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왈 曰曰 - 하성란 산문집
하성란 지음 / 아우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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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하성란의 글들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다. 최민식 작가와 같이한 사진책에 실린 짧은 글들에서 받은 강렬함이 상당히 인상 깊게 느껴졌기에 그 후로 그의 작품들을 읽어오고 있다. 그래봤자 단편 소설 몇 편을 읽었을 뿐이고, 얼마전 발표한 장편 A는 구입만 해 놓은채 아직까지 펼쳐보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던중, 그녀의 첫 번째 산문집이라는 왈왈을 접하게 됬다. 曰曰이라는 제목에서 작가의 소소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물론 그런 의미도 있었지만 책을 읽다보니 개가 짓는 소리를 뜻하는 왈왈 이기도 했다. 피식 웃음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2009년 1월 19일부터 1년 가까이 한국일보에 '길 위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던 글을 묶은 책이다. 1년 이라는 시간동안 매일매일 신문에 써온 글이기 때문에 중간 중간 중복되는 표현과 시리즈 형식의 글들에서는 비슷한 내용들이 반복되어지기는 하지만 연재물이라는 특성을 빌리자면 어쩔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담하고 가벼운 책의 느낌이 좋았고 책의 절반쯤을 읽어서야 비로서 알게된 글자 색의 배합이었다. 두가지 색으로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글자의 색깔이 변하고 있었다. 이런 식의 편집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참으로 독특하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요즘은 정말 내용도 중요하지만 포장도 그에 뒤지지 않게 중요한 시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평범하다는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 이기에 꽤나 특별하고 독특할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자칫 실망하기도 쉽다. 그저 나와 비슷한 사람의 평범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그 평범함이 편안함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한번 정도는 내가 겪었을 일들과, 내가 고민하는 부분들에 대해 공통적인 것들을 만나게 되면 반가워지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 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도 가장 좋았던 부분은 크게 포장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평범함 때문이다. 요즘 민낯 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화장발에 반대되는 표현으로 민낯이 고운 연예인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작가 또한 크게 포장하지 않은 채 자신의 민낯을  과감히 공개하는 모습이 때로는 아름답게 보일 때가 있다. 일간지에 매일 실린 글의 특성상 650자 안팎이라는 지면의 제약을 받는다.  하고자 하는 말들을 충분히 할수는 없었겠지만 정해진 틀 내에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것은 작가의 권한이자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650자의 압박이라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지하철에서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아 멀쑥해졌던 일들. 츄리닝에 모자를 눌러쓴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이엑 본의 아니게 유괴범으로 몰렸던 일들. 작가 김별아 와의 조금은 특별한 관계. 흡연으로 인한 가족과 주변인으로부터의 압박등.. 신변잡기에 가까운 글들에서 작품속에 투영된 하성란이 아닌, 현실에 기반한 하성란의 모습을 글로 느낄수 있었다.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죽음에대한 애도.  하루가 다르게 솓아오르는 초고층 건축물로 인한 환경파괴의 우려등 사회적 관심사에 대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작지만 뚜렷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년전 연재되었던 글들이기에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2009년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 이었는지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 마치 지나간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쭉 읽어보는 듯한 느낌과도 같으며, 지난 일기장을 펼쳐보는 듯한 감회도 느낀다. 그저 빠르게 읽는 것이 능사가 아닌, 조금씩 조금씩 음미하며 읽는다면 그 담백한 맛이 더욱 뛰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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