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서는 기쁨 - 우리 인생의 작디작은 희망 발견기
권영상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 세상 모든 아버지의 바람 ]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은 꼭지 제목이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에는 그저 건강하게 태어나기 만을 바랬다. 처음으로 아이와 만난 순간 눈,코,입,발가락,손가락 작지만 있어야 할 것이 다 있는 우리 아이를 보면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감사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이제 세 돌이 다되어가는 우리 딸. 처음의 바람과는 달리 이제는 슬슬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다. 다른 아이보다 말도 빨리 했으면 좋겠고, 엄마,아빠 말도 더 잘들었으면 좋겠고,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고, 키도 크고 얼굴도 이뻤으면 좋겠다. 분명히 아빠의 욕심이다. 어쩔때는 내가 너무 행복에 겨운 나머지 분에 넘치는 투정을 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가, 아프기라도 하면 다 필요없으니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란다. 그런 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심정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똑같은 모양이다. 우리 딸아이가 자라면서 키도 크고 얼굴도 이쁘고 책도 많이 읽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 이 책의 아빠와 딸 처럼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면 짧은 문자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낭만이 있었으면 좋겠다. 휴일이면 가까운 산길을 오르며 자연과의 한적한 만남을 가졌으면 좋겠고, 다 자란 딸아이에게 이런저런 이유로 잔소리도 들었으면 좋겠다. 물론 벌써부터 딸 아이의 잔소리는 시작하고 있다. '아빠 이거 하지마~~~' 뒤에 서는 기쁨은 세상 모든 아버지의 바람이라는 짧은 한 꼭지 만을 읽고서도 충분히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딸아이의 뒤에서 자신이 선택하는 길을 조용히 따라가는 아버지의 모습. 그 마음은 이젠 충분히 자신의 길을 걸을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 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만을 아이에게 주입하려 하지 않고, 아이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한 발 떨어져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로서는 참으로 정겨운 모습이었고 부러운 모습일 수 밖에 없다.  이십년이 지난 후 나 또한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고 싶다.

 

힘든 청소년기를 거쳐 방황의 시절을 보낸 저자는 어렵게  선생님의 길을 걷는다. 같이 학생을 가르치는 아내를 만나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 보내며 아이들을 위한 시와 동화를 쓰는 저자. 나이는 벌서 50대에 접어 들었지만 항상 아이들과 함께 한 생활 탓인지 그의 글들은 맑고 깨끗하다. 책의 중간중간에 실려있는 그의 시들을 보고 있으면, 잠시 책장을 접고 시의 내용을 음미하게 만든다. 빠른 것이 좋고 앞서가는 것이 가장 최선으로 생각되는 요즘에 저자처럼 누군가의 뒤에서 진정한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여유로움이 부러울 뿐이다. 지금은 분명히 한발 정도 살짝 뒤 쳐진채 천천히 가는 방법이 필요한 시기인 듯 하다. 참으로 깨끗한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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