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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았습니다 - 김근태 이야기 ㅣ 역사인물도서관 1
최용탁 지음, 박건웅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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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이름 , 김근태
북멘토 역사인물 이야기 1, 당신이 옳았습니다 |

작년 1월초였던것 같다.
2011년 12월 30일에 세상을 떠나신 故 김근태 님의 청계천 노제와 장례식장 벽을 가득메운 시민들의 메모를 보면서 목이 메이고 가슴이 먹먹해졌던것은.
2009년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을 떠나보내며 슬펐던 것처럼,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 되었던 것은.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나 북멘토에서 출간된 역사인물 시리즈의 첫번째 책으로 김근태 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북멘토 역사인물 이야기 제 1권 김근태 이야기, 당신이 옳았습니다."
사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서 우리 근현대사의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방면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쓴 책 중 하나이다.
인권, 민주, 자유, 평화, 문화, 여성, 인류 등 기존 위인전이나 역사책과는 좀 다른 주제로 선정된 우리 근현대사의 인물들.
"김근태 이야기, 당신이 옳았습니다" 는 나중에 밤톨이가 좀 더 자라 역사에 대해서도 더 알게되고
민주주의와 우리 근현대사를 이야기할떄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라서 내가 먼저 읽어보기로 했다.
"당신이 옳았습니다" 는 김근태님의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민주화 운동을 했던 시기,
그리고 돌아가실때까지의 이야기를 우리의 현대사 이야기와 더불어 서술하고 있다.
아무래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좀 쉽게 쓰여진면도 있고,
딱딱하고 다소 어려울수도 있는 자유나 민주주의, 민주화 운동의 의미에 대해서도
그리 무겁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 위협과 공포에 짓눌려 거짓자백을 한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했다. "
故 김근태님의 초등학교 시절 에피소드 한가지.
어린시절 부모님의 착각으로 아버지 양복에 있는 면도날을 김근태님이 훔쳐서 군것질을 했다는 누명을 쓰게 되었다.
그당시 질레트 면도날은 값이 제법 나가는 물건이라 면도날 한갑이면 제법 쏠쏠한 용돈이 되던 시절.
아무리 말을 해도 통할것 같지 않자 "내가 훔쳐서 시장에 갔다 팔았다" 고 울면서 말하고 무서운 순간을 벗어났던..
그리고 나중에 부모님이 그 면도날을 옷장에서 찾고 미안해하셨는데...
그때 소년 김근태는 생각했단다.
"위협과 공포에 눌려 거짓자백을 한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하다" 고.
어른이 되어서도 이 사건은 트라우마처럼 잊혀지지 않았고 다시는 그렇게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이 어린 마음에 남았다고 한다.
어린시절부터 남다른 가치관과 도덕성을 가졌던 고 김근태 님이 아니었나 싶다.
나였으면 ..그저 억울하다, 누명을 써서 서럽다로 남았을 기억이었을것을.
오히려 그보다는 어떤 순간에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것에 굴복하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니...
사소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이 사건은 어쩌면 나중에 민주화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혹독한 고문과 갖은 회유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고 김근태님을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청년 김근태 , 민족과 민중에 대한 뜨거운 애정으로 사회현실에 눈뜨다 .
친일파가 정권을 잡던 고등학교 시절 3.1 만세운동과 유관순 열사에 대한 이야기가 독립운동의 전부였던 교과서.
도서관에서 독립운동 열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고 민중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훗날 대학생이 되어 안중근열사의 사촌동생 안경근님은 해방후 친일파들에 의해 누명을 쓰고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뒤
출소하여 판잣집에서 어렵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안경근님을 찾아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은 투옥과 핍박에 시달리며 곤궁하게 살고,
친일파들은 해방된 조국의 고위 관리가 되어 있는 부조리한 깨닫고 분노한다.
이 책에 또 다시 등장하는 그 이름, 다카키 마사오..그리고 그 이름마저도 조선인의 느낌이 난다하며 훗날 또 다시 개명한 이름 오카모토미노루.
그렇게 김근태는 박정희의 실체를 알고, 부정선거 등으로 본색을 드러내는것을 보면서 "행동하는 실천가" 로 변모하게 된다.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제적 후 강제 징집,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분신을 접하고 다시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일련의 과정들.
故 김대중 대통령 납치사건,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인혁당 재건조작사건 등 최근에 다시 국가인권위원회에 의해서 재조사되고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온 사건들도 이 시기에 일어난것이고, 김근태 역시 민청학련에 가담하여 시위를 주도하였다.
특히 인혁당 재건위라는 조작된 사건의 관련자 여덟명은 사형판결이 내려진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형이 집행되는
세계 사법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있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아내 인재근과의 만남,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의장 시절, 그리고 고문기술자 이근안, 백남은.
대학시절 민주화운동으로 지명수배자가 된 김근태는 수배기간 중 같은 이유로 수배중이던 아내 인재근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의지와 결단력에 반하여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 후 두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두 사람은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고, 민청련 의장이 되어 12.12로 집권한 군부정권에 맞서 싸워나간다.
