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 관계에 보태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쾌락의 행위와 몸짓이 더해지는 만큼 확실히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리는욕망이라는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속에서 얻은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갔다. - P17

나는 그 사람의 몸이나 옷에 나의 흔적이 남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그것은 그 사람과 아내 사이에 문제가 생기는 일을 피하게 하려는 배려인 동시에, 그런 문제로 인해 그 사람이 내게서 떠나가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나름의 계산에서였다.  - P31

40나는 그 사람이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 어디에 가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다. ‘아마 지금쯤 그는 퐁텐블로 숲에 있을 거야.
거기서 조깅을 하고 있을 거야. 그는 도빌로 가는 중일 거야. 아내와 함께 해변을 거닐고 있겠지‘ 하는 식으로 상상을 해보았다. 그 사람의 일정을 알면 안심이 되었다. 그 사람이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면서 그 사람의 부정에 대비했다. (이렇게 집요하게 상상을 하는 것은, 내 아들들이 파티에 가거나 바캉스를 떠났을 때 내가 그 장소를 알고 있으면 사고나 마약, 또는 익사의 위험에서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것과 흡사했다.) - P40

옛날의 그 쓰라린 고통이 지금의 아픔을 덜어주리라는 막연한 희망 때문이었다. - P54

그 사람은 "당신, 나에 대해 책을 쓰진 않겠지" 하고 말했었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책도, 나에 대한 책도 쓰지 않았다. 단지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로 인해 내게로 온 단어들을 글로 표현했을 뿐이다. 그 사람은 이것을 읽지 않을 것이며, 또 그 사람이 읽으라고 이 글을 쓴 것도 아니다. 이 글은 그 사람이 내게준 무엇을 드러내 보인 것일 뿐이다. - P66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 P6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