을 시작한다. 청소,설겆이,요리까지. 모든 면에서 여자인 히로코보다 훨씬 뛰어난 솜씨를 보인다. 그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것은 요리 솜씨다. 인스턴트 냉동식품으로만 연명하던 히로코에게 야스메는 진정한 요리를 선보인다. 생전 처음 해보는 요리였지만, 책과 텔레비젼등의 레시피를 통한  독학으로 뛰어난 요리를 선보인다. 그 중에서도 케잌 요리는 모든 사람들의 눈과 혀를 사로잡기에 손색이 없다. 야스메의 뛰어난 케잌 요리는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급기야 지방 방송국에서 주최한 케잌 경연대회에 참가하기에 이르고, 그 대회에서 야스메는 히로코의 아들 도모야와 함께 팀을 이뤄 우승하게 된다. 그 순간부터 야스메는 전국적인 인기스타가 된다. 뛰어난 음식솜씨와 함께 시대착오적인 외모와 말투, 행동은 특이한 것을 바라는 시대적인 요구에 잘 부합되어 최고의 인기상품이 되어 버린것이다. 어느덧, 야스메에게서 가족의 따뜻함을 느낀 히로코와 도모야는 야스메의 갑작스런 주가급등으로 인해 소원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히로코와의 더부살이 생활을 떠나 독립을 선언하게 된 야스메. 유명 케익 브랜드를 가지고, 전속 메니져까지 딸린 최고의 스타가 된 야스메.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히로코와 도모야. 도모야는 야스메에게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아버지의 정을 느끼고 있었다. 싱글맘 혼자서 해줄수 있는 사랑의 모자란 부분을 야스메에게서 느꼈던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인기는 세사람에게 원치 않았던 이별과 낯설음을 가지게 한다. 히로코 또한  갑자기 변해버린 야스메의 모습에 당황하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게 이상한 감정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어색한 관계는 도모야의 돌충 행동으로 인해 극적으로 화해를 하게 된다. 또한 야스메또한 처음과 마찬가지로 알수없는 상황에서 예전에 자신이 살던 시대로 돌아가게 된다. 다시 원래대로의 모습을 찾게 된 것이다.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아주 작은 반전이 숨어있다. 히로코 모자가 들린 푸딩 전문점. 에도 시대부터 영업을 해왔다는 푸딩 전문점에서 의외의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과연 그는 누구일까?  책장을 덮는 순간 이야기는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상대로 속편이 존재한다고 한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성공을 했다는 촌마게 푸딩. 우리 나라에서 개봉은 안 했지만, 영화로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유치하고 진부한 설정이기는 하지만, 가볍게 읽어갈수 있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소설 특유의 가볍지만 잔잔한 즐거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어수선한 연말에 지난 밤 과음을 했다면, 해장으로 읽기에 적합한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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