그리고 그 시절, 영화 "남영동 1985" 의 실화가 된 고문사건이 발생한다.
남영동이라 불리우던 치안본부 대공분실 5층 15호.
속옷만 입은 채 눈, 코 , 입으로 끊임없이 물을 부어대던 물고문을 반복하던 백남은.
결국 그들이 원하는대로 "나는 사회주의자에 폭력혁명주의자가 맞다" 고 거짓자백을 하고 만다.
훗날 재판에서 그 모든 진술은 고문에 의한 거짓자백이었음을 밝히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그리고 두번째 물고문이 끝나자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등장했다.
이근안은 김근태를 고문대에 묶고 발가락 사이에 전깃줄을 연결한 채 전기스위치를 넣기 시작했다.
이미 물과 땀으로 젖어있던 김근태는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며 "차라리 죽여달라!" 고 외치지만
이근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 전압을 높여다 낮췄다 할 뿐이었다.
그리고 담요와 몸이 마르면 다시 이어지던 물고문.
그렇게 끊임없이 반복되던 전기고문과 물고문끝에 김근태는 평양까지 몰래 다녀온, 반국가단체의 수괴가 되어 조서가 꾸며졌다.
그리고 그것은 곧 사형을 의미하는것이기도 했다.
그때 김근태는 결심했다,추하게 군부세력에게 굽실대지 않겠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제단에 나를 받치겠노라고.
그리고 대검찰청으로 인계되던 순간 혹시나 싶어 며칠간 그곳에서 기다리던 아내 인재근을 만난다.
그때 자신이 당한 고문의 참혹함을 정확하게 전하게 되고, 그 다음날 바로 살인적인 고문수사가 공개되게된다.
많은 민주인사들과 김대중 , 김영삼이 공동의장을 맡은 '민주화운동에 대한 고문 수사 및 용공 조작 공동대책위원회" 가 결성되고
해외 유수 언론에 고문사실이 보도되고 '김근태 고문사건'은 국제적인 사건이 되었다.
하지만 군부정권의 하수인이었던 재판부는 징역 7년을 선고하고만다.
2011년 12월 30일 새벽 다섯시, 민주주의의 별이 지다.
끔찍한 고문후유증으로 남영동에 끌려갔던 9월이되면 해마다 몸이 아팠다던 김근태.
2006년 파킨슨병 증후군 발병, 2011년 뇌출혈 발병으로 끝내 그해 12월 30일 세상을 떠나고만다.
뇌출혈 발병으로인해 사랑하는 딸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결혼식장에서 딸을 비롯한 모든 하객들이 그의 빈자리를 안타까워하며 모두 울었다고 한다.
그가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에게 쓴 편지가 있다.
그 편지를 읽으며 나는 또 얼마나 울었던지....
"..존경하고 사랑하는 당신 인재근 씨. 이 세상에서 만나서 참 좋았어....(중략) 내일 다시 눈을 뜰 수 있을까?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 인사를 해야겠어. 안녕, 여보. "
"내 귀여운 아이들아.
느이들하고 잘 놀아주지도 못하고 애비가 어디가서 오래 못와도 슬퍼하거나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된다.
외로울때는 엄마랑 들에도 나가보고 봄이 오는 소리를 들어봐야지
바람이 차거들랑 옷깃 잘 여며 감기들이 않게 조심도 하고."

우리가 자유롭게 글을 쓰고 말할 때,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꼭 기억해야 할 이름, 김근태.
나는 故 김근태님이 학생운동을 시작하고, 여러가지 시련을 겪는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들과 친일파, 독재정권의 만행들을 더 자세히 , 깊이 알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 적힌 것이 전부는 아닐테지만.
또 내가 알고 있엇던 그동안의 현대사는 빙산의 일각이었고,
아직도 우리 국민 대다수가 모르는 현대사의 단면들이 너무도 많다는것을 생각하니 참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나 내가 학창시절 배웠던 국사책속의 현대사는 사실 시험에 잘 나오는 부분도 아니었고, 또 독립운동도 정부수립도 너무도 단순하게 서술되어있었으니까.
더군다나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들은 애초에 나와있지도 않았고.
해방후 청산하지 못한 친일파의 잔재들, 유신체제, 군부독재, 그리고 10.26이후 다시 찾아온 군사정권 등.
우리가 알아야했던 현대사의 많은 부분을 우리는 배우지 못했던거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달라야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얽매인채 흉이나 보자는 그런 말이 아니라, 현대사와 민주화 운동 및 그 투쟁의 역사를 바로 알고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한번 깨닫고 알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한다는 말이다.
희망의 반대말은 절망이 아니다. 거짓 희망이다.
절망한 마음에는 희망의 불씨를 피울 수 있지만, 거짓 희망을 품으면 다시는 희망의 불씨를 피울 수 없다.
- 당신이 옳았습니다 중에서 -
우리의 아이들이 거짓희망으로 위안을 받기보다는 절망한 마음속에서도 다시금 희망이 타오르는 단단함을 지닐 수 있기를.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잊지 않게 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