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로운 식탁 - 우리가 놓친 먹거리 속 기후위기 문제
윤지로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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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한 끼가 지구의 1도를 낮출 수 있다!

우리의 한 끼가 지구의 1도를 낮출 수 있다? 우리의 한 끼와 기후위기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이 책은 먹거리가 식탁 위에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그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한민국 대표 환경 기자로 농업, 어업, 축산업 등 각 부문에서 과학적 데이터로 근거를 제시하고 더 나아가 데이터에 누락된 실제 사건과 현장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앞서 기후변화의 21~37%가 먹거리 때문이라고 이야기 했는데, 한국 통계에서는 고작 3%를 차지할 뿐이다. 왜 그럴까.

우리 정부가 고의로 일부항목을 누락해 농업 부문 먹거리를 '축소 발표'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 인벤토리는 국제적으로 어떤 항목에 무엇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정해진 기준이 있기 때문에 임의로 특정항목을 넣거나 뺄 수 없다.

그런데도 고작 3%인 이유는 그만큼 우리나라 산업에서 농업의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다양한 식료품을 해외에서 들여온다. 먹거리들은 배와 항공기를 타고 국경을 넘으며 상당한 탄소발자국을 남기지만, '농업부문'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나라 농업 부문의 온실가수 배출량이 3%밖에 안되는 건 우리가 친환경 먹거리 시스템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통계상의 착시일 뿐이다. 고의는 아니지만 몰라서, 자료가 부족해서 빠진 통계도 있다.

탄소로운 식탁 p.72

또한 이 책의 저자는 기후변화 문제를 단순히 '육식이냐 채식이냐' 라는 일차원적인 문제로만 접근하지 않는다.

'모두 고기를 끊자'고 말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살던 대로 살자'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지나침'에 대해 한 번 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소와 닭, 돼기자 소불고기, 치킨, 삼겹살의 모습으로 우리식탁에 오를 때까지 인간을 제외한 모두, 그러니깐 지구와 동물에 얼마나 부담을 안겼는지 말이다. 지구를 위해 모두가 비건이 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보지만 적어도 지금 같은 식생활을 아무 생각없이 이어가도 괜찮은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를 덜 타고, 먼 나라 기아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육식의 탄소발자국이 지워지는 건 아니다.

탄소로운 식탁 p.81

이 책에서는 축산업과 농업 그리고 어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탄소 배출에 대해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농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비료를 제조하고 뿌리는 것만으로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며, 양식업을 하는 과정에서도 펌프를 사용하는데 드는 전기 등으로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이 책에서는 탄소발생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성우농장의 바이오플랜트, 커피박을 활용한 한우농장, 전기배에 대체육까지 여러 개별적인 사례 또한 소개하고 있다.

소비자를 넘어 시민으로서 당신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 있다. 바로 저탄소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정책을 요구하는 일이다.

...

분명, 나는 열심히 하고 있고 열심히 할 것이다. 화장실에서 나올 떈 꼭 불을 끄고, 분리수거도 열심히 한다. 장바구니도 들고 다니고 가급적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노력한다. 무엇보다 지구를 걱정하는 내 마음은 진심이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나는 이렇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세상은 그대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고, 쓰레기는 산더미처럼 쏟아진다. 분리수거 해봐야 나중에 다 섞인다고 하고, 도로변 미세먼지는 언제나 나쁨이다. 나만 빼고 다들 아무것도 안하는 모양이다.

나는 노력하는데, 노력하는 '나'들이 모여 기후악당이 되는 나라. 이런 모순이 생긴 건 나의 노력을 제도화하려는 목소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환경을 생각해 안쓰는 스위치를 내리고, 장구니를 들고, 채식의 비중을 늘리는 건 바람직한 행동이지만, 그것만으론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전기를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축사와 재배시설, 양식장을 탄소중립으로 만드는 움직임이 함께 가야 한다. 이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시민단체와 언론이 있는 것이겠지만, 결국은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

탄소로운 식탁 p.334-335

나 또한 '나빼고 다들 아무것도 안하는 가보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의 저자는 농업, 축산, 어업 시스템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수치화되어 제공되는 자료의 맹점을 고발하면서, 우리가 환경을 생각해서 하는 행동들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고 일침을 날리고 있다. 산발화된 개인의 노력을 집중시킬 수 있는 제도 구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후위기를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기후위기의 원인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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