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음식 내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음식 1
이숲 편집부 엮음 / 이숲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 지인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를 알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음식은 우리 몸만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지만, 먹는 음식에 따라 그 사람이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고, 사람,사회,자연,그리고 우주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전 세계인의 공통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네가 무엇을 먹는지 말해주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마'라는 관용적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또 '나는 내가 먹는 음식이다'라는 표현 역시 여러 나라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린다. 결국, 음식의 형태로 내 몸 안에 들어온 것을 선택하는 주체는 나 자신이고,그 선택에는 식욕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와 원칙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 본문 231쪽 ]

 

음식에는 정말 묘한 매력이 있다. 단순히 허기를 채우기 위한 것에 끝나지 않고 그 순간 느꼈던 추억등이 묘하게 오버랩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나 또한 어린시절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셨던 여러가지 음식들을 떠 올리면 꼭 그당시의 추억 몇가지 정도는 꼬리표 처럼 따라다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동치미를 보면  추운 겨울 연탄가스에 중독되었을 때 허둥지둥 퍼 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결혼 전 아내와 부산에서 처음 접한 돼지국밥은 얼마되지 않은 연애기간의  커다란 추억 중의 하나이다. 이렇듯 음식은 오감만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닌 추억이라는 또 하나의 커다란 감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것이 음식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내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음식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에게 있어 가장 매력적인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구성은 1,2부로 나누어 져 있으며 , 동서양 각각 12가지씩 총 24가지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솔직히 1부에 소개된 서양 음식들은 내가 접해보지 못한 것이 대부분 이어서 인지 커다란 공감을 받을수 가 없었다. 이 책에 소개된 24가지의 음식은 결코 소수의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고급스러운 요리는 아니다. 대부분이 그 나라의 가장 대중적인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서양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음식에 대한 소개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겨우 알수 있는 것이 햄버거 스테이크,피자,파스타 정도였다고 할까? 나머지 대부분의 음식들은 솔직히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음식이 대부분 이었다. 필자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유학과 같은 현지 생활을 통해 접한 그 나라의 문화와 음식이 교묘하게 접합되었기에 잊지 못할 새로운 맛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추억을 잊지 못하기에 우리 나라에 돌아와 살면서도 그 시절과 비슷한 음식 맛을 찾기 위해 여러 음식점을 배회하는 일이 벌어졌으리라 생각한다. 각 음식의 마지막 부분에 소개되는 전문 음식점들은 솔직히 일반인 들이 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대의 음식점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맛을 찾아 떠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혹시 오래전 타국에서 느꼈던 추억의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유익한 정보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2부에 소개된 동양음식편은 그런대로 나에게 익숙한 음식들이 많이 있었기에 읽는 것이 그다지 부담되지 않았다. 짜장면,만두와 같은 정말 친숙한 음식에서부터 우리나라의 순대국밥에 이르기 까지 지금까지 많이 먹어왔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소개되어 있다. 짜장면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꽤 알져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우리 나라 최초의 짜장면 집에 대한 탐방을 아직까지 미루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조만간 공화춘이라는 집을 반드시 찾아볼 것을 종용하는 역활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며칠전 텔레비젼에서 인천 지역의 짜장면 가격이 가장 비싸다는 뉴스를 보고는 원조집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라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음식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보다 더욱 한국 사람같은 일본인의 순대국밥 이야기도 인상깊었지만,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글은 역시 나라를 잃고 방황하는 티벳인들의 음식이야기 였다. 참파팍과 붸차 라는 정말 생소한 음식이었지만, 나라를 잃고 순례의 길을 떠나는 그들에게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떠나 절대로 잃지 말아야 할 자신들의 정통 문화이자 영혼의 하나였다. 자신들의 글과 말을 지키는 것 못지 않게 음식문화를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들의 정서는 얼마전 나라를 잃었던 경험이 있는 우리들과도 커다란 교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먼 길을 떠나는 이들에게 반드시 버터차 세잔을 따라준다는 티벳인. 두잔은 지금 마시고 나머지 한 잔은 나중에 돌아와서 마시라는 의미라고 한다. 떠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올 것을 믿는 그들인 만큼, 머지않은 시기에 그들은 반드시 자신의 나라로 돌아걸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각 종 레시피로 도배된 요리책은 아니었지만, 머나먼 나라의 생소한 음식들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도 충분히 배부른 시간이었다. 어떤 나라의 음식이든 그 사람들이 즐겨찾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그들의 정서와 잘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 오랜시간에 걸쳐 완성된 고유의 음식.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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