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 전2권 - side A, side B + 일러스트 화집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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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이 서지 않는다. 박민규라는 작가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기존에 읽었던 몇 편 되지 않는 그의 작품과는 또다른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에 대한 판단을 조금은 유보해야 할 것 같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책을 덮고 싶은 생각도 굴뚝 같았다. 그럴 때 마다 중간 중간에 끼어 있는 반짝이는 작품들이 나의 성급한 판단을 보류하게끔 만들었다. 참 알수없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5년만에 나온 단편집. 다른 확연히 다른 구성. side A,B 두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작품은 예전 LP판의 더블앨범을 연상케 한다. 물론 작가의 의도또한 그랬다고 한다. 표지는 복면을 쓴 사내의 옆모습이 커다랗게 확대되어 있다. 무슨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이 두권으로 나오는 것은 어차피 요즘의 트랜드인듯 하다. 굳이 1,2 혹은 상,하권이 아닌 SIDE A,B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 별 차이는 없다. 그렇다고 A와B 두 책이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거나 , 연작소설의 구분을 짓고자 하는 것도 아닌듯 하다. 그저 그냥 출판사의 마켓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을 굳이 두 권으로 만들어내는 출판사의 상술을 나는 정말 싫어한다. 그런 책을 굳이 사서 읽는 나 자신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굿바이,제플린 / 깊 / 끝까지 이럴래? / 양을 만든 그분께서 당신을 만드셨을까? / 축구도 잘해요 / 크로마,운 /루디/아스피린 과 같은 작품은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작품이었다.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SF적 환상소설이라고 할수도 있겠고, 포스트모던 기법이 뛰어난 세련된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평을 하는 듯 하다. 하지만, 나는 이런 작품들이 싫다. 산만하고 삼천포로 잘 빠지고, 하고 싶은 얘기를 애둘러 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지 않다. 상상력의 부족 혹은, 사고의 부족탓일지도 모른다. 

근처  / 누런 강 배 한 척 / 낮잠은 각각 죽음을 앞둔 사내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고 있다. 낮잠은 이미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었던 작품이었다. 그당시에는 상당히 박민규 답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작품집에서는 오히려 박민규 스럽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굳이 '리얼리즘'이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현실의 아픔을 잔잔하게 그려 낸 모습들이 내게는 꽤 진실되게 다가왔다. '근처'의 뻔한 결론은 예사이 되었기에 더욱 현실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용용용용 과 아치 두 작품은 '더블'이라는 책을 중간에 포기하지 못하게 만든 대표적인 작품이었으며, 박민규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단편의 최대 장점인 한번에 몰아치기, 한번에 끌어당기기가 확실한 작품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현대판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용용용용에서는 예전의 박민규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신랄한 말솜씨가 탁월했던 작품이었고, 아치또한 한강다리 위에서 버러지는 투신자와의 대치장면을 기막히게 그려낸 수작으로 평하고 싶다. 정말 긴박하면서도 재미난 작품이었다.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는 마치 온탕과 냉탕을 수시로 넘나드는 듯한 인상이 강한 작품이었다. '이게뭐야'로 시작해서 '허허'거리며 끝 맺음을 한 작품이었다. 아무튼 5년이라는 시간동안 열심히,치열하게 써온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다른 작가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자 꾸준히 노력하는 작가의 실험정신에도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을 온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내 자신이 아직 많이 부족한 모양이다. 오래전 더블 앨범을 구입했을 때에도 그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에 만족을 하지 않았듯이 이번 작품집 또한 개중에 몇 작품만 마음에 들어도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것이 단편집의 매력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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