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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 왕자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61
김회경 지음, 박정섭 그림 / 사계절 / 2014년 8월
평점 :
세상에 알고 보면 이상한 건 하나도 없지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는 창작 동화 "콧구멍 왕자 "

여름방학도 막바지, 더위도 막바지에 달한 일요일 오후. 아점을 먹고
여유롭게 아이와 함께 독서하는 행복한 시간.
간만에 아이와 나란히 앉아 읽은 감동적인 창작동화 "콧구멍
왕자".
제목과 그림부터가 마냥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일것 같았는데
읽으면서 나는 왠지 자꾸만 마음이 묵직해지고
한줄 한줄 깨달음을 얻으며 읽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 콧구멍 왕자는 유독 콧구멍이 작아서 거의 없어
보일정도 였고 작은 개미 한마리도 들어가지 못해
원래 가진 이름보다 "개미 왕자" 라는 비아냥 섞인 이름으로
불리우게 된다.
그런 "개미 왕자" 가 못마땅하고 왕자의 콧구멍을 숨기고픈 왕비,
그리고 힘있는 왕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 왕비.
하지만 왕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비록 지금의 왕은 강력하고
권위있는 왕은 아닐지 몰라도 백성들의 사랑을 받고
서로 이해할 줄 아는 왕이며 "개미왕자"도 그런 왕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콧구멍 왕자는 왕비의 뜻에 따라 점차 자신의 콧구멍을 숨기게 되고,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게 된다.

슬퍼서 눈물을 흘리는 왕자에게 왕비는 "힘있는 왕이 되기 위해서는
슬퍼도 참아야한다" 고 다그치고
그 후로 왕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슬퍼하거나 창피해하지 않아야했고, 늘
씩씩하고 늠름한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그렇게 행동하는 왕자는 얼굴도 마음도 모두 돌처럼 딱딱해져서 기쁨,
슬픔, 화, 호기심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되고만다.
하지만 여행길에서 말하는 두꺼비를 만나 자신의 콧구멍이 부끄러운것이
아니라는것을 알게 되고
그 작은 콧구멍으로 바람을 불어넣어 멋진 풀피리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개미 왕자" 는 "콧구멍 왕자" 로 변신을 하게 된다.
"작기만 하고 부끄러운 콧구멍을 지닌 개미왕자" 가 아니라 "작지만 재주를
지닌 개성있는 콧구멍을 지닌 콧구멍 왕자" 가 되는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두꺼비가 자신을 미워하고 부끄러워하는 왕자에게 "세상에 알고보면
이상한건 하나도 없어" 라고 하는 것이나
"남들 얘긴 신경쓰지마. 너헌테 콧구멍이 있으면 그만이지"
라고 할 때 왠지 나는 조금 부끄러워졌다.
자꾸만 나와 자신을 비교하고, 또 내 아이의 장점은 보지
못하고 단점만을 크게 보는 엄마가 되어버린 나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웠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타고난 건 개성이지.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라는 두꺼비의 당당함앞에서
나는 얼마나 아이의 개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주었을까 다시한번 찬찬히
되돌아 보게 되었다.
엄마가 정해놓은 기준들로, 혹은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들로
아이를 가두고 조금이라도 뒤떨어지면 안된다는 조바심으로 아이를 채근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개성있는 내 아이를 그저 그런 사람으로
키워내려는건 아닌지 말이다.
아이도 이 책을 처음에는 마냥 호기심과 재미를 생각하며 잡았다가
집중해서 한장한장 넘기며 많은 생각을 하는듯 했다.
"콧구멍 왕자가 너무 불쌍해요, 왕비는 왜 왕자를 창피하게만
생각할까요?" 하며 속상해했다가
"두꺼비처럼 좋은 친구가 생겨서 다행이예요. 왕자를 위로해줄수
있어서"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가...
아홉살인 우리 아들, 남들보다 배려심이 많아 욕심쟁이 엄마 눈에는
늘 져주는것만 같아 안타까울때가 참 많았는데
어찌보면 그것 역시 타고난 너의 개성이었고 타고난 너만의
장점이었던것을 엄마가 몰랐었구나....
세상이 정해놓은 틀 속에 아이를 가둬버려는 내 욕심이 고개를
내밀때마다 책속에 있던 구절들을 떠올려봐야겠다.
"세상에 알고보면 이상한 건 하나도
없지."
"사람들의 소문은 바람과 같습니다. 괜한 소문에 왕자님의 마음이 상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