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택배로 왔다 창비시선 482
정호승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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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택배로 왔다. 퇴근 후 숙소 문 앞에 예스24 택배가 놓여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택배를 들고 들어와서 택배를 뜯어 <슬픔이 택배로 왔다>를 먼저 펼쳤다. 목차를 읽고 12쪽 첫 시를 읽고 난 후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너무 슬퍼서 더 이상 시집을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을 덮고 마치 이 시집이 내게 없는 것마냥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슬픔이 택배로 왔다>는 그 의미를 각인시켰다. 다음날 다시 시집을 집어들었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의 슬픔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덤볐을 때보다는 한결 나았다. '아! 슬픔이 이정도구나' 하고 느꼈기 때문에 도망칠 수 없었고 집어든 시집의 슬픔을 읽어내려갔다. 다행이 첫 시만큼 강렬하지는 않았다. 


낙과(落果)


내가 땅에 떨어진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햇빛에 대하여


바람에 대하여


또는 인간의 눈빛에 대하여


 


내가 지상에 떨어진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그동안의 모든 기다림에 대하여


견딜 수 없었던


폭풍우의 폭력에 대하여


 


내가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내가 하늘에서 땅으로 툭 떨어짐으로써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땅으로 툭 떨어짐으로써 /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나는 올 한 해 툭 떨어졌고 당신을 사랑했다. 사랑은 했으나 사랑을 받지는 못하였고 그래서 불행한 한 해였으나, 나는 내 사랑에 지금도 책임을 다하고 있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당신을 욕해보지만 마음은 변하지를 않아서 더 슬프고 슬프다. 그런 내게 이 시는 치명적이었다. 세상에 이 시인은 나의 한 해를 보아온 것인가. 그리고 이런 시를 짓고 내가 내 사랑에서 도망치지도 못하도록 하는 것인가. 나의 슬픔에 슬픔을 쏟아붓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의 슬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이도 있더라. 다음날 회사에 가서 슬픔이 택배로 온 이야기를 전하고 저녁에 저녁을 먹으며 이 시집을 보여주었을 때 한 명은 2/3 쯤 공감하고 한 명은 왜 슬픈지를 알 수 없어했다. 이렇게 슬픔은 주관적이어서 그 정도가 다르고 시를 읽으며 느끼는 감정 또한 다르다. 하지만 이 시집 어느 한 시에서는 내가 느낀 크기의 슬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시가 실려있고 각가 다른 슬픔의 색을 지녔다.


 


폭풍 전야


 


폭풍 전야에 폭품은 불어오지 않는다


먹구름이 밀려오는 폭풍 전야는 폭풍 전야일 뿐


폭풍 전야에 폭푸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폭풍 전야를 두려워하면 폭풍이 두령워진다


모든 집과 나무들이 폭풍 전야의 고요를 두려워하는 것은


두려움을 두려워하는 것일 뿐


정작 폭풍을 만나면 폭풍은 두렵지 않다


 


나는 폭풍 전야에 당신과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폭풍이 불어오면 폭풍이 될 것이다


더이상 당신에게 남을 인생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한그루 나무로 서서 쓰러질 것이다


 


폭풍에 나무가 쓰러지는 것은


폭풍의 분노를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니라


폭풍의 분노와 상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폭풍의 분노와 상처를 사랑하다...... 그리하여 내가 쓰러졌는가. 나는 지금 일어서지를 못하고 있다. 나는 나의 슬픔을 외면하려고 애쓰면서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2022년은 암흑의 해. 그런데도 돌이키고 싶지 않다. 되돌아간다 해도 나의 결정은 동일할 것이고 내 사랑에 책임을 다하려고 애쓸 것이다. 신을 원망하면서, 신이 가장 나쁘다고 신을 미워하면서 나의 결정을 후회할 수는 없다고 그저 책임을 다한다. 나를 그만 미워하시라고 신의 자비를 청할 뿐이다. 


시는 언제나 마음을 울리지만 이렇게 나의 슬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는 시는 오랜만이다. 많은 이들이 읽고 시인이 전하는 슬픔에서 슬픔을 슬픔으로 위로받기를 바란다. 제목처럼 슬픔은 택배로 왔고 슬픔을 위로하는 슬픔은 나의 슬픔을 내가 돌보게 한다. 시인이 슬픔을 위로하는 방법은 슬픔을 퍼붓기인가 보다. 그렇게 흘러넘치다보면 바닥을 보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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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3 - 병자호란 편 : 남한산성의 겨울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3
설민석.스토리박스 지음, 정현희 그림, 강석화 감수 / 단꿈아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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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왔네요~아이가 22권 읽더니 23권은 언제 나오냐며 출근 도장을 찍듯이 방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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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 해방 - 병 없이 오래 사는 사람들의 비밀
정세연 지음 / 다산라이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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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후 읽는 내내, 저자와 차를 마시며 대화 나누는 듯 싶은 편안한 글이다. 또한 식치 전문가의 섬세함과 정교함이 구석구석 느껴지는 믿음직한 컨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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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청약의 모든 것 -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이 선보이는 대한민국 주택청약 바이블
한국부동산원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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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잘 알고 있는 ‘주택청약‘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놓은 책이다. 알아보기 쉬운 각종 표와 그림들로 청약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 적합한 난이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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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탐정 똥똥구리 2 - 색깔 먹는 하마 쌍둥이 탐정 똥똥구리 2
류미원 지음, 이경석 그림 / 마술피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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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싸는 소리만 울려 퍼지던 똥똥구리 사무소에 드디어 의뢰인이 찾아오게 됩니다. 신발은 진흙투성이에 땀에 젖은 여자아이는 마을에서 알록달록한 색깔이 모조리 사라졌다고 하며 색깔 먹는 하마에게 붙잡힌 무지개 요정을 도와달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미션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독서의 재미를 알려줄 수 있는 책이라 너무 좋아요. 아이들이 귀여운 그림과 함께 수수께끼, 숨은 그림찾기 등를 하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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