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르고는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난 30년 동안 내가 혐오하는 누군가로 살아왔다네. 스스로 변화하기에는 너무 의지가 약했지만, 단 한시도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잊은 적 없었어. 혹시 내가 의지박약이고 속부터 푹 썩었다는 사실을 체념하고 받아들인다면 그나마 덜 비열하고, 덜 위선적인 존재가 될지 곧잘 고민하기도 했고. 하지만 결국은 그러지 않았어."
"그럼 지금은 컴퓨터 파일을 삭제한 것처럼 옛날 인격을 지웠다고 믿는 거야? 그럼 지금 당신은 뭐가 된 거지? 성인 천사?"
"아니. 나는 단지 내가 되고 싶은 바로 그 인물이 됐을 뿐일세. 회색 기사를 쓸 경우 그 이외의 선택은 없어."
- 바람에 날리는 겨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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