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가 이번엔 청소년소설을 썼다. 4명의 여자 중학생들이 각자의 상처 또는 민낯을 드러내고 ‘그럼에도’ 성장하고 관계를 맺어감에 대해 알아가는 이야기이다.
영진시는 서울과 맞닿은 공장지대였다. 인건비가 저렴한 동남아 등으로 공장이 이전하자 영진시의 신영진구에 새로운 디지털단지가 조성되어 ‘경기 우파’라고 불린다. 이곳과 맞닿은 서울시 다난동은 대한민국에서 대입성적이 손에 꼽히고 교육열이 높고 학원도 많은 곳이다. 모든 것이 최신식을 달리는 신영진이지만 교육인프라는 다난동에 밀리는 상황. ‘과학중점고’를 표방하며 개교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영진고는 입시성적마저 좋지 않다. 이런 곳에서 다윤,해인,소란,은지는 중2 겨울방학에 여행간 제주도에서 모두 신영진고를 가자고 굳게 맹세를 한다. ‘절박하고 뒤틀리고 아슬아슬한 약속’ 과연 그 맹세는 지켜질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겪는 교육의 문제 ‘입시’. 그 안에서 아이들은 따돌림을 경험하면서 관계를 맺는데 두려움과 고통을 겪는다. 무리에 ‘속함’에 대한 갈망과 자신이 속할 혹은 자신을 끼워줄 무리가 없을 것 대해 겪는 불안감. 내 존재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감내하는 행동들. 그것을 각자의 방법으로 돌파하며 살아내는 아이들.
간섭받기 싫고 혼자이고 싶으면서도 끊임없이 연결되고 소통하고 이해받고 싶은 심리는 비단 청소년만의 것은 아니다. ‘귤’이 덩치를 키우고 맛을 채우는 과정. 저자의 소갯말처럼 ‘성장은 때때로 버겁고 외로운 일’이다. 귤이 완성되기 위해 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태풍과 천둥과 벼락을 얼마나 견뎌냈을까.
4명의 아이들은 “많이 싸웠다. 힘들고 피곤하고 어려운 일들 앞에서 모두 예민했다. 쉽게 실망하고 화내고 포기했다. 자신의 바닥을 보여주었고 상대의 바닥도 보았다. 그래서 오히려 신뢰가 생긴 관계도 있었고 어긋나는 관계도 있었다. 어쨌든 축제를 준비하는 동안 소란과 다윤과 은지와 해인은 ‘맨날 붙어 다니는 네 명’이 되었다” 함께 사는 일은 기쁨의 순간으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싸움과 눈물로 그야말로 지지고 볶으며 지내는 것. 나이를 먹으며 오히려 어려워 진 것이 관계인 듯 하다. 나이를 믿고 자란 선입견이 관계를 재단한다. 더 이상 상처입고 부대끼는 것이 싫어서 좁은 관계 속에 안주하려는 것은 ‘나만’ 혹은 ‘우리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에 뿌리를 둔 것은 아닌지. 나 편하자고 눈감고 귀막지 말아야겠다. 함께 떠들고 부대끼기를 오늘 다시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