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 공부 - 세 번에 한 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루시 폴록 지음, 소슬기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협찬
나이드는 것에 대한 책일까? 마음챙김에 대한 책일까? 표지 첫인상은 어딘가 마스다 미리가 생각나는 따뜻한 느낌. 그런데 부제는 세 번에 한 번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내 나이가 오십이 아니니까 아직은 먼 얘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쭌맘님의 책소개를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책인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요즘 집중력이 좀 떨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426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틈틈이 & 단숨에 읽었다. 굉장한 책이었다.

책에 손대는 걸 싫어하는 편인데 워낙 좋은 내용이 많아서 연필로 표시하면서 읽었더니 집중이 더 잘되고 진도가 빨랐다.

저자는 약 30년간 노인의학 전문의로 일했고, 2001년부터 고령 환자 전문 진료소에서 일하고 있다. 노인의학이라는 과가 따로 있는 줄도 몰랐는데, 책을 읽고 나니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느낀 노인의학의는(그리고 루시 폴럭은) -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는 명탐정이 되어야 하고, 환자에 대한(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잃지 않아야 하고, 다른 전문가들과 협업해야 하고, 때로는 엉뚱하고 창의적이어야 하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다.

심폐소생술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 결정할 수 있다는 건 들어봤지만, 현실이 드라마와는 어떻게 다른지, 연명 치료라든지 심폐소생술 시도 이후의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저자가 결론을 내려줄 수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막연한 느낌도 있었지만 당장 결정을 내리지 못해도, 결정에 때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받는 느낌이 든 것은 좋았다.

책에서는 영국의 제도에 대해 소개하고 있어서 우리나라와는 의료체계가 다른 부분이 있을텐데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했다.

옮긴이 소슬기님은 물리학과/경제학 석사 학위를 가지신 분인데 의학적인 내용도 많은 이 책을 번역하실 때 어떠셨는지도 궁금했다. 어떤 번역이든 쉽지는 않겠지만, 글이 매끄러워서 읽기에 불편하지 않았다.

에세이 같기도 하고 사회 제도나 의학적인 내용도 많아서, 책의 분류가 도대체 뭘까 한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찾아보니
인문학> 인문에세이
사회과학> 사회문제>사회문제 일반이라고 되어 있었다. 사회문제를 다룬 인문에세이 한 권을 뚝딱 읽었다니, 왠지 뿌듯한 기분은 덤.

책에는 여러 사례가 등장하는데 저자는 노인과 그 가족, 친구, 돌보미와 같은 등장인물이 모두 실존인물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나에게 실재하는 사람과도 같다고 했다. 정말 옆집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같고, 한 편의 드라마(혹은 다큐멘터리)를 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낙상, 딱 알맞은 약, 치매, 운전, 사전돌봄계획, 대리인 등등 정말 노인과 노인의 가족의 삶과 밀접한 부분을 다루고 있고,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대수롭지 않은 증상때문이지만 한가지 약을 먹으면서, 다른 증상 때문에 다른 과에서 또 약을 처방받을 때 이 약을 같이 먹어도 되는건지 고민되고 의심스러운 적이 다들 있지 않은가? 그럴때 총괄해서 봐주는 의사가 없다는 점은 좀 아쉬웠는데, 노인의학과에서 정말 많은 약을 먹어야하는 노인들을 위해 부작용,우선순위,삶의 질을 고려하는 부분이 참 좋았다.)

정말 나이공부였고, 원제인 the Book About Getting Older가 딱 맞는 책이었다. 표지의 따뜻한 느낌처럼 저자 루시 폴록이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에게 '하기 어렵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때로는 냉철하게 때로는 마음으로 풀어낸 책.

읽으면서 자꾸 할머니 생각이 났고, 때로는 부모님 생각, 나의 미래에 대한 생각도 났다. 오십에 읽으면 다르게 다가올지, 더 와닿을지 혹은 더 무서울지 모르겠다. 더 어릴 때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알고 이야기 나누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저자가 언급한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
- 마이클 마멋 <The Health Gap (건강 격차)>
- 조너선 라우치 <The Happiness Curve (행복곡선)>
- 아툴 가완디 <어떻게 죽을 것인가, 현대 의학이 놓치고 있는 삶의 마지막 순간>

마지막에 책에 등장한 영국의 여러 기관, 우리나라의 치매안심센터, 책에서 소개된 다른 책들 (어떻게 죽을 것인가 등)의 정보를 한페이지로 요약하는 참고문헌 & 정보 페이지가 있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책 속의 한줄>>>
14 기대수명이 도달하는 골대, 즉 목표 지점은 이동해왔다.

16 '건강 기대수명' 또는 독립적이고 건강상의 불편함 없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25 이 책은 우리가 나이를 아주 많이 먹을 때까지 살기 때문에 마주칠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을 다룬다

33 기대수명이 증가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긍정적 질문) vs 고령화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부정적 질문)

61 빠를수록 죽음은 멀어진다. 빨리 걷는 사람은 사신과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68 걱정하지 말아다. 만족해라. 계속 활발하게 움직여라.

78 노인의학은 궁극적으로 팀 단위에 기반한 전문 분야인 것이다.

83 메리 티네티 박사가 간단명료하게 설명한 노인의학 전문의가 하는 일: Mind (Dementia, Delirium, Depression), Mobility, Medication, Multicomplexity, What Matters Most

104 낙상을 당한 사람들을 돌볼 때는 진단에 적극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동시에 실생활을 잘 지켜보고 창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112 환자는 자기가 왜 낙상을 당했는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차이를 만드는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물어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118 위험 수준, 독립적인 삶에 대한 갈망, 견딜 수 있는 걱정의 정도

170 BRAN (Benefit, Risk, Alternative, Nothing)
+ 180 BRAIN (+Instinct/Individuality)

172 우리가 먹는 약이 각각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아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모르면 물어야 한다.

236 우리는 치매를 이해하지 못한다. 따라서 섬망과 치매를 훨씬 더 많이 연구해야 한다. 우리는 치매를 부끄러워한다. 따라서 정보를 공유하고, 배우고, 오명과 싸우고, 수치심을 물리쳐야 한다. 우리는 치매를 무서워한다. 따라서 잘 훈련받은 전문가한테 조언과 도움을 구하고, 조급하게 굴지 않고, 고통을 덜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야 한다. 치매는 우리에게 죄책감이 들게 한다. 따라서 서로 안아주면서 혼자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치매는 사랑을 빼앗아가려고 한다. 그러니 사랑하는 능력이 다한 듯한 사람에게 다시 사랑을 쏟아부어주어야 한다.

275 그러면 왜 모두가 사전결정을 작성해두지 않을까? 결정을 내려도 된다는 것을 알고, 그것이 좋은 생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도 실제로 하고 싶은지는 다른 문제이다.

278 우리는 상냥해야 하고, 더 많이 대화해야 한다.

341 환자의 죽음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소망, 선호, 감정, 신념, 가치'를 알아내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413 말은 오해받고 의도는 잘못 해석될 수 있다.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어제 진실이었던 것이 내일은 더는 진실이 아닐 수 있으며, 좋은 조언은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 된다.
무엇이 좋은 정보이고, 어떤 정보를 내 환자와 그 가족이 알아두면 유용할까?


@willbooks_pub 서평단으로 좋은 책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깨비깨돌맘 #서평단 #서평이벤트 #윌북 #쭌맘x윌북 #오십부터시작하는나이공부 #노인의학 #루시폴록 #소슬기 #추천도서 @eblin